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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시류편승의 맹점찾기. 동갑내기 과외하기
rose777 2003-02-04 오후 5:38:19 729   [2]


근간의 몇몇 한국영화들은 만화적표현에 커다란 관심을 의도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동시대성(이것이 함정이다!)을 강하게 피력하기 위해 번뜩이ㅡ는 화면속에서 주인공들에게 과도한 액션과 그간 관객이 보아오지 못했던 상상력의 가능성을 만화적표현법으로 거침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이제 나에게 천편일률적인 상술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3년전 (2000년.) 관객의 허를찌르는 상상력으로 충무로에 이변을 낳았던 봉준호감독의 [플란다스의 개]는 최근 충무로가 시달리고 있는 "만화적상상력"의 압박, 혹은 그 한계선의 훨씬 너머에 서서 (그당시) 낡은 상상력으로 뭉쳐진 한국의 상업영화를 멋지게 비웃어준적이 있다. 그것은 충격이었으며 변혁이었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 영화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저주받은 걸작에 봉준호감독의 [플란다스의 개]를 당당하게 포함시키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여하튼. 최근 한국영화들이 선보이고 있는 이러한 경향들은 색다른 구미를 당기는 감칠맛과는 동떨어진, 늘 같은 상에 올라오는 쉰 반찬맛이 나기 시작하기에 나는, 우려된다. 만화와 인터넷에 열광하는 세대들에게 동시대성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자위하는 마케팅전략은 이제 더이상 새롭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동어반복의 선상에서 언급되고 ㅡ 생산되는(진정, 이것은 생산으로 비춰진다.) 한국의 상업영화 시장의 이상한 기류는 진정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급변하는 기류에 몸을 싣고 움직이기에 아직도 영화들은 자신의 색채를 "창조"해 낼만한 (이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인데도 말이다.) 여력이 보이지 않기에 그 시도는 위험해 보이다. 이것은 대단히 소비지향주의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편의 영화가 생산되기까지 들여야 하는 그 커다란 공을 생각한다면 이제 우리 영화들은 급변하는 기류만을 쫓을것이 아니라(물론 , 그 기류를 완전히 무시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신만의 색채를 "창조"해내는데 더욱 주력해야 할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동갑내기과외하기는 그러한 "창조"라는 측면의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어 보인다. 2년전 유명했던 인터넷연재물이 그 근간인데다가 대부분의 관객들이 예상할만한 뻔한 줄거리와 결말을 준비해놓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영화는 뻔한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캐릭터라이징 작업에 남다른 고심을 한 것 같아 귀여운 구석이 많다. 주인공 수완(김하늘)과 지훈(권상우)의 캐릭터는 그간 한국영화에서 늘 상 보아왔던 캐릭터들과의 차별화작업이 뚜렷이 되어있다.(이것은, 원작 연재소설과 많은 차이가 있다. 각색의 힘.) 또한, 이야기의 구석구석에 장치되어 있는 인물들의 진심은 보통 혹은 그 이상으로 전달되어 밉지 않다. 김 경형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에서 멜로에서 활약할 자신의 앞날에 대한 많은 가능성들을 선보였다. 주인공 수완의 짝사랑하는 선배 시경에 대한 애타는 마음을 그리는 후반부의 스토리라인은 순수하지만 진심을 울리는 여운을 남겨준다. 물론 커다란 공신은 김하늘이다. 그녀의 실수투성이 말광량이연기는 이미 TV드라마 로망스의 선상과 반복되는것이라 그리 새롭진 않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 관객의 심장을 흔들어 놓는 눈빛으로 자신의 슬픔을 역설적으로 꺼내놓을 때 그녀의 진가는 발휘된다. "나 실연당했다우..."라고 반복해서 외치는 그녀의 슬픔은 , 평범하지만 오랜시간 가슴에 기억될 명장면이다. (이것이 명장면이 될 수 있는 사유는 리얼리티와 일상성에 있다. 동갑내기...는 시종일관 과장된 액션과 인물들의 몸동작에 주력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과장하지 않는 정직함을 드러내보여서 마음에 든다.)
그러나 영화는 왠일인지 이렇듯 뛰어난 영화의 장점들을 사장시키는 불편한 단점들을 도처에 깔아놓아 의문점을 배가시킨다. 가장 두드러지는 영화의 단점은 불필요한 에피소드와 액션신의 존재다. 주인공 지훈의 외로움과 갈등이 관객에게 전혀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는 시종일관 지훈과 같은 학교 학생들 혹은 주먹들과의 이유없는(그것은 진실로 이유가 있을지 모르나, 진실로 아무런 이유가 없어 보일정도로 과장되어 있다.)액션신만을 뒤쫓는데 이것은 영화의 흐름을 역행시키며 지루함을 배가시킨다. 지훈이 유학을 그토록 거부하며 이곳에 남길 원하는 순간 혹은 계기에 지훈의 고뇌가 드러나는 부분은 단 한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말안듣는 아이들에게는 매밖에 없다는 식의 우격다짐의 어조로 느껴져 대단히 불편하다. 조기유학경험의 2살이나 나이 많은 지훈이 아버지와 학교 혹은 선생인 수완에게 반항하는 이유는 그저 적응하지 못해서, 공부 따위가 하기 싫어서라는 단편적인 해석으로 일관되기에 관객은 지훈의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조금더 진심이 느껴지는 인물의 슬픔을 투영하지 못한점이 몹시 안타깝다. 이에, 지훈을 둘러싼 조연(학생들)캐릭터들의 상투적인 이미지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끊임없이 지훈을 공격하려 달려드는 인물, 지훈의 돈과 위치를 사랑하는 한 여고생, 지훈의 뒤를 따라 다니는 한국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우스운 조연등은 그저 "시끄러운 소리"만 낼뿐 어떠한 역할도 해내지 못해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표정연기등이 불편함을 느끼게 해줄뿐이다.

