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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간첩] (수) 인물로 본 이중간첩 이중간첩
helpmeoo 2003-01-29 오후 7:53:35 1347   [4]
[이중간첩] 인물로 본 이중간첩



림병호는 누가 보낸지 알 수 없는 킬러에 의해 총 한방으로 살해된다. 그리고, 화면은 곧이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그래도 아직은 행복한 임신한 윤수미를 클로즈업한다. 마치, 지금까지 북한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이념이 하나씩 무너져가듯 림병호는 위태위태하던 삶을 그렇게 허무하게 잃어버렸으며, 북한이 죽어가는지도 모르는 채 막연히 통일을 기다리고 있는 남한을 표방하듯 윤수미는 그렇게 림병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이념적 대립이란 보편적이라기보다는 현실적 인식의 바탕 위에 선 새로운 시도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마땅할 것이다. 그 현실이라는 이념적인 상징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네 인물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1) 림병호

이중간첩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림병호란 인물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체자인 동시에 어느 한쪽의 이념에 속하지도 않은 이단아다. 원래는 인민공화국의 충실한 당원으로서 중무장된 간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이 변하듯 림병호의 주변상황은 차츰차츰 변해가면서 결국 <생존>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그의 이념을 잡아먹어 버린다. <생존>이 <신념>을 이기는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미덕이자 악덕일 것이다. [영웅]에서의 전제주의사상이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개인화되어 그것의 옳고 그름을 관객에게 미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철저하게 개인적이다. 개인적이라는 것은 림병호란 인물 역시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세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정보를 팔아 도피를 하게 되지만, 그것이 남한과 북한 어느 쪽을 위한 것이 아니고 철저하게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데에 있다. 결국, 자신의 원래 목적이었던 남파임무는 <생존>이라는 처절한 사투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존>에 대한 욕구는 상부의 연락채 윤수미에 의해 부추겨지게 된다.

2) 윤수미

원래부터 남한에 살던 사람. 누구보다 자유에 대해 잘 알고, 남한에 대해 잘 알면서 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간첩이 된 그녀. 하지만, 림병호를 만나는 그 순간부터 그녀의 삶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물론, 영화에서 림병호와 윤수미가 서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멜로를 그려 환타지적 요소를 부추려 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사실적인 분위기를 묘사하려는 데에 힘쓰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멜로는 매우 뜬금없어 보인다. 하지만, 림병호가 자신의 주체적인 신념보다는 개인적인 안전과 생존을 위해 도피하는 데에는 이들의 멜로가 필수적이다. 윤수미가 없다면 림병호가 도피해야 하는 이유가 설득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즉, 윤수미는 당원이라는 형식적 주체만 있을 뿐 실제적으로는 림병호가 생존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객체로서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 국가의 이념적인 대립을 대표하는 송경만과 백승철의 연결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즉, 윤수미라는 존재는 영화에서 뚜렷한 사상을 가지지 않은 모호한 인물이지만 그 자체가 영화의 필연적 모티브로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3) 백승철과 송경만

남북한을 대표하는 사상적 주체로서의 이들은 모두 림병호를 신뢰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림병호를 난처하게 만드는 결정적 인물들이기도 하다. 송경만이 공작을 하다가 발각된 시점에서부터 이 영화는 멜로와 스파이영화로서의 입지를 처절하게 발휘하는데 림병호가 난처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송경만은 끝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로 인한 여파는 일파만파로 번져 결국은 림병호의 정체가 탄로나게 된 경위가 되었으며 마지막까지도 림병호를 의심하지 않았던 백승철은 덤덤하게 림병호의 행위를 지켜보기만 한다. 영화에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송경만의 경우 림병호가 끝까지 남파공작원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란 믿음으로 자살을 했을 것이며 백승철의 경우, 림병호가 비록 몇 년 동안이나 남한을 속여왔지만 그래도 남한을 위해 귀순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즉, 백승철과 송경만은 모두 림병호에 대한 믿음이라는 전제 아래,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것이고 림병호의 죽음은 남북한 모두를 배신하고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찾아간 배신감에 대한 보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킬러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어느 쪽이 보낸 것인지) 그것을 증명한다.

이 영화가 주는 다소는 느슨한 멜로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차치하고 본다면 이 영화는 분명히 현실적 인식에서 비롯된 잘 표현된 한편의 드라마다. 비록, 인물에 할당된 역할이 지나치게 축소되었을지라도 그것을 발견해내는 과정에서의 필연적인 유기성은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오락적이지는 않지만, 국가적인 이념과 개인적 주체의 대립이라는 꼭 진부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이 영화가 주는 문제의식은 분명히 생각해 볼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면서, 자메이카의 한 고층에서 바라본 하늘 아래 가득찬 빌딩들은 넓은 마음과 열린 마음을 가지고 저 빽빽히 들어찬 개개인의 자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종용하는 하는 듯 하다. 잘하면, 사색과의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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