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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정원]<푸른공간>우리는 왜 이 영화에 실망하는가.. 하늘정원
spaceblu 2003-04-10 오후 1:22:08 1982   [14]


수많은 사람들의 인고의 노력으로 완성된 영화가 관객을 만나기전에 우리는 영화잡지나 TV프로그램 혹은 포스터 등을 통해서 영화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게된다. 저 영화는 이런 빛깔이구나. 저 영화는 이런 얘기를 하려는구나. 그리고 드디어 기대하던 영화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알고 있던 혹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습과 그 모양새가 너무도 다를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당혹감을 느끼는가. 결과적으로 <하늘정원>은 당혹감을 넘어서 실망감마저도 안겨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영주(이은주)는 작업하던 CF감독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며 대들다가 졸지에 실업자가 된다. 부모를 여의고 혼자 사는 영주는 스키루스, 흔히 말하는 위암 말기 환자이다. 이제 그녀에게는 기댈 가족도 번듯한 직장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당장의 돈이 필요해 아르바이트 삼아 나간 술집에서 영주는 호스피스 병원 의사인 오성(안재욱)을 만나게 된다. 잠깐의 데이트와 잠깐의 이야기로 서로간의 어떤 교감을 감지한 그와 그녀. 그녀는 오성의 메모를 보고 그의 병원을 찾아가 여생을 정리하려한다.

인생의 화두가 "사랑"인양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랑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본다. 이별하는 그 순간 아프지 않은 사랑은 없겠지만 그 많고 많은 사랑중에서도 가장 아프고 애틋한 사랑은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 떠난이의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그런 사랑일 것이다. <하늘정원>이 애초에 그리려고 했으리라 짐작되는 그런 사랑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왜 이 영화에 실망하는가.

많은 주인공들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여러 가지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동안, 어느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소재는 “진부”라는 말로 수식되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죽음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호스피스라는 직업의 주인공이 약간의 낯설음으로 호기심을 자아내기도하지만, <편지>에서처럼 눈물 바다를 만들며 감정의 끝까지 터뜨리는 죽음에서부터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처럼 드러내놓지 않고 안으로 끌어안는 죽음까지, 우리는 이미 다양한 죽음을 경험해보았다. 누군가에게 이미 알고 있던 재미있거나 슬펐던 이야기를 다시 이야기할 때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이야기 방식이 필요하다. 마치 그 전에 알고 있던 이야기가 아닌양 느낄만한 그런 참신한 이야기 방식이. 누군가 죽는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다, 이별은 슬프다, 그러므로 죽음을 다룬 영화는 슬프다. 마치 이런 단순명료한 추론에 의해서 만들어진듯한 <하늘정원>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진부하게 풀어나간다. 여기서부터 무언가 틀어지기 시작한 <하늘정원>은 점점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은 도대체 이 두 사람이 언제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두 연인의 이별이 가슴 아프려면 일단 그들의 사랑이 이토록 아름다웠노라고 추억할만한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호의적인 눈빛으로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려고 해봐도 도대체 어느새 따사로운 눈빛이 오갔는지, 어느새 사랑이 싹텄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아직 그네들의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받아들이지도 못했는데 그네들은 벌써 서로 마음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때부터 관객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내가 무엇을 놓친거지? 배우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 어느 시점에서는 정서적으로 공명해야할 멜로영화를 보며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기 시작하는건 절망적이다. 이제 사람들은 이 영화가 혹시 멜로영화가 아닌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며 아무리 극중 인물이 아파하거나 눈물 흘려도 동화되지 못하고 일정한 거리두기는 계속 유지된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아버지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오성의 첫 대사부터 어딘지 모르게 삐걱대기 시작한 멜로영화 <하늘정원>은 끝까지 그 삐걱거림을 유지하는 놀라운 일관성을 보여준다. 진부한 소재의 진부한 전개, 맥을 끊어버리는 어이없는 대사와 이해 할 수 없는 행동들, 온갖 내적 괴로움을 시종일관 찌푸린 얼굴로만 묘사하려는 안재욱의 연기와 캐릭터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 딱히 자기 색을 내지 못하는 이은주까지, 어느 것 하나도 칭찬할 구석이 마땅히 떠오르질 않는다.

영화는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사상과 감성을 대중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하늘정원>은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 못 찾아온듯하다.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는 대중영화가 사랑받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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