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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그녀에게]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그녀에게
helpmeoo 2003-04-10 오전 2:15:04 1749   [4]
[그녀에게] 살아 남은 자의 슬픔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 브레히트 -

(경고 :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절대' 本 리뷰의 독서를 삼가해 주세요. 리뷰에 섞여 들여간 스포일러 때문에 당신의 눈물샘이 위험수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을 탔는데, 키가 2미터는 됨직한 남자를 실로 오랜만에 마주쳤다. 내 인생을 통틀어 이 정도의 키를 가진 남자와 마주친 것은 이번이 딱 두번째다. 나는 키가 비교적 큰 편에 속한 터라 (비교적 큰 편이라는 것은 평균치보다 약간 높다는 거지, 훤칠하다는 뜻은 아니다) 올려다보는 것의 힘겨움을 잘 모른다. 그러나, 오랜만에 마주친 그 장신의 남자를 바라보면서 올려다보는 생이란 정말 힘겨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는 언뜻 보면 마치 올려보다는 생을 강요하는 듯 하지만,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강요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환원시키려는 노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 장신의 남자가 내 삶 속에 억지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내가 그저 우연히 호기심에 올려다보았듯이 <그녀에게>의 두 남자주인공은 '우연히' 지나다 마주쳤으며, 그들의 호기심은 아름다운 만남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곧 삶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1. Talk to her

베니그노는 이미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알리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그에게 있어 알리샤는 삶의 목표이며, 그가 존재하는 유일한 가치이다. 베니그노는 때론 호모로 취급받기도 하며, 또 정신이상자로도 취급되기도 한다. 베니그노는 끊임없이 알리샤에게 말을 걸면서 불가능한 소통을 이룩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마르코는 그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알리샤도 리디아도 모두 이미 죽은 사람이라며, 마르코의 헌신을 부정한다. 영화는 이렇게 관객을 헷갈리게 하면서, 베니그노가 '그녀에게' 말을 걸듯 '관객에게'도 말을 건다. '마르코'의 무관심이 옳은 것인가, 베니그노의 '헌신'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그것은 단지 관점의 차이일 뿐인가? 초반에 던져진 이 질문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가슴과 뇌리를 스치면서 우리가 가져야 할 감정선을 점차 차단시켜 버리고 담담한 어조로 전체적인 톤을 이끌어간다.


2. Love to her

리디아는 죽고, 여행을 떠나 있던 마르코에게 베그니노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둘의 관계는 호모적인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그 둘이 딱히 호모라 규정할 만한 단서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그저 정신적 교감을 나눌 뿐이다. 그것이 베그니노의 사랑방식이며, 마르코는 거기에 차츰 동화되어 간다. 삶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던 마르코가 알리샤의 생동하는 젊음을 확인하는 순간, 영화는 삶의 또다른 세계를 환원시킨다. 이별을 견디지 못한 베니그노는 죽고, 알리샤는 베니그노의 헌신도 소식도 모른 채, 천진난만한 웃음을 마르코에게 보낼 뿐이다. 이 담담한 그들의 표정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3. Live to her

삶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삶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감독은 또다른 열린 세상에서의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쓰리의 "고잉 홈"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지만, 그들의 작품처럼 마냥 슬픈 결말은 아니다. 그래서, 베니그노가 그녀에게 바치는 헌사는 더욱 더 의미가 깊다. 베니그노가 알리샤에게 읊어준 희망의 찬사는 어느 순간 탁하고 우리네 가슴을 울리고야 말 것이다. 그러므로, 길을 걷다가 이유도 없이 눈시울이 적셔져 있거나 난데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남성을 본다고 해도 이상하다거나 바보 같다고 생각지는 말라. 영화 <그녀에게>는 보고 나서 당장에 흘리는 눈물은 없을지라도 시도 때도 없이 가슴 속에 파고 들어와 오랜동안 가슴을 울리고서야 떠나는 그런 영화가 될 터이니 말이다.

강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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