이에 반드시 논의하고 지나쳐야 할 영화의 "맹점"을 언급하지 않을수 없는데, 그것은 바로 시종일관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지훈을 둘러싼 가정환경이다. 카메라는 줄곧 지훈의 집을 조명하는데 급급한 한편, 수완이 왜 그만큼의 고통을 견뎌내면서까지 그 과외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진심과 수완의 가정환경에 대한 언급자체를 외면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묻고싶다. 그 끊임없는 장애와 고통을 참아내가며 과외를 해나가야 하는 수완의 비참한 심정(그녀는 진정, 알 수 없는 존재들에게 구타까지 당하는데 영화는 이순간 조차 웃음거리식의 폭소로 쉽게 , 아주 쉽게 넘어가보려고 한다. 이것은 가벼움이 아니라 경솔함으로 보여진다.) 그러한 수완의 진심은 들어보려고 조차 하지 않는 가족의 이야기를 왜 언급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물론 영화의 중심축은 두사람의 로맨스이지만, 정작 우리가 울림을 받아야 하는 것은 인물들의 개인적인 갈등의 정서가 아닌가 말이다.
영화는 마치 지훈을 둘러싼 환경자체에 순수한 수완이라는 캐릭터조차 흑심(?)따위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의 자신들만의 편법으로 영화를 끌어나가지만 분명 이순간에 따르는 그 엄청난 부자연스러움은 여전히 미해결상태이다. 지훈의 건방진 그리고 수완에 대한 그 막되먹은 교만함에 "돈"이라는 숙제 때문에 온갖 고통을 참아내고 있는 수완의 모습은 물론, 집안의 어려운 가계의 일부를 책임지려 하는 평범한 여대생의 모습과 닮아있으나 그것은 단지 영화가 만들어놓은 "설정"에 의해 전달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수완의 개인적인 갈등. 이 험난한.(이것은 보통의 것과 너무나 다르다. 인격적 비하조차도 서슴치 않는 지훈의 발언에도 꿈쩍하지 못하는 수완의 존재는 뚝심있어 보인다기 보다 처절해 보여 불편하다.) 과외의 길에 무작정으로 자식을 밀어넣는 수완의 부모를 이기적이라는 표현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납득할수 없는 너무나 많은 궁금증들이 여전히 잔재한다.

영화는 그러니까, 동갑내기가 과외를 하게 되는 계기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까지, 두사람의 짧은 성장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수완은 아직 그녀의 말을 빌자면, 첫키스도 못해본 쑥맥이다.), 상당한 장점을 보이는 반면, 재미와 볼거리라는 측면에 얽매여 있는 감독의 강박관념으로 인해 그저 그런 보통의 상업영화의 기류를 타보고자 기웃거린 주변영화쯤으로 정의되는 것 같다. 만화적 기법을 차용한 몇군데의 뛰어난 발상의 흔적조차, 영화의 재미를 연결시키고는 있지만 결코 배가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만 할 것 같다.
보통의 스토리로 알콩달콩한 잔재미를 노리고 최소한의 몇몇의 관객점유율을 노릴것이냐,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와 화법으로 최소한의 몇몇의 관객의 시선에서조차 외면받을 가능성을 계산하고 만들것이냐. 물론, 나는 당신에게 후자를 추천한다. 언제나 그렇듯. 관객의 취향은 바뀌기 마련이고 타인의 취향에 얽매인 감독들의 강박관념들은 늘 그렇듯. 실패를 불러오기 마련기 때문이다.

네멋대로 만들어라.

그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동갑내기과외하기는 감독 자신의 결정과 취향이 아닌, 시류편승에 안착하기 위한 편법의 가능성이 엿보여 많은 호감이 가지 않는다. 보여진 몇몇의 장점들이 매우 안타깝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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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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