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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cliche 2003-01-10 오후 2:22:49 1944   [8]
한 영화를 보기에 앞서 '이 영화는 이럴꺼야'라고 혼자 상상해 보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섣부른 그리고 지나친 예측은 그 영화를 '오해'
하게 만든다. <피아니스트>에 대한 내 오해는 '숨어지내는 한 피아니스
트 출신 유태인이 나치장교에 발각되었는데 유태인의 피아노 연주를 듣
고는 그를 살려준다'라는 얘기를 들은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아~ 그렇
다면 전쟁이 끝난 후, 그 유태인은 유명 피아니스트가 되고 결국 생명의
은인인 그 독일인과 감동적인 재회를 갖는 것으로 눈물샘을 자극할 요
량이군'이 내 오해의 요지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유태인이 그 독인장교에게 들키는건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 쯤이다. 제목이 '피아니스트'인 만큼 연주덕에 목숨을 잃지
않은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면 그렇다고 할수도 있지만 이는 주인공이
극중에서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긴 일들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그래,
이건 스필버그 영화가 아니다. 한 인물의 영웅담, 혹은 감동적인 스토
리를 부각시키려는게 아니라는 거다. 독일군에 맞서 싸운 용감한 시민
의 이야기도 아니고, 포화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삶을 헤쳐 나간
자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는 단지 수용소로 끌려가는 기차에 오르기에
앞서 그를 알아본 친구가 끌어내주고, 강제노동을 마친 뒤 다른 유태인
들과 열맞춰 걸어가다 마주친 광기어린 독일장교의 무작위적 살상 속에
서 살아남고, 유태인을 도와주던 지하세력의 보호속에서 목숨을 연명해
나갔던 것 뿐이다. 특별할 것 없이 그저 그때 그 자리에서 보고, 겪고,
기억하는 자의 기록이다.

이 영화를 여타의 홀로코스트 드라마와 한 범주에 넣기엔 분명 차이점
이 있다.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거다. 가
스실에서 쓰러져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택한건 폴란드 거
리의 모습이다. 포로가 되어 어딘가로 끌려가 처형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집에서 창밖으로 내던져지고, 총에 맞는 모습은 나치의 잔
혹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예상과 달리 뚜렷한 드라마가 없이 그저 숨어 다니는게 전부인 주인공
스필만(애드리언 브로디)에 실망과 지루함을 느꼈던 건 사실이지만 숨
어있느라 소리를 낼수 없어서 건반 위에 손을 얹은채 마음속으로 연주
하는 장면, 독일장교 앞에서 털북숭이 짐승같은 외양으로 신들린듯 즉
흥연주를 해내는 장면,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지
는 콘서트 홀에서의 라스트 시퀀스는 작은 떨림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물론 전작 <빵과 장미>에서보다 훨씬 수척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애드리
언 브로디의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그 자신이 실제로 홀로코스트 속에서 부모를 잃
고 살아남은 유태인이기 때문에 독일장교의 숭고한 박애주의 스토리인
<쉰들러 리스트> 감독제의를 거절했었던 반면 이 영화를 만들수 있었다
고 본다.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의 자서전을 토대로 하고 있다지만 그 속
에 감독 자신의 경험을 묻어 낼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히틀러 체제하에서 어떤 일들이 자행되었는지를 지금의 세대에게 보여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오랜동안 그저 그런 작품들을 만들어냈던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한층 무게를 실을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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