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카피만큼이나 영화는 참.. 골때리게 웃겼다. 박장대소, 터지는 폭소.. 이딴게 아니다. 감칠맛 나게 웃기는거..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자려고 누웠을 때도.. 대사와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저혼자 미친사람처럼 킥킥거렸다. 이 영화가 난 왜 그렇게 웃겼는지..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다 웃기더라.
'열렬하다 너!.. 명쾌하시네요.' 박해일의 알듯말듯한 모호하다싶은 대사처리가. '바람도 안피면서 마누라한테 못하는 놈보다 훨씬 낫다'는 문성근의 뻔뻔스러우면서도 애교있는, 다분히 요상스러운데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 논리가.. '우리 이제 여관가요. 누가 한 말이 생각났는데 반대로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킥킥거리던 배종옥의 모습이..
이런거 있잖은가. 내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행했다. 시간이 흘러 그 일을 다시 떠올리면.. 막 챙피하면서 얼굴이 빨개진다. 막 챙피한데.. 픽픽 웃음이 난다. 난 이런짓을 곧잘 하는 편인데.. 이 영화가 그랬다. 영화를 보는데 막 챙피하면서 픽픽 웃음이 나더란 말이다. 꼭 박해일이, 문성근이, 배종옥이.. 나같고, 꼭 내가 아는 누구 누구 같았다. 그들의 관계가 나와 내 주변인, 그리고 내주변인의 주변인인들같은.. 뭐 하여간.. 그랬다는거다.. -_-; 나란 놈은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 못한다.
이거 쓰면서도 생각나는 여럿장면들 때문에 또 킥킥 거린다. 미친 사람같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또 한사람의 감독을 만나 기뻤다. 박찬옥!! 어쩜 그렇게 얄밉게 툭툭 내뱉듯이 가볍게 연기하는지.. 오랜만에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분 좋았던 문성근, 그리고 멋진 배종옥, 국화꽃 향기보다 백배는 좋았던(국화꽃 향기에서 박해일은.. 모르겠다..) 박해일! 모든게 잘 맞아떨어진 맛있는 음식을 먹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