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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도망자>홍콩 느와르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 무간도
tillus 2003-02-17 오전 10:22:03 1932   [14]
 해리포터의 마법 지팡이와 프로도의 절대반지가 전 세계를 판타지의 세상으로 몰아넣던 불과 한달전, 유일하게 내성을 보인 나라가 있었다. 바로 홍콩이란 곳인데, 이유인즉슨 자국영화 한편이 몰고 온 파장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에 할리우드의 쌍벽을 이루는 그 두 영화가 꼬리를 은근슬쩍 감추며 내려앉았다. 그렇다고 완전실패라고 볼 수는 없지만, 자국영화 한편의 힘이 실로 대단했기에 흥행성적이 그다지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중국본토에서의 흥행여파를 그대로 몰고 온 장이모우의 절대 야심작 <영웅>마저 무릎을 꿇고 말았으니, 어찌하여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기이하다면 기이한 현상이요, 당연하다해도 기이해만 보이는 이 사건의 중심에는 <무간도>라는 영화가 있다. 흥미롭게도 <무간도>는 홍콩 현대사회에 입각한 사실적인 영화이고, <무간도>에 무릎 꿇은 세 편의 영화는 모두 판타지의 형국을 띠고 있다. 아무래도 홍콩인들에게는 허무맹랑한 판타지의 세계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무간도>는 홍콩에서의 그 여세를 몰아 한반도 정복에 도전하고 있는데, 얼마나 큰 데미지를 입게 될지 그 파워가 실로 궁금해진다.
<풍운>, <중화영웅>의 연이은 히트작으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유위강 감독과 두말 할 나위없는 연기파 배우 유덕화와 양조위가 힘을 합친 <무간도>는 잠깐 동안 잊혀졌던 홍콩 액션 느와르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예전에야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고, 수많은 아류작들을 배출했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자취를 감추고, 새롭게 등장할 기미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간의 공백을 깨버리고, 홍콩 느와르에 목말라 했던 관객들의 입술을 적셔주고자 등장한 <무간도>는 다행이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다시 한번 홍콩 느와르의 전성시대를 만방에 알렸다.

 역시나 시나리오의 멋진 승리였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매우 깔끔한 스토리와 군더더기 없는 소재들로 인해 영화가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에 전혀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도달했다. 그래서 화려한 액션의 영상미나 기상천외한 말장난이 없어도 관객들을 충분히 영화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이것이 <무간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그 안에서 진영인(양조위)과 유건명(유덕화)의 날카로운 심리전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어느 샌가 손에 땀을 쥐게 되고, 긴장을 늦추지 않게 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놀라운 반전에 일침을 맞는다. 카메라 트릭으로 보여준 마지막 그 반전은 초반 진영인과 유건명의 어린시절의 장면과 겹쳐져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금새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걸 알아차린다. 영화는 절대 거짓말을 안했다. 관객들의 머릿속에 박혀버린 고정관념을 약간 틀어버린 것뿐이다. 최근에 많은 영화들의 진부한 반전에 식상함을 감추지 못한 관객이라면 <무간도>의 반전이 상당히 괜찮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가능성 있는 소재의 선택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현재 홍콩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진 않더라도 매우 설득력 있게 다뤘으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것은 다른 세편의 영화가 허무맹랑한 판타지의 이야기를 끌어들여 관객들의 상상 속을 파고드는 효과와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무간도>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집어냈으며, 무한에 가까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배우들의 적절한 캐스팅도 눈여겨 볼만 하다. 유덕화와 양조위에서부터 시작해 증지위, 황추생, 진혜림으로 이어지는 조연들과의 조합도 잘 이루어졌으며, 연기의 어색함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더욱이 눈에 확 들어오는 배우들이 있는데, 바로 진영인과 유건명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여문락과 진관이이다. 그들의 출연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아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살펴볼 겨를은 없었지만, 외모 상으로만 본다면 빠른 미래에 홍콩을 대표할만한 자리를 넘보는 배우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그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피나는 열정이 뒷받침돼야만 허락되는 자리겠지만, 그들의 성숙된 모습과 발전된 연기력이 기대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듯 한편의 영화가 대박이라는 흥행의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요소가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이 중에 뭔가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영화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한국영화계를 잠시 살펴보자면 이 공식이 꼭 성립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철만나 맛깔스럽지만, 저속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대사들이 난무하고, 배우들의 오버스러운 연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말도 안돼는 픽션을 내보이며 흥행 권자에 도전을 하고 있는 영화들이 대다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상당수가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영화들이 스트레스 해소용품으로 전락했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이 절대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유가 이루어지며, 다방면으로의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인의 특성일지는 몰라도) 그것이 좋다며, 그것이 잘된다며, 그쪽으로만 확 몰려가는 습성이 너무나도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절망적인 것은 앞으로도 당분간 그 습성이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중간첩>의 대박을 그렇게 바랬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물 건너간 꼴이 됐고 앞으로 등장하는 품격 있는 영화에 다시금 기대를 걸어본다.

 <무간도>가 한국영화계의 흐름을 확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계기를 마련해 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왜 이처럼 탄탄한 시나리오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지, 왜 관객들을 놀라게 할 뛰어난 반전을 만들 수 없는지, 왜 주연부터 조연, 단역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룰만한 캐스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지, 한국영화계도 이제는 깨달아야 할 때가 아닌 듯싶다.
홍콩에서 몰아친 <무간도>의 회오리가 한국에서도 그 힘을 잃지 않길 바라고, 한국영화계의 작은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도망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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