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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히 러브스 미] 질투는 나의 힘 히 러브스 미
helpmeoo 2003-02-18 오후 9:40:18 2203   [3]
[히 러브스 미] 질투는 나의 힘


<1>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 살아온 날들을 신가하게 세어보았으니 /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메었으나 /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


<2> 안젤리끄!

미술학도인 안젤리끄는 루이를 사랑한다. 기묘하게도 그녀의 사랑은 완전한 듯 완전하지 않다. 그녀는 안타깝게도 루이를 짝사랑하지만 스스로는 완전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녀는 항상 루이를 바라보지만, 루이는 단 한번도 그녀를 바라본 적이 없다. 이와 같이 엇갈린 운명은 안젤리끄가 얼마나 집착이 강한 여자인가를 보여준다. 그녀의 집착은 잔인하게 묘사되지 않지만, 강렬하고 끔찍하다. 안젤리끄는 루이를 사랑하지 않는다. 다만, 안젤리끄는 루이가 이미 자기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녀의 질투는 살인까지도 서슴없이 저지르게 만들지만, 그녀의 그 모든 행동이 루이에게 있어서는 조연에 불과할 뿐이다. 안젤리끄는 루이를 위해, 사실은 루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 자신을 위해서 많은 사고를 저지르지만 루이는 안젤리끄를 의식하지 못하고 루이 주변의 많은 인물들이 안젤리끄 대신 봉변을 당하게 된다. 질투의 힘은 그렇게 파장이 커져가고 있었다.


<3> 오해

세상을 살다보면, 갖은 오해가 우리를 괴롭히고는 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오해는 더 자주 일어나고 또 그 오해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고 또 입히기도 한다. 루이는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추호도 안젤리끄를 의심하지 않는다. 대신, 주변사람들을 오해해 많은 이들의 빈축을 산다. 그러나 영화는, 사건을 요란스럽지 않게 로맨틱한 모습의 안젤리끄를 표현해 내면서 이 두 주인공을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마냥, 청순하기만 한 안젤리끄가 루이를 괴롭히던 스토커의 정체였음이 밝혀진 순간 루이는 예상 외로 담담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 덤덤하고 안이한 모습은 안젤리끄의 정적을 깨는 한방으로 암울한 모습으로 바뀌고 만다.


<4> 오해가 부른 비극적 행복

이렇듯 영화는 오해가 부르는 비극이 얼마나 큰 비극적 결말을 가져오는지를 살짝 경고해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경고에서 멈추는 것뿐만이 아니라 안젤리끄의 사랑을 옹호하기까지 한다. 영화의 결말에서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벽 속의 루이는 그녀가 정말로 정신병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스럽게 만든다. 이 영화는 어느 순간,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듯 했다. 그 비극이란 안젤리끄가 자신을 몰라주는 루이 때문에 자살을 하고, 루이도 비로소 안젤리끄가 스토커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미덕은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결말을 한번 비틀어 줌으로서 영화에 참신성을 부여했다는 데에 있다.
오해가 부른 비극적인 행복이란 말의 뜻 자체는 모순이지만, 이 영화를 표현하는 데에 가장 적합한 말이 아닐까 싶다. 안젤리끄가 퇴원하는 순간, 루이에게는 비극이 다시 시작되겠지만 안젤리끄에게 다시 행복이 시작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그녀에게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무서운 비극이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커는 사랑하면 안되나? 라는 아주 엽기적인 명제를 암시하듯, 안젤리끄의 스토커적인 청순미는 너무나 세련되기만 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 조금 지나서 생각해 보면 그녀가 정말 끔찍한 스토커였는지 아리송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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