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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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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11 오후 12:1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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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작년 3월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최근에서야 보게 되었다. 한국 영화 특히
멜로물은 거의 보지 않는 나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영화를 멜로 영화라도 애시당초 단정 지어버린 것은 나의 섣부른
판단이었다. 버스 정류장..
차를 사고 나서 부터 근 1년 동안 버스와 전철을 타 보지 못했다. 글쎄, 차에
익숙해져 있다기 보다는 그 만큼 지척거리의 왕래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 대학원, 집 이렇게 세 곳만 왔다 갔다 할 정도 였으니까.. 회사에 출근해
서 학교 들렀다가 집에 오는 날은 150 km 정도를 달리니, 버스와 전철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리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만큼 회사에서 시간적 여유를
부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
버스 정류장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하루 일과의 상징적인 좌표일 수
도 있고, 연인들에겐 부담없이 들를 수 있는 훌륭한 연애 장소일 수도 있으며,
심고를 위한 조용한 카페일 수도 있고, 좌절과 절망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멈추어 지는 깊은 수렁일 수도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
는 대단한 계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지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서 있다 보면 한 참을 앉아 생각하거나, 어떤 버스를 탈 지는 모르겠으나, 수
많은 버스가 지나가더라도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들을 간혹 보곤 한다..
이 영화에서의 버스 정류장은 32살의 학원 강사와 17세 소녀의 아픔이 집결 되
는 곳이기도 하고, 치료가 아닌 잔잔한 어루만짐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17세 소녀와 32살의 남자의 사랑은 깨어져서는 곤란한 금기처럼 여겨지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의 만남에서 서로의 상처를 잔잔히 어루
만지는.. 그렇다. 잔잔히다..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치료도 아니요, 충고도 아니
다. 단지 조용히 바라보며 서로의 상처를 잔잔히 어루만진다. 이 들의 감정이
사랑이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Consensus... Emotional Consensus...
이 영화가 그렇게 크게 감동을 주거나, 큰 후회를 안겨주지는 않았지만, 나를
그리고 주변을 조용히, 나의 어떠한 생각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볼 기회를 제공했다 할 수 있다. 물론, 이 두 주인공들은 약간은 두드러지는
감성적 피폐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루 하루를 살아 가는 동안
우리의 마음은 밖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상처를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단지 우리의 평범한 일상적인 삶의 모습 속에서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어쩌면 우리의 의지에 의해 사그러드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나의 마음도 그들의 모습과 같지 않을까 싶다..
배운 것이 있다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따뜻한 어루만짐. 아니 따뜻하지
않아도 된다. 우려와 걱정의 눈길이 아닌, 동정과 연민이 아닌, 지나친 간섭과
충고가 아닌 눈길로 나 자신의 상처를 바라봐야 한 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어느 책에선가 이런 글이 나온다.. "나을 이해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행복
한 삶을 살게 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나를 이해한다는 것은 논리적 상황적
이해도 되겠지만, '버스 정류장'에서와 같은 자연스러운 나에 대한 관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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