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tillus
|
2003-04-06 오후 9:24:55 |
767 |
[2] |
|
|
로또복권에 죽고 못 사는 민족이 대한민국에 사는 조선의 후예들만은 아니었나 보다. 하긴 일이 푼의 돈도 아니고, 무려 6천만 달러라는 천문학 적인 액수의 돈이 걸렸는데, 죽고 못 살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한화로 하면 720억원이란다.) 옆집 철수네 개 이름도.. 뒷집 순이네 고양이 이름도 아닌 6천만 달러라는 이름의 돈을 찾기 위해.. 정확히 말하면 1등에 당첨된 복권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한 그들.. 그들의 활약상에 극장 안은 웃음 연발의 총성이 계속 이어졌다. 이유는?! 마이크 엡스라는 약간은 생소한 흑인 배우가 있었기 때문.. 며칠 전에 <경찰서를 털어라>에서 기막힌 코믹연기를 펼쳤던 흑인배우 마틴 로렌스가 주연으로 등장한 <내셔널 시큐리티>라는 영화를 봤을 때, 그의 오버성 연기에 고개를 저었었다. 그리고 <벤자민 프로젝트>라는 영화도 그 이상 뛰어넘지 못할 졸작 수준에 가까운 영화일 것이라 예감을 했었다. 허나 항상 빗겨가기만 하는 나의 예상은 이번에도 여전히 허를 찔러댔고, 지친 몸을 이끌고 갔던 시사회장에서 육체의 피로함을 100% 충전 회복하여 행복한 발걸음으로 돌아오게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약간의 지루함을 달래기도 했다. 피곤이 쌓인 탓도 있었지만, 초중반을 넘어가기 전까지는 내용의 부연 설명과 상황이해가 억지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영화는 폭소를 자아내기 시작하더니, 연신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했다. 그 웃음의 장본인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마이크 엡스라는 배우의 열연에 있었다. 첫인상은 마틴 로렌즈 스타일의 오버성 짙은 연기를 보여줄 듯싶었지만, 그의 날고기는 표정연기가 스크린 상에 펼쳐질 때 딱 예술 그 자체였다. 그 리얼하고 귀엽기도 한 표정연기에 수다스러운 말빨까지 연신 이어지니 관객들은 실로 쉴 틈 없이 웃어대야만 했다. 글쎄.. 번역가가 능통한 것일는지.. 콜라 같이 톡 쏘는 맛의 스토리 구성도 재밌었다. 지루할 때 지루하더라도 웃길 때만큼은 확실히 웃음을 준 효과가 관객들과 줄다리기를 펼치며 전개되는 과정이 매우 괜찮았고, 6천만 달러 때문에 원수와 파트너가 되고, 자신에게 총질까지 해대는 적진에 뛰어드는 상황이 독특하기도 했다. 나름대로 멋진 액션장면도 연출되었고, 2%정도의 잔인한 장면들과 악날한 캐릭터와의 숨 막히는 대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쉽지는 않지만, 절대 그러면 안 될(것이라는 법도 없긴 하지만,) 장면이 하나 도사리고 있다. 이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사실은 가뿐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서게 해 반갑긴 하지만, 사기꾼이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에게 너무나도 많은 물질의 쾌락이 돌아갔다는 것이다. 로또복권의 당첨금액은 그렇다 쳐도 원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다이아몬드의 금액까지 그들이 모두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자칫 인상무상(?)을 느끼며, 다시금 복권에 손을 대고, 물질적 향락의 발걸음을 걷지나 않을까 우려감이 든다. 그래서 현실적인 리얼리티가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많이 떨어짐을 느끼지만, 그래도 영화 자체로써는 선입견보다 매우 괜찮았음을 말하고 싶다. 물질만능시대가 현실 깊숙이 도래한 지금,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자 이런 영화가 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싶다. 지금 이 세상에서 아무리 돈이 최고이고, 남부럽지 않은 삶에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고는 하지만, 돈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 치고, 건전한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한국사회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언론에 노출된 역대 재벌가 리스트 중에서 양심에 철심을 박지 않은 자 누구이며, 죄악에 그을려있지 않은 자 누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과연 진실로 행복한 삶을 누렸을까...?! 하는 것인데, 아마도 열에 여덟아홉은 맘 편히 잠을 청한 날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한다. 만약에 이 영화의 이야기가 실화였고, 그 뒷이야기가 펼쳐진다면 글쎄.. 그들의 삶이 과연 언제까지 행복해질까...?! 돈 때문에 죽고 죽이는 결과가 생기지 않았다면 주인공의 직업은 처음부터 아예 사기꾼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회를 너무 비관적인 눈길로 쳐다보는 나의 생각도 문제겠지만, 전쟁의 황폐화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계속 황폐화되는 것 같아 영화의 뒷맛이 그다지 개운치 많은 않았다. “돈”이라는 말의 어원이 “돈다.”에서 왔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돈은 계속적으로 쉬지 않고 돌고 돌아야 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돈도 역시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야 하고, 고인물이 썩듯이 고여 있는 돈도 역시 오래두면 부패되기 마련이다. 물론 돈 자체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 돈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부패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의 주인은 아무도 없다. 잠시 그 사람에게 맡겨진 것일 뿐, 다시금 밑으로 흘려보내야 한다. 그것이 꼭 물건을 사고파는 매매의 의미가 아니라 가진 자가 못가진자를 위해 아낌없이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있다. 이 세상의 많은 가진 자들이 가끔 불우이웃을 돕는다거나 재난에 의한 성금을 낼 때, 꼭 자신이 엄청 대견한 일을 하고 있는 줄 착각하고, 돈을 낸다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 얼룩진 마음가짐에 정말로 구역질이 난다.
사족 로또 복권은 사라져야 한다........반드시........!!
<도망자>로부터..
|
|
|
1
|
|
|
|
|
벤자민 프로젝트(2002, All About the Benjamins)
제작사 : New Line Cinema, Cube Vision / 배급사 : 동미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동미 엔터테인먼트 /
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