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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인가, 큐브1, 정말 무섭게 봤던 기억이 난다.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몇몇 등장인물만 나왔는데도, 그 세계는 너무나 넓고 광대하고 두려운, 알 수 없는 미지로 가득찬 그런 세계였다. 바로 옆방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세상과 사람 사이에 둘러싸인 채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공포가 전작을 이끄는 힘이었다. 지난번 시사회에서 보게된 큐브2는 확실히 1탄과는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시간이 흐른 만큼 뭔가 더 사이버틱해지고 물리학적인 설정이 덧붙여졌다. 하지만 폐쇄된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사이코 드라마적인 공포는 전작에 못지 않다. 1탄이 신선한 발상에 다양한 위기 숨막히는 전개로 사람들을 매료했다면, 2탄은 신선감은 좀 덜하지만, 훨씬 정교한 설정에다 스토리전개 전후를 명확하게 밝혀 이해가 쉬운, 그래서 더욱 무섭게 느껴진 영화였다.
등장인물들의 설정에선 1편과는 달리, 서로 좀더 개연성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초반엔 잘 알 수 없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거대기업의 음모에 관련된 사람들로 하나둘씩 밝혀진다. 내가 가장 무서웠던 점은, 그들이 스스로 한 일로 인해 자기자신을 영원한 미로에 가둬버렸다는 소름끼치는 설정이었다. 그건 단지 영화안의 인물들 얘기가 아닌,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집단에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집단은 조직화 거대화되면서 권력을 이양받아 집단자체가 주체가 되고만다. 지금 이 세계는 그 거대화된 집단의 이익에 따라 환경파괴, 전쟁, 온갖 음모가 진행되고있지 않은가? 미국 부시대통령의 전쟁야욕은 거대 에너지기업과 군수산업자의 이익을 쫓아, 세계각지 약소국민들의 피와 살을 쥐어짜 석유를 빨아먹으려하고 있다. 영국의 블레어처럼 그 전쟁의 팥고물이라도 주워먹으려는 각다귀같은 각국 정부수반들은 또 어떤가. 이 영화의 축을 이루는 설정이나 상황이 지금의 세계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설정에, 나는 다시한번 소름이 끼쳤다.(물론 영화에선 실체세력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진 않지만) 사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특별히 악한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그 식인귀 탐정은 예외일지도;) 모두가 저마다의 위치에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며 나름대로 살아온 사람들일 뿐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모두 다 무관심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뭐가 옳고 그른지 방향감각을 상실했다. 자기 발밑이 늪에 빠져드는데, 그 늪을 자신이 팠다는 것도 모른다. 그 결과, 거대하고 소름끼치는 죽음의 미로를 만들었고 자신의 자유의지나 인권은 거대권력에게 유린당한다. 기계의 나사처럼, 필요없어지면 언제든 버려지고 내동댕이쳐진다. 그것을 자승자박이라 비웃을 수가 없는 것은, 나또한 저들과 비슷할지 모른다는 섬뜩함일지 모른다.
사람이란 끊임없이 도전하고 전진하는 존재지만, 그 방향을 잃었을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수 있을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다소 형이상학적 배경마저 지닌 가상의 영화지만, 대체 등장인물들과 우리가 뭐가 얼마나 다른지.....이 영화를 보면서 몸서리가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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