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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hae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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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8 오전 12:0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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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네티즌들에게 질문하나 하려한다. 건방지다고 노여워 마시길 바란다. 질문 들어간다. <금발이 너무해>,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와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이 영화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여러 군데의 인터넷 영화 정보 사이트를 뒤지다 보면 나오는 답이란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는 것과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수입하고 배급하는 회사가 ‘이십세기 폭스 영화사’라는 것이다. 여기에 필자는 또 다른 해답을 내놓을까 한다. 무엇이냐 하면, 바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미국 원작의 영화 제목을 코믹적으로 해석하여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제목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을 원초적으로 갖게 해준다는 것이다. <금발이 너무해>의 원 제목은 ‘Legally Blonde’였고,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Shallow Hal'. 마지막으로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는 'Just Married'이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이렇게 제목부터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시킨 영화들에 대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냥 지은 제목이 아니고, 정말 영화와 영화 속 설정에 잘 부합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들은 수많은 개봉 영화 중에서 생각지도 못한 수확물을 건져 올린 셈이다. 영화를 찾는 일반인들에게서 감독이나 배우의 인지도, 예고편, 포스터 비주얼이 갖는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처럼 조금 유치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는 영화 제목이어서 관객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도 영화의 흥행력에 조금이나마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프닝 타이틀은 올라가고 있는데, 마치 영화 속 내용은 끝이 난 듯,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커플이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당황하지 말자. 영화는 착하게도 시간 역순을 사용하여 그 두 커플의 우연찮은 만남부터 어떻게 결혼하게 됐고, 지금은 왜 이렇게 싸우고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준다.
자.. 우리도 그들을 따라 알콩달콩한 연애담에서부터 최악의 신혼 여행이었던 그 사건을 따라 가보기로 하자.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한 교통방송 리포터 ‘톰 리작(애쉬톤 커쳐 분)’과 엄청난 부잣집 막내 딸 ‘새라 맥나니(브리트니 머피 분)’는 해변에서 우연히 만나고, 서로 한 눈에 반해 불꽃같은 사랑을 키워간다. 그리고 사랑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었던 초짜 커플의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질 무렵, ‘새라’의 아버지와 언니, 오빠들과 정혼자 ‘피터 프렌티스(크리스찬 케인 분)’는 그들의 결혼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바로 훼방 작업에 들어간다. 이미 결혼한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신혼여행을 풍비박산 내어 그 둘을 갈라놓겠다는 작전에 의해 초보 커플은 진심에도 없는 말들을 해가며 서로를 미워하기 시작했고, 결국 둘이 합쳐 하나의 행복으로 가는 출발선이라고 믿었던 신혼여행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악몽의 갈림길이었다. 그들은 화해할 수 있을까...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라고 이미 위에서 설명 드렸다시피, 영화는 당연히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모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의 공식은 바로 그 해피엔딩으로 가는 90여분간의 여정을 감칠 맛나게 그리는 것이다.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역시, 그 공식을 인용했지만, 그 고정되어 있는 수학적 공식으로 해답을 풀었다기 보다 창의력을 발휘하여 또 다른 문제 풀이법을 생각해 내어서 해답을 구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요즘 세대에 누구나가 공감할 만한 성냥불 같은 일회성 사랑이야기에 찬물을 끼얹고, 라이터 불처럼 오래토록 이어지는 사랑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설파하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주연 배우로 열연했던 두 배우를 주목하게 된다. 여배우 ‘브리트니 머피’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돈 세이 워드>, <라이딩 위드 보이즈> 등, 근 2년 동안 줄기차게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 모습을 알렸던 베테랑(?) 배우이며, 최근에는 백인 랩 가수 ‘에미넴’과 함께 공연한 <8 마일>에서도 호연을 펼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영화가 그녀의 이름을 주연으로 당당히 타이틀을 건 첫 번째 영화였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영화 이후 ‘멕 라이언’, ‘줄리아 로버츠’ 이후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여배우가 되지 않을까 당당히 자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 배우였던 ‘애쉬톤 커쳐’는 미국에서는 청춘스타로 인기가 높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에겐 다소 생소함이 묻어나는 배우이다. 이번 영화에 출연하면서 영화속에서처럼 실제로도 ‘브리트니 머피’의 사랑을 따냈다고 하여 헐리웃 이슈를 만들어낸 행운아이지만, 그 역시 여타 청춘스타처럼, 여러 허접 영화에서 얼굴을 파는 것이 아닌, 작품성 있는 영화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쌓아왔다고 자부하기에 두 커플의 미래는 탄탄대로라 하겠다.
미래의 최고 로맨틱 커플이 첫 번째로 호흡을 맞췄던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는 비바람에 흔들릴 수 있겠으나,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우리나라 옛 선조의 이야기 같은 교훈을 남겨주며, 극장 문을 나올 때는 흐뭇한 미소를 남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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