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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먼지 쌓인 앨범을 펼쳐보듯,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 클래식
lchaerim 2003-01-25 오전 5:23:53 1958   [14]
필자는.. 실로 오랜만에 멜로라는 장르의 영화에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늘 공허했던 가슴 한구석을 채울 수 있게 해준 이 영화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 영화는 다름 아닌, 1월 30일 개봉 예정인 <클래식>이라는 영화이다.

그 영화의 특색은 1968년의 과거와 2002년의 현재를 오가며, 두 가지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으로, 과거는 우연적인 만남이 주가 된다면, 현재는 필연적인 만남이 주가 된다. 그 사랑이야기가 왜 그토록 필자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는지를 밝힌다면,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길게 쓸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장담하고 싶은 것은, 한번 보게 된다면.. 절대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유치하다고 결론지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유치해서 그 영화가 좋아질 수 있다. E-mail과 즉석에서 ‘사랑’이라는 표현을 마구잡이로 쓰는 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겪을 수 없었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안타깝고도 잔잔한 사랑법이 보여 진다. 준비물로는 펜과 잉크, 편지지가 있으며, 마치.. 시를 쓰듯, 간드러지는 문구와 어체들로 이루어진 러브레터로 서로를 확인하는 그 사랑법. 바로 영화 제목처럼 ‘클래식’ 하다고, 표현한다면 설명이 다 됐을까...

멜로 영화라는 것이 뻔한 공식이 있고, 답도 늘 그게 다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영화 볼 때, 수박 겉핥듯 알맹이의 달콤함은 모르고, 그저 껍데기에 뿌려진 농약의 쓰디 쓴 부분만 맛을 본 것과 다름없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수학은 늘 고정답안과 공식으로 이루어진 정석이 있지만, 우리는 답을 얻을 때, 그 공식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우회를 한다거나, 쉽게 해답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을 사용할 수도 있고, 공식을 이용하여 창의적인 생각으로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영화 <클래식>도 여느 멜로 영화랑 다를 바가 없다. ‘해피 엔딩’이라는 뻔한 정답이 우릴 기다리고 있지만, 그 정답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공식은 서로 다를 것이다. 그 공식을 이용하여 관객들은 정답을 유추해 낼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정답은 아니더라도... 창의적인 결론을 지을 수 있을 거라 필자는 확신한다. 그리고 여느 멜로 영화와 다를 바가 없는 이 영화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영화에서 두 가지 커다란 믿음의 산물을 얻었다.
첫 번째는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었다. 고전(춘향뎐)과 현대물(후아유)을 오가며,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랑법을 전달하고 있는 ‘조승우(1968년 준하 역)’와 이에 못지않게 근 1년여 동안 TV 브라운관(대망)과 스크린(연애소설)을 오가며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냈고, 덧붙여서 이번 역할처럼.. 과거와 현재 사이의 1인 2역이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훌륭히 수행해 내어 그 연기력이 한층 물이 올랐음을 증명한 ‘손예진(1968년 주희 역, 2002년 지혜 역)’이었다.

그리고, 주연배우들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고, 몇몇 장면에서는 오히려 그들을 능가하는 연기력을 보여준 그들... 신인이라는 핸디캡을 깨부수고 영화에 빛을 더해준 두 명의 연기파(?) 배우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였다. 1968년 ‘준하’의 친구이자 이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배역인 ‘태수(이기우 분)’와 2002년 ‘지혜’의 깜찍한(?) 친구로 등장하는 ‘수경(이상인 분)’은 이 영화의 첫 번째 재산이었다.

두 번째는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곽재용’ 감독에 대한 믿음이었다. 전작 <엽기적인 그녀>로 전국 500만 신화를 쏘아 올렸던, 그 감독이었기에 혹시나 이번 영화도 가벼운 터치의 로맨틱 코믹물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은 큰 오산이었다. 자작 시나리오에서부터 영화에 삽입되는 감미로운 음악의 선곡, 더 나아가 영화에서 비춰지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배경들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영화 <클래식>은 그의 센스로 똘똘 뭉친 또 하나의 역작으로 평가받아도 과언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감독 본분으로 돌아가서 각 배우들의 면면들을 조절하여 과거의 우연을 현재의 필연으로 부드럽게 연결시켜주는 그의 연출력 또한 돋보이는 능력이었음을 필름 릴이 돌아가는 132분 동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영화를 보고 난후, 바쁘다는 핑계로 요 몇 년간 한번도 들여다보지 못한 다락문을 열어보았다. 먼지가 한 움큼은 쌓여있는 오래된 앨범과 이제는 CD와 MP3로 인하여 듣지 않고 있는 카세트 테입이 보였다. (몇몇 다락이 없는 가정은 필자가 한 일을 할 수 없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 이젠 잊혀진 물건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는데, 혹시나 <클래식>에서의 ‘지혜’처럼 내게도 필연으로 연결되는 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꺼내어 추억을 떠올려 본다.

이 글을 읽게 되는 여타 관객 분들도 이러한 점들을 미리 상기하여 <클래식>을 감상한다면, 그저 그런 멜로 영화가 아닌, 가슴속에 아련히 새겨지는 추억의 앨범과도 같은 영화가 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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