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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이유없이 죽고 싶어 본적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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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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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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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3 오후 12:17:51 |
1591 |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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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을 기억하십니까? 그날 그는 외국에서 돌아오는 애인을 마중 하기 위해 공항으로 나갔습니다. 입국장 가로대에 서서 나오는 사람 을 하나하나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멈춘 것은 바로 옆에 서 있는 여성. 우연히 마주친 그들의 시선은 그들의 생활을 송두리째 뒤흔들 어 놓고 말죠. [정사]에서 이겨낼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철문에 머리 를 박아대던 우인이 이제는 빨간머리의 그녀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 사무소 직원으로 변신했습니다.
사실, 전 아직도 모르겠어요. 우인이 정말로 아야를 사랑한 것일 까요? 아니 아야 이전에 미아부터 사랑하긴 한 걸까요? 마치 평온 한 집안에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빨간 공처럼 우인의 생활에 들어 온 미아는 사랑 이전에 하나의 분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흘 려버리는 그 모든 것에 대한 하나의 열망이진 않았을까요? 우인은 손가락이 다치고 찧어서 붉은 피가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감각을 잃은 손가락에 관심을 두고 쳐다보게 됐던 것처럼, 매일같이 똑같아 서 무감각해진 생활 속으로 들어온 붉은 머리의 미아와 아야를 보 고서야 비로서 자신의 삶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것이죠. 삶 속에서 그가 잃어버린 그 무엇인가를 찾으려던 우인의 본능이 그들과 그의 삶을 이어준 것이겠죠.
이 영화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이정재의 연기가 가장 눈에 띕니다. 게슴츠레한 눈, 멍한 표정, 지겨워 미치겠다는 기색이 역력한 삶의 태도를 가진 우인 그 자체거든요. [순애보] 속의 그를 보고 누가 핸 섬가이 이정재라고 말하겠습니까? 한때, <바라본다, 응시한다, 노려 본다> 이 세 가지 연기도 힘겨워하던 [모래시계]의 보디가드는 그 어디에서도 그림자조차 느낄 수가 없습니다. 취미로 동사무소를 다 닐 정도로 한심한 남자를 그만큼 잘 연기할 사람도 없긴 하죠. 감독 말대로 동사무소에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장동건이나 정우성은 왠지 감이 안 오니까요. 망가짐 속에서 빛날 수 있다니 재밌는 일이 죠. 요즘 보니까 마치 김민희가 여자 주인공처럼 나오는데 김민희의 역할은 [카라]에서의 김희선 비중 정도입니다. [카라]가 김희선 영 화인줄 알고 봤다가 김현주에게 안쓰러움을 느꼈던 추억 아닌 추억 이 떠오르더군요. --a;;;
솔직히, 영화는 좀 지루합니다. 서울과 도쿄라는 떨어진 공간 사 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아주 동떨어지게 이야기가 진행되거든 요. [접속]은 주인공이 만나지 않더라도 컴퓨터를 통해 서로 의사소 통이 이루어지지만, [순애보]는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존재에 대 해 어떠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인식 없이 각자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정사]처럼 구체적인 사건이 있는 멜 로도 아니고 너무나 일상적인 평범을 담고 있구요. 설상가상으로 시 간은 2시간. -_-;;; 그런데... 전 이상하게도 지루한 가운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괜찮다.”라는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재용 감독의 영화 색깔이 뭔지 감이 잡혔고 자신의 뜻을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었거든요. 옆에 사람들이 지루해 미치겠다..라는 표정을 담고 있는 데 왜 제 얼굴엔 미소가 들었는지… 6--??
조금만 더 짧게 만들고, 한∙일 합작이라는 거창한 명분만 없었더 라면… 유머가 더 담겨있었다면 영화가 훨씬 더 좋았을 꺼 같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낯선 공간, 낯선 이에게서 나와 같은 외로움을 느낀다는 거. [순애보]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느낌에 비해 많이 건조 합니다. 그러나, 외로움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아무런 이유없이 죽고 싶어 본적 없어요?”라는 질문에 “있어요.-_-”라고 대답하신 분이라면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꺼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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