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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지옥일지라도 삶을 선택하겠습니다. 무간도
happyend 2003-03-07 오후 4:33:24 2325   [8]
어렸을 때, 집에 비디오를 들이고 처음 본 영화는 홍콩영화였습니다. 저랑 나이차이가 꽤 나던 오빠는 그 시절 홍콩영화 열혈 팬이었거든요. 오빠랑 같이 봤던 횟수만 따져도 보통이 아닌 [영웅본색]과 [천녀유혼]은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주제가를 외울 정도였죠. 특히나, [영웅본색]은 어린 저에게 그 특유의 비장미로 인해 정말 한동안 그런 비슷한 류의 영화에 푹 빠지게 만들었던 아련한 추억이 있습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인지~ 오랜만에 그때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 영화가 있었으니~ [무간도]랍니다.

텅 빈 옥상에서 영인은 황국장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그의 진짜 신분은 얼마 전 죽은 경찰학교 간부와 지금 눈앞의 황국장만이 알고 있죠. 경찰학교에 막 입학한 솟구치는 젊은 혈기로 중요 정보를 캐내 폭력조직을 와해시키고 훌륭한 경찰을 꿈꾸었던 그는 이제 교도소에 2번 다녀온 전과 8범의 폭력조직 간부가 되어 있습니다. ‘한번만 더~’라던 게 벌써 10년. 경찰에게 쫓기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자신이 지긋지긋해진 영인은 이제 빠져나오고 싶어합니다. 꼬리가 밟히지 않는 삼합회 보스인 한침 때문에 영인의 그런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황국장은 거칠어져만 가는 영인의 뒷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봅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거라면 시작도 안 했겠죠. 영인도, 황국장도... 그리고 또 다른 한명도...

영인과는 반대로 삼합회에 의해 경찰 조직에 심어진 건명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나만의 공간이 있으며, 출세가 보장받는 탄탄대로의 경찰간부가 되었거든요. 영인은 돌아가고 싶어했고 건명은 돌아가기 싫어했다는 점이 그들의 가장 큰 차이겠죠. 건명은 지금의 이 풍요롭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생활을 걷어차고 과거의 불우했던 시절로 돌아간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든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전 그의 선택을 결코 비난할 수가 없더군요. 제가 만약 그라고 해도 무슨 짓을 하든... 그게 설사 양손에 피를 잔뜩 묻히고 생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기꺼이 감수했을 테니까요.

[무간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정말 오랜만이라는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아마 보시고 나서 홍콩영화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저처럼 느끼시는 분들 꽤 있으실 것 같군요. ^^;;; 제 주변은 다 양조위의 그 시니컬한 눈빛과 연기에 푹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지만, 전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에서 만난 유덕화의 모습이 더 반가웠습니다. 영화 자체도 좋았지만 두 배우 모두 자신이 맡고 있는 캐릭터에 최대한 몰입해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다만... 그런 위태로운 줄타기 같은 섬세한 신경전을 감독이 잘 포착해내서 스크린 위로 풍성하게 펼쳐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사건에 휩쓸려가느라 인물에게 집중해야 할 결정적인 순간을 놓쳐버리고 감정 흐름을 끊어버리는 부분이 꽤 있었거든요.

선택을 강요당하는 건 큰 고통입니다. 건명은 갈등했습니다. 어쩌면 그는 모든 걸 털어내고 새로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깨닫죠. 그건 헛된 희망이라는 걸... 이미 늦어버렸다는 걸... 결코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설사 지옥일지라도 삶을 택했습니다. 그의 얼굴이 서서히 무표정해지던 순간 쓰러져 있는 영인을 보며 이런 생각이 저 역시 스치더군요. 영인 역시 이걸 깨닫고 있었던 게 아닐까...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걸... 그래서 그는 지옥에서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 게 아닐까... 인생이란 정말 무거운 짐이군요. [무간도]가 과연 홍콩영화 바람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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