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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동승] 그들이 찾던 모든 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동승
helpmeoo 2003-03-20 오후 8:39:16 2094   [7]
[동승] 그들이 찾던 모든 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인연만큼만 사랑하고 인연따라 헤어진다"

-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에서


1. 희망

봄이다. 봄은 설레이는 계절이다. 추위에 떨면서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지 않아도 저절로 잠이 쏟아지고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온 세상이 요동치는 봄은 설레임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봄은 설레임인 동시에 그리움의 대상이다. 봄바람난 처녀는 끊임없이 남자를 찾아 헤메이고, 발정난 개들은 끊임없이 제 짝을 찾아 헤메이며 겨우내 추위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새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봄의 포문을 여는 영화 <동승>은 봄의 계절에 맞는 그리움이다. 도념은 하얗게 눈이 덮인 들판을 걸어가면서 자신이 동경하는 대상을 찾아 떠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얀 백지 위에서 다시 쓰여지는 희망이다.


2. 여성

도념은 어머니를 잃고 절에서 살아간다.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도념은 아직은 어린아이이다. 과거 유교시대에서 보이던 그런 류의 엄숙함이 절간에 는 가득하지만, 도념은 적응하지 못한다. 마을로 내려가 그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기 일쑤이며,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리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 다다. 절에서의 엄격한 학습보다는 잃어버린 어머니와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하는 평범한 아이 도념. 그를 보살펴주는 사람은 절에서 일하는 초부와 젊은 스님 정님이다. 초부는 도념의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도념의 친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또한, 정심은 친형은 아니지만 형과 같은 존재다. 정적인 유대관계는 불교의 엄격한 계율 앞에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정심과 도념의 내적인 갈등은 불교의 계율을 파기하려 한다. 그것은 불교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단, 인간 내적인 고민이며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다. 도념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듯, 정심은 여성을 그리워한다. 어머니는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얘기하듯이, 이 영화는 끊임없이 "어머니"에 대해 동경하며, "어머니"를 유일한 가치적 존재로 여긴다.


3. 소통

다리 위에서 멀어져가는 미망인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도념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구체화시켜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미망인의 목도리를 만들기 위해 토끼를 잡으러 다니며 수현이와 어울리며 닭고기를 먹기도 한다. 수현이는 천주교를 다닌다. 음악이 나오는 성모마리아상. 어떻게 보면, 불교와 천주교의 화합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은 어머니다. 성모마리아 역시, 어머니를 통해 얻어지는 구원을 상징화시킨다. 천주교의 교리를 보면, 성모마리아에게 기도를 드리는 이유는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마리아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성모마리아는 중간자이며 영화에서 보여주는 성모마리아는 도념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은 어머니가 아니라, 보다 더 큰 자아, 즉 자신의 행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정님 역시 외부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원한다. 포경수술을 하기 위해 주지스님에게 돈을 달라고 조르는 그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그의 목적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결국 도념도 정심도 불교 내에서의 교리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더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얻기 위해서 절을 떠나게 된다.


4. 절망

그래서, 이 영화는 딱히 희망적이다, 라고 말하기 어렵다. 슬픔과 희망의 딱 중간에 서서 어머니를 통해 그려지는 인간 본연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는, 과연 동승(도념)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는가? 라고 묻는다. 오히려, 도념이 선택한 길은 절망적인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비워있음이 행복이라는 어떤 교리처럼 도념의 선택이 비록 절망적이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오히려 또다른 의미에서의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심이 몽정에 시달리며, 자신의 성적욕구를 주체할 수 없을 때 "마음 속에 타는 불꽃은 어찌해야 합니까?"라고 주지스님에게 물었을 때 주지스님의 대답은 어쩌면 가장 짜릿한 선문답이었을지도 모른다 "차나 한잔 마셔라" 허무한 이 대답 속에 담겨진 저 의미의 중첩됨은 <지나친 고민은 몸에 해로우니 머리를 식혀라>라는 우회적인 주지스님만의 답변 아니었을까.
그러므로, 정심이 고민하는 성적인 욕망에 대한 고민은 도닦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그래서, 절망할 수밖에 없던 그래서, 차라리 희망적으로 살겠다는 발버둥으로 절을 떠나야만 했던 어리숙한 정님의 뒷모습이 그리 쓸쓸해 보이는 것이다.


5. 감상

영화가 끝난 후 밀려드는 무게감은 정심과 도념이 거쳐야 했던 여정이 험난해서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여정은 험난하기보다는 자유로웠다. 현대인의 여정은 여전히 자유로움 속에 있으며 봄을 맞는 이 기분도 점점 더 속박에서 자유로워지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들의 자유로운 사고는 속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택하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 그들이 떠나야 했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 떠나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내면 속에 밀려들고 있지 않는가. 내 인생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져 내가 찾는 단 하나의 이상향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도념과 정심이 택했던 험난한 여정에 희망의 박수를 보낸다.


(총 0명 참여)
에고..고쳤습니다.   
2003-03-29 16:36
정님이 아니라 '정심'인데여...   
2003-03-21 13:3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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