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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물 밑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만 들어도 이젠 무섭다. 검은 물 밑에서
lchaerim 2003-02-19 오전 1:30:42 1444   [9]
무슨, 수자원공사에서 ‘물 아껴 쓰자’라는 홍보 캠페인 같은 제목을 서두에 붙였지만, 사실.. 이렇게 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작년 부천 영화제에서 아쉽게 놓친 한(恨)을 풀어버리듯 정신없이 영화에 몰입하고 있었는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그것을 받아놓은 바가지 같은 그릇에 고인 물 위로 파장을 일으키며 소리를 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몇몇 관객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라는 옛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리 짐작에 의하여 결정지어진 공포였지만, 필자 역시 덩달아서 흠칫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필자의 뇌리에 꽂힌 단 한 문장이 계속 영화 상영 내내 맴돌았다.

남편과 헤어지기 위해 이혼 조정 중에 있는 ‘마츠바라 요시미(구로키 히토미 분)’는 어릴 적 이기적인 어머니 때문에 언제나 버림받은 느낌이었던 자신을 떠올리며 외동딸인 ‘이쿠코(칸노 리오 분)’만은 반드시 자기 손으로 보살피겠다고 결심한다. ‘이쿠코’에 대한 친권을 얻기 위해 ‘요시미’는 제일 먼저 딸과 함께 살 집을 구하는데, 장마철처럼 비가 내리던 날, 새로 입주한 집의 천정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한다. 비가 그친 뒤에도 커져가는 천정의 물자욱은 점점 ‘요시미’ 모녀를 기괴한 사건으로 끌고 들어간다.

공포 영화의 특색은 뭐니뭐니 해도 극장내에서만 들을 수 있는 관객들의 비명소리이다. 그 때만큼은 타인의 영화 감상 기회를 박탈한다고 욕먹을 일은 없다. 그렇지만, 오버성이 짙어서 난이도가 조금 세지면, 사실.. 약간의 항의가 들어올 수 있음을 주의하자. 아무것도 아닌 것에 그렇게 놀란다고 주변 사람이 웅성웅성 한다면, 약간의 핀잔 정도야 받을 수 있지만, 관객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 놀라는 몇몇 장면에서는 속 시원히 털어버려도 좋을 듯싶다.

그 계기를 만들어주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공포 영화를 즐겨보지는 않지만, 가끔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만들고,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충격을 받고 싶을 때가 있어진다. 그럴 때마다 이러한 장르의 영화가 한두 편씩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가 있는데,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검은 물 밑에서>라는 영화 역시, 그 만한 가치를 110% 충족 시켜준다.

통속적으로 공포 영화의 주요 소재는 끔찍한 살인 사건의 재구성이나, 픽션으로 꾸며지지만.. 현실에서는 그 모방범죄가 뒤따를 정도로 인간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파괴본능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에 들어서는 슬래셔, 스플래터(자르고 베고 하며, 피가 흥건히 튀는 공포영화 속의 또 다른 장르)와 같은 영화보다는 인간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무의식의 세계나 잠재의식 또는, 인간의 세계가 아닌 영혼의 세계를 접목시키며, 관객들의 숨을 조여 온다.

그 대표주자로 <링> 시리즈를 감독했던 ‘나카다 히데오’는 자신만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이번 영화 <검은 물 밑에서>도 관객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며, 극도의 공포감을 선보인다. 흐르는 물이 주는 무한의 개념과 아파트라는 한정적 공간 개념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주인공 모녀를 조망하는 그의 연출력은 이제 여느 감독도 따라올 수 없는 내공을 소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 소설을 아직 못 읽어봤기에 무어라 크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나카다 히데오’ 감독은 관객과 함께하는 퍼즐 게임을 시도한다. 그 모든 힌트는 친절히 영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것은 모두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렇다고 문제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계속해서 놀라다 보면, 아마도 영화 전반적 내용을 잊어버릴 수 있기에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기에 또 간과할 수 없는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원작자인 ‘스즈키 코지’이다. 장르를 현대 공포물에 한정하지 않고, 로망스면 로망스... 판타지면 판타지... 모험이면 모험..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하며 작가적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그는, 자신이 1991년 저술한 필생의 역작 <링> 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라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나카다 히데오’ 감독을 만나면서 독자들 사이에서 늘 텍스트로만 머물렀던 반쪽짜리 공포가 시청각이라는 매개물을 삼아 온전한 공포로 탈바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추켜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제 공포 영화의 화두는 바뀌었다. 피 한 방울 안 흘리고도 사람의 마음(심연)의 깊숙한 공간에서 원초적인 공포를 끌어오는 능력을 자랑하는 듀오 ‘나카다 히데오’와 ‘스즈키 코지’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전해주는 동양적 정서인 한(恨)을 매개로 한 작품들은 이제 동양에만 머물지 않고 서양에서도 통하는 공포가 되었고, 올 초에 선보인 ‘나오미 왓츠’가 주연한 <링-US:구별하기 좋게 이렇게 표현하기로 하자>은 그 서막을 알리는 시작점에 불과하다.

앞으로 그들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공포의 세계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필자는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으며, 동서양을 불문하고 관객을 극한의 공포로 몰고 가는 그들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서 만큼은 새로운 공포를 맛볼 수 있음을 여타 영화 팬들에게 감히 추천해 볼까 한다.

(총 0명 참여)
구성이 엉성하고,,, 쬐금 유치했어요   
2003-02-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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