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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눈목]흑백영웅이 그립다. 영웅: 천하의 시작
rose777 2003-01-15 오후 12:45:14 1254   [5]
영웅은 리얼리즘계 영화를 만들어온 장이모의 첫 번째 무협극이다.(나는 이점에서 무궁무진한 궁금증을 갖기 시작한다.) 영웅이 공개되기 전 장쯔이,장만옥,양조위,견자단의 출연사실과 오색의 컬러로 얼룩진 예고편을 보고 나는 잠을 설쳤다.
장이모의 서정성위에 덧입혀질 그의 첫 번째 무협극의 탄생은 자제될수 없는 흥분과 기대였다.

영웅의 스토리는 간단하지 않다.
거짓과 진실사이를 넘나드는 현실과, 회상(마치 이것은 환상과도 같이 보인다.)사이에는 마모되어 떨어져버린 이야기들이 흩어져있다. 무술씬 사이에 조각난 비설(장만옥)의 붉은 옷깃처럼 이야기는 통속적인 서사구조를 거부하며, 화자를 바꾸어가며 진실과 거짓사이의 이야기 자락으로 조각난다.
전국시대 "진"국의 왕이었던 영정을 중심(그는 분명 모든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듯 보이는데, 어느순간 완전히 소멸되어 진다. 기이한 현상.)으로 일어났던 무사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진 영화 영웅은 시종일관 화면에서 헤어나올수 없게 만드는 뛰어난 색채와 인물들의 동선구조로 관객을 황홀경에 빠지게 만든다.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색채"라는 소도구를 차용한 장이모의 시도 혹은 감각은 과감하며 아름답고 자극적이다. 비록 그것이 잠들었던 뇌를 깨우는 충격의 무언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비설(장만옥)과 여월(장쯔이)의 은행나뭇잎 사이의 결투씬에서 휘몰아치던 비설의 황금폭풍은 장이모가 만들어낸 기적 혹은 신의 선물과 같다.(경이로운 비쥬얼.)

영화는 이 화폭풍장면 외에도 아낌없는 찬사와 감탄조차도 초라하게 만들어버리는 순간의 영상기적을 창조해냈다. 그것은 우리가 영웅을 기다려온 수개월간의 기다림에 대한 가치있는 장이모의 답례인사다. 매장면마다 공들여진 감독의 손 끝에 달려 날아 다니는 배우들의 연기는 이제 언급의 가치조차 무의미하게 만드는 경지에 이른다.(나는 그들이 연기를 하는것인지 진나라시대의 협객이 그저 "장만옥""양조위""견자단""장쯔이"등의 이름으로 불리우는것인지 착각하기 시작한다.)
특히, 비설을 연기한 장만옥의 카리스마는 마흔을 넘긴 여배우의 경이로운 존재감을 느끼게 해준다. 파검(양조위)과 함께한 엔딩씬에 잡힌 절묘한 그녀의 표정연기는 연기라고 믿겨지지 않는 슬픔과 강한 고통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영웅은 경이로운 비쥬얼에 대한 감탄 그 이후의 이야기와 느낌이 소멸되어 있어서 결정적 아쉬움을 남긴다. 인물들의 정서와 슬픔은 "이해"에서 "감동"으로 이어지지 않은채 감정의 고리가 순간 끊어져 나간다. 장이모가 그간 관객에게 보여주었던 강한 드라마구조와 인생을 유려하게 감싸안는 고찰의 자세가 소멸되어있다. 동사서독의 경이로움과 와호장룡의 위대한 철학에 근접하지 못한채(이것이 의도된바라면 그 의도는 결코, 성공적이지 못하다.)비쥬얼에만 집착한 중국무협극의 "동어반복"의 연장선상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가장큰 이야기 축인, 파검과 비설의 사랑이야기는 여러각도로 노출되어 있지만, 깊은 울림을 내지 못한채 마무리 되어 버린다. 장이모는 경이로운 비쥬얼에 집착하느라, 영화가 반드시 품어내야만 했던 "철학"을 놓쳐버렸다.
(나는 이순간 와호장룡의 무당산 안개속으로 사라진 "용"의 모습을 왜 떠올렸을까?)

새로운 포맷의 무협극을 탄생시킬 의도가 아니었다면 누가 "영웅"이며 누가 "영웅"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한 감독의 개인적인 의지와 역사를 정의내릴 잣대가 움직여주었어야 했다.
(영웅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감독의 교훈적인 뉘앙스는 참을수 있다. 문제는 장이모가 내린, 영웅에 대한 가치기준이 스스로에게 조차, 너무나 모호하다는데 있다. 잣대가 확립되지 않은채 정의를 내린다는 사실은 "거짓"이며 "위선"이다.)
나는, 감독이 내린 잣대가 철학으로 승화되는 순간 그 힘이 영화를 이끌어 영웅을 탄생시켜 주길 바랬다. 그러나 영화는 결코, 한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결국, 산자와 죽은자 혹은 지킨자와 지키지 못한자 사이에서 부서져버린 무사들의 이야기를 "論(논)"할 잣대를 탄생시켜내지 못한채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웅의 색채를 컬러로 할것인가 흑백으로 할것인가? 라는 질문에 장이모는 "컬러"라는 막힘없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 그 결정의 결과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다면 그는 만족할것인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논해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물론 그가 5세대 감독이라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리얼리즘계의 영화를 만들어내야 할 하등의 이유는 없지만 말이다.)

나는 와이어가 끊어져버린 흑백의 영웅을 기다려왔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삶에서 컬러가 무의미해지는 절묘한 순간이 있지 않은가.
장이모우의 책상서랍속동화속에 나오는 "장휘거"의 눈물어린 페이스클로즈업이 간절히 그리워 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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