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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여자들이 착각하는.. 사랑없는 사랑이야기[cropper] 그녀에게
cropper 2003-04-15 오전 9:50:33 4231   [16]
아름답고 당혹스럽다...

[그녀에게]는 아름다운 영화인 동시에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흥미롭다.
이는 상당 부분 알모도바르 감독의 능수능란한 이야기 솜씨 때문이지만 단지
'솜씨'라는 테크니컬한 단어로 그를 평가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서막에는 독일이 나은 세계적인 예술가 피나 바우쉬 - 연극과 무용의 경계를
넘나드는 Tanztheater라는 장르를 개척한 - 의 카페뮐러가 펼쳐진다.
그 적막한 역동성이 주는 흡입력은 관객들을 객석으로부터 영화속 주인공의
옆자리로 옮겨다 놓을 만큼 독하다.
이런 멍한 느낌으로 뇌리가 낯가림 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두 눈은 영화 포스터
의 아름다운 주인공인 알리샤의 눈부신 살결에 환해져 온다.
비록 뇌사 상태라고는 하나 그녀의 연분홍 꽃판과 그것을 머금은 우유빛 젖가슴
은 보는 이로 하여금 美와 sensuality의 경계에서 당황하게 만든다.

뇌사상태에 빠진 연인을 돌보는 두 남자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베니그노..
알리샤가 사고나기 전, 베니그노가 그녀의 욕실앞을 서성이다 들켰을 때 그녀의
얼굴에 떠올랐던 두려움을 떠올려보자. 베니그노의 순진한 얼굴은 오히려 섬뜩하다.
뇌사상태에 빠진 그녀의 육신이 그녀가 결코 원하지 않았을 베니그노의 완벽한
통제하에 놓인 것은 어찌보면 끔찍한 일이다.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한 듯 보이던 베니그노.. 결국 그는 그가 감명받은 무성영화
를 빙자하여 천사처럼 잠든 그녀의 아름다운 육신을 유린한다.
비록 그의 헌신적인 노력이 그녀를 살리는 계기가 되었을 것임은 부인할 수 없으나
4년이나 버텼던 자아도취적인 희망과 만족은 어이없게 막을 내린다.

마르코는 또 어떠한가.
정렬적인 리디아의 색채에 취해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사랑은 결코 리디아
의 것이 아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리디아보다 훨씬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던 옛 연인
이 자리잡고 있다. 옛 연인에 대한 마르코의 기억은 너무나 솔직해서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던 그녀의 육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사진처럼 떠올린다.
리디아가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후에도 마르코는 그녀에게 단 한번 따스한 눈길
준 적 없으며 오히려 리디아를 회상하는 장면들에서조차 리디아 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그를 만날 뿐이다. 뇌사상태의 그녀를 떠날 때도 그는 되려 홀가분
해 보였고 그녀의 죽음을 알았을 때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는다.
(그는 상당한 바람둥이다.)

오히려 영화는 그 다음부터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다.
마르코가 감옥으로 베니그노를 찾아가면서 그제서야 두 남자는 서로에게서 찐한
공감과 우정이 솟아나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이루지 못한 과거의 사랑에 목메였던
그 둘의 기억은 두 남자를 동성애적 코드로 엮는다.

조금씩, 끊임없이 우려내는 알쏭달쏭한 상황설정과 주제의식은 사랑과 집착의
모호함, 이성애와 동성애의 경계, 희망과 좌절, 좌절과 희망의 아이러니를 절묘
하게 표현하여 자칫 단순할 수 있는 이 영화를 정의할 수 없는 카멜레온 빛 광채
로 물들인다.

영화 [그녀에게]는 또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탁월한 심미안과 음악적
감성으로 가득하다. 하물며 망사모양의 흰 커튼 사이에 서있는 베니그노의 붉은
티셔츠 조차 예사롭지 않으며 특히 두 남자가 각자의 연인을 밖에 데리고 나와
함께 앉히던 장면에서의 의상은 베네통의 순수함과 겐죠의 솔직함을 연상케 한다.
거기에 이국적인 풍취를 물씬 풍기는 배경들과 어둠을 진동하는 카에타노 벨