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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홍콩느와르의 추억 클래식
neomiboy 2003-01-30 오전 11:13:41 893   [0]
*무간도(無間道) - 맥조휘&유위강作
 
개봉 : 2.21 / 별점 : ★★☆ / 장르 : (홍콩)느와르

20자평 : '부활'은 조금 성급하고, 10년전 홍콩느와르의 '추억'정도.


내가 경험한 세대는 아니었지만, 나의 한 10년쯤 '형님'들은 홍콩영화 한 편쯤은 보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한 때 남자들 사이에서 대유행이었던 '성냥개비를 입으로 콧구멍에 찔러넣기'의 고수 주윤발이 나오는 <영웅본색>을 필두로, 또 다시 대박을 기록한 '오우삼&주윤발'의 <첩혈쌍웅>,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오천련과 유덕화의 <천장지구>까지... '느와르'의 행진은 화려했고 빛났다. 또, 이때 홍콩영화의 부흥은 오우삼과 주윤발에 헐리웃 교두보가 되었고, '홍콩느와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실로 엄청난 성과이며 세대차이가 나는 요즘의 젊은이들조차도 보고나 들어보기 했을 정도의 인지도 또한 높았다.


허나 세월은 흘러 강산이 변했으니 왠지 모르게 비디오가게 한켠에 놓여져 있는 홍콩영화의 비디오 케이스는 조잡하고 낯설어 보인다. 그때의 영화들이 작품성이 떨어져서가 아니고, 단지 이제는 유행이 지나 촌스럽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흘러간 느와르물이 구석이라도 자리 잡을 수 있는건, 아직도 홍콩영화의 스타로 군림하는 '유덕화','양조위','장국영'....'주윤발'등의 전성기때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느와르'를 즐겼던 30대 영화광이라면 아직도 그 조잡한 케이스를 들춰보기도 한다.


정확한 시점을 알 수는 없지만, '홍콩느와르'는 퇴보를 하기 시작한다. 바톤을 이어 받은건 <동방불패>,<황비홍>등의 눈만 아프게 만드는 와이어 액션과 '이연결'같은 배우를 발굴한 '무협영화'와 무협영화의 틈새사이에서 버티던 하지만 언제나 존재하던 '왕가위'감독 같은 작가주위 정신이 투철한 영화들이었다.(난 아직도 홍콩영화는 '왕가위'밖에 모른다;;) 훗날, '홍콩느와르'의 계보는 묵묵히 이어지긴 했지만 전성기시절의 부활을 알릴만한 신호탄은 없었다. 몇몇 영화인들이 홍콩영화하면 떠올리던 '홍콩느와르'의 퇴보는 홍콩영화계에는 적색신호였던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번 <무간도>의 시사회에서 써 붙인 '홍콩느와르의 부활'과 '新개념 느와르'란 말, 역시 그간 퇴보했던 '느와르'를 되살리기 위함이 아니었나 사료된다.


적어도 그간 '홍콩느와르'에서 받던 느낌은 '비장미'였다. 비참할 정도의 캐릭터 설정과 주인공이 겪게되는 극한 상황의 경험은 우리에게 남자의 비장미를 철저히 인식시켜왔다. <무간도> 역시 '홍콩느와르'답게 '비장미'의 계보를 잇고 있다. 형제 같던 두 남자가 경찰학교에 입문하면서부터 꼬이는 운명, 그 안에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며 고뇌하고, 서로의 운명을 알았을때의 선택까지도 영화안에서 남자들의 처절한 운명은 그간 퇴보했던 '비장함'을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유덕화'와 '장국영'을 햇갈리는 나로서는 홍콩영화를 접한다는건 굉장히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잘생긴놈은 그놈이 그놈같이 보이는 이 놀부심보는 '양조위'에게만은 해당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멋지게 겉멋으로 승부하는 홍콩영화의 여느 배우들과는 틀리게 '양조위'는 그의 내면에서 나오는 진한 멋과 출중한 연기력으로 중무장한다. 아직도 <씨클로>의 갱을 잊지못하고, <화양연화>의 차우, <중경삼림>의 실연당한 경찰관까지... 그가 찍었던 영화만으로도 충분히 검증되는 그의 무기들은 화려하지만 경박해 보이기까지 하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는 '화력 좋은' 무기임에 틀림없다.(깐느에서도 인정했지 않은가..) 이번 <무간도>의 '진영인'은 그에게 부족함이 없는 역이다. 선과 악을 오가는 복잡한 캐릭터 설정 때문에 햇갈리기는 했지만, '선의 탈을 쓴 악인 유덕화'의 정체성 찾기보다는 진정으로 인간미 넘치는 '진영인'이 그에겐 더 어울렸다.


위에서 언급한, 두 남자의 엉킨 운명처럼 설정자체에 다소 무리가 간 듯 보인다. 그간 '홍콩느와르'에서 보여줬던 단순한 스토리에서의 탈피를 위해 불가피했던건 인정하나 너무 엉켜버린 설정에 다소 산만함이 보인다. 설정자체에 무리가 가긴했지만, 그래도 탄탄한 시나리오 탓에 잘 이끌어 나가기는 했지만 말이다.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무간도'의 의미는 불교의 18단계의 고통 중에 맨 처음에 오는 고통을 의미하는 '무간지옥(無間地獄)'이다. 고통의 길에 접어든 그들이 보여준 비극과 비장미는 영화에 시나리오 때문에 더욱 빛나 보이기도 했다.


조금 차이가 보이기는 하는데, 뭔가 신선한 느낌이 없다. 스토리 구조나 설정이 조금 탄탄(?)해지고, 역시나 시간이 지나도 빛이 나는 홍콩의 두 스타급배우의 열연도 좋았지만, 또 느와르의 공식 역시 잘 대입했지만 이건 전에 보여줬던 느와르의 '추억'일 뿐이다. 물론 묵묵히 계보만을 이어가던 '홍콩느와르'를 간만에 떠들썩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부활'을 운운할 정도는 아닌거 같다. 이번 <무간도>를 통해 다시 한 번 '홍콩느와르'의 '부활'을 꿈꾸기는 했지만 '추억'정도 선에서 만족하고 다음에는 꼭 '부활'하기를!


1/6....... spirit by Ath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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