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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도망자>걱정과 안심이 뒤섞인다. 블루
tillus 2003-02-03 오후 5:58:07 645   [1]
<쉬리>의 독무대가 자취를 감추고, <미이라>를 비롯한 할리우드 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었던 1999년 여름.. 정우성과 최민수 간의 대결이라는 이름 하에 극장에 내걸려 같은 날 개봉했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절반정도밖에 관객을 끌어 모으지 못했었던 국내 최초의 잠수함 영화 <유령>, 흥미롭게도 90년대에 들어서 20세기가 가기 전에 여름방학이라는 극장 성수기 시즌에 한국영화의 정면 돌파가 어느 정도 먹혔던 첫해이자 마지막 해이기도 했다. 그리고 4년이 흐른 2003년 현재.. 그 뒤를 이을 또 하나의 잠수함 영화 <블루>는 99년 작 <유령>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영화임에는 자명하지만, <유령>의 불확실했던 성공에 가려 관객들의 기대심리가 밑바닥을 해매고 있어 자칫 또 한번 저 깊은 바다 속으로 침몰할 가능성을 다분히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만 만들어졌다면 기대 이상의 영화가 될 가능성도 크다.
영화에 전혀 기대를 가질 수 없었던 이유는 또 있었다. 주연 배우 두 명이 하나같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아서였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연기력은 둘째치더라도 그 배우들의 색깔과 스타일이 너무 싫었었다. (지금도 별로 마음엔 들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관람한 영화 <블루>는 그런 선입견들을 조금은 물리쳐 줘서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시 걱정스러운 먹구름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의 <유령>이란 영화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밀린 이유가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무겁고 진지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루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여성 캐릭터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엔 다소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할리우드 영화가 판을 치던 그 시기에 그 정도의 흥행력을 선보였던 것은 한국 최초의 잠수함 영화라는 것과 정우성이라는 인기스타의 출연으로 인한 성과였던 것이다.
전편의 그런 문제점들과 현재 관객들의 영화관람 취향 역시 철저히 고려한 영화 <블루>는 지루함이라고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고, 신현준의 걸쭉한 재롱(?)으로 인해 폭소도 일으키게끔 한다. 그리고 그다지 여성스럽지는 않지만, 신은경을 비롯한 여성 캐릭터의 등장도 반갑기 그지없다. 이런 방법들이 관객들의 입맛에는 피자헛의 엑스트리마요, 베니건스의 몬테크리스토일지는 모르겠지만, <편지>에서 보여줬던 애달픈 사랑으로 인한 눈물과 마음속 장중한 고난을 느끼기에는 영화가 깃털처럼 너무 가벼워만 보인다. 그것은 또 ‘잠수함’라는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를 가진 소재와도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만큼은 적절한 교합이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뒤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한참 진지하다가 난데없는 유머를 발산해 허탈감을 주기도 하고, 한참 재미있는데 갑자기 진지해져 순간 당황케 만들기도 한다.
또한 <블루>는 한국영화가 “한국 고유의 맛을 점점 잃어버린다.”라는 듯한 느낌도 전달 받는다. <쉬리>가 당시 꺼져가던 한국영화에 불씨를 다시금 활활 타오르게 한 장본인이기는 하지만, 그로부터 시작된 할리우드 모방하기는(한국형 블록버스터라고 굳이 이름 짓는 이유가 뭘까?!) 한국영화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베끼기에만 급급했고, 오직 돈벌기만을 위한 상업적인 수단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아서 예술적인 영화와 문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는 상상이상의 아쉬움만을 남겼다. <블루>역시 한국 특유의 예술적인 가치로 성장하기에는 많은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낸다. 물론 그런 가치들을 전부 다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최소한 엑스트리마나 몬테크리스토 같은 입안에서만 즐거움을 표현하는 맛이 아닌, 마음속 깊은 곳까지 찬란하게 우러나는 그 어떤 음식의 맛을 보여줬다면 끝내 입안이 느끼해지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어설프기만 한 컴퓨터 그래픽도 한몫을 했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흔듦으로 해서 침몰하는 잠수함을 다 표현하기에는 너무 벅차 보인다. 침몰하는 잠수함 따로, 흔들리는 카메라에 어지러워하는 배우들 따로.. 그 두 가지의 모습이 전혀 매치가 안 되는 것도 김을 빼버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잠수함이라는 소재가 너무 한정적이라는 것도 문제가 될 수는 있다. 할리우드에서 잠수함을 비롯한 해양액션 영화를 만들었다면 기술력의 차이가 큰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미국이 백년 조금 넘는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일지라도 전쟁을 비롯하여 바다 위나 바다 속에서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들을 겪어 그 소재가 무궁무진 할 것인데, 한국은 반만년이라는 기나긴 역사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이점을 차지하고서도 바다에서 뭔가 일어난 일들과는 거리가 멀어(이순신 장군 설화를 영화로 만들면 모를까?!) 외부와의 접촉이 아닌, 내부의 갈등밖에는 표현을 못했을 수도 있다. <유령>에서도 일본 잠수함과의 충돌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못하고, 냄새만 그럴싸하게 풍겼다. 그렇다고 한국이 태평양에서 제 3차대전을 일으킨다거나 애꿎은 중국과 일본이랑 싸움을 붙을 이유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내부의 문제나 200해리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난 일들만을 소재로 삼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마지막 결말 또한 진부함을 감출 길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해양액션이라는 한정적 소재의 영화를 이정도 까지 라도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글쎄.. 그건 아무래도 관객들이 직접 관람하고 판단해야할 몫인 것 같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질 가능성도 있다. 2001년에 <공동경비구역JSA>라는 영화를 둘러싸고 일어난 사건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JSA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영화가 실상과 너무 동떨어져 그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준다고 소란을 피운 것 같이 <블루>에서 역시 해군에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게 표현이 되어있어 또 한번 비슷한 일을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것이 진정 사실일지언정 너무나도 적나라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고, 군대욕설역시 웃기기는 하지만, 감독이 너무 쉬운 길을 선택하는 것 같아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출연배우들을 별로 좋게 생각은 안하지만, 연기만큼은 나무랄 데 없이 잘 소화해 냈다고 본다. 그중에서 신현준이 어깨에 힘을 많이 뺀 것이 가장 보기 좋았다. 그래서 허울에 빠져 혼자서 허우적거리는 연기를 보이지 않았고, 주변과 대체적으로 잘 어울려 나름대로 담백함을 보이기도 했다. 최민수의 외모와 목소리를 연상케 하는 김영호 역시 베터랑 연기자답게 사납고 무뚝뚝하면서도 한 여자를 짝사랑해 간절함을 드리우며 애타하는 역에 잘 어울렸고, 신은경도 남성다운 매력을 한껏 선보임과 동시에 사랑에 한없이 목말라하는 여 교관을 무리 없이 잘 연기했다. 개성간한 조연들의 출연도 괜찮았지만, 류수영의 캐릭터는 왠지 모르게 혼자 붕 떠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쨌든 간에 <블루>는 많은 장점이 포함된 영화인 동시에 우려스러운 문제점들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점들을 얼마나 잘 간파하느냐가 영화의 생사를 달리할 것인데, 그 결과가 매우 궁금해진다.

<도망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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