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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더] 우리가 바라는 정치인의 참모습... 컨텐더
lchaerim 2003-01-10 오후 2:52:28 889   [3]
이 영화를 접한 것은 2년 전, 6회 부산 국제 영화제였었다. 오픈 시네마 출품된 이 작품을 보고, 사실 필자는 졸았다. 체계화되지 않은 부산 국제 영화제 교통편에 남포동에서 해운대까지 1시간 30분 걸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엔 좀 피곤했었나 보다. 가뜩이나 앞부분 15분을 지나쳐 버리니, 영화에 흥미도를 잃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겠다. (필자는 영화 시작 5분을 못 본다 생각하면 아예 영화 안 본다 - 요즘 영화는 앞부분에 담겨진 의미가 강렬하여 그냥 넘길 수가 없다)

그렇게 잊혀질 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 먼저 우리나라에 개봉했다. 제목은 <라스트 캐슬>로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임스 갠돌피니의 범상치 않은 교도소에서의 파워 게임을 다룬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일반적인 감독군들과는 다른 이 영화의 감독 ‘로드 루리’의 유별난(?) 이력을 보았다.

흔히... 영화감독이라 하면, 어디 영화학교를 수료하였거나, CF, 톱스타의 뮤직 비디오를 만든 다음 그 상품성을 인정받아 데뷔하기 마련인데, 그는 뉴욕 데일리 뉴스 연예계 담당 기자 생활하면서 영화 평론을 겸하며, 다른 영화 잡지에도 글을 기고하는 작가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이었다.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 <컨텐더>는 그의 글 솜씨가 한껏 발휘된 영화이다. 정치계 이면에 얽혀 있는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의 모습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모습을 특유의 호소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선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가 처해있는 정치적 현실과 맞물리는 안타까움도 엿볼 수 있게 된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아이콘(?)이 아닐까 하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만, 작년 말 휘몰아쳤던 대통령 선거에 더욱 기억이 생생한 필자는 때로는 한숨이, 때로는 환호가 터져나오는 이 영화를 다시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잭슨 에반스(제프 브리지스 분)대통령’ 임기 말년, 뜻하지 않은 부통령의 유고기간이 3주가 넘어서고 있는 시점. 이제는 부통령 선임을 차일피일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유력한 후보들 가운데, 예상을 뒤엎고 여성 상원의원인 ‘레이니 핸슨(조안 알렌 분)’ 이 후보에 지명된다. 그녀가 정식 부통령으로 임명된다면,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되는 것이지만, 그 목표 지점까지는 너무나 험난한 가시밭길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 첫 번째 관문이 하원 법사위원회가 주관하는 청문회다. 의장인 ‘셸리 러니언(게리 올드만 분)’은 여자가 권력을 쥐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인물로 그녀에게 치명타를 가하려 그녀의 과거-대학시절 섹스 파티-를 폭로한다. 여기에 정계의 고속 승진을 노리는 청년 정치가 ‘웹스터(크리스챤 슬레이터 분)’, 위선적 정치가 ‘헤더웨이’가 가세 그녀를 사면초가로 몬다. 급기야 부통령 신임이라는 애초의 쟁점보다는 섹스 스캔들에만 포커스가 집중되고, 그녀의 자발적 참여였나 아니었나의 문제로까지 번지지만, 그녀는 침묵으로만 일관한다. 과연.. 그녀의 진실은?

정치란.. 전쟁의 연장선상이라고 이 영화에서 말한다. 그리고 정치도 하나의 전쟁이고, 불가피한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역설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이미 과거지사가 되 버렸다. 내가 죽지 않으려면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한다. 그 비정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에는 공감해야만 했다. 어쩌면 필자도 나 자신을 위해서 누군가를 비방하고 내리깔았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렇게 했을 것이다. 누구도 필자를 비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정치계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그렇게 되 버렸다.

이 영화가 만약, 작년 이맘때 쯤 개봉했더라면 아마도 크게 빛을 못 보고 사라지는 영화 중 한편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가슴을 쓸어내린다. 처음에는 이 영화의 인지도면에서 1년씩이나 개봉이 미루어져 필자의 기억속에서도 여타 관객의 입장에서도 잊혀질만한 영화가 되었다고 생각되었지만, 오히려 올해 같은 분위기가 영화의 진면목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올해 새로이 뽑은 대통령에게서 영화 속의 ‘핸슨’ 상원의원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그 어려운 난관속에서도 꿋꿋한 소신으로 국민들을 사로잡은 사람이기에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로맨틱한 정치인보다는 국가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는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는 필자의 작은 소원을 들켰을 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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