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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인간이 발전시킨 학문들 가운데 인류발달사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 학문일겁니다. 현대문명과 기술발달의 모든 것이 가히 숫자로부터 시작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우리가 사는 건물들도 수학의 법칙을 기반으로한 건축법으로 만들고 우리가쓰는 컴퓨터도 0과 1의 무한한 배합으로 온갖 마술같은 일들을 척척 해냅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수학이, 혹은 숫자가 반대로 사람을 얼마나 얽맬 수 있는지 우리는 잘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현대기술에 탐닉하면 할수록 우리는 물신주의의 종속되고 기술을 볼모로 한 거대세력에 흡수되어 점차 개인 자신으로서의 가치를 잃기 쉽지요. 많은 영화나 소설들이 과학의 위험성을 누차 경고해왔지만, 현실은 그 우려대로 흐르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되고있는 인간복제 문제라던가 핵무기 논쟁도 그렇습니다. 편의를 위해 만든 것들이 인간의 목을 조르고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흉기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 흉기를 만들어 낸 것도, 인간이지요.
이 영화 <큐브2>는 그렇게 인간이 '과학의 덫'에 갇힌 것을 가정으로 시작합니다. 정체모를 네모난 입방체에 갇힌 인간들. 끝없이 연결된 입방체 안에서 도망가고 또 도망가지만 결국 맴돌다 스스로 자멸을 거듭하지요. '하이퍼 큐브'라는 부제가 보여주듯이, 이번 속편이 보여주는 큐브라는 공간은 '평행세계'가 겹칠수 있는, 또다른 현실이 중첩될 수도 있는 다중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가둔 것이 스스로임을 모른채, 혹은 알면서도 모른채 맴돌다가 파멸해갑니다... 그들이 갇힌 곳은 좁고 갑갑한 큐브지만, 그 큐브를 만든건 자신들의 손. 자기 목을 조르는 것도 자기 손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내내 지배하는 보이지않는 공포의 실체, 그건 인간 그 자신이죠.
이 영화는 전작이 보여줬던 것보다도 신랄하게, 피부가까이 다가온 현대문명의 폐해와 공포를 보여주는군요. 드라마적인 성격은 다소 약해졌지만, 철두철미한 잔혹극에 탄력있는 연출과 짜임새로,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특히 최근 인간복제와 컴퓨터바이러스, 무엇보다 미국의 전쟁야욕을 치떨리게 바라보는 한국인에게는, 이것을 그저 영화로서만 가벼이 여길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를 상기시킵니다. 끝없이 만들고 파괴하고 죽이고, 끝내 자신도 죽을 최후세력의 모습에 미국 부시 대통령의 얼굴이 겹쳐지는건 우연이 아니겠죠.
전작에 못지않은 하이퍼급 공포와 스릴을 맛보고싶으신 분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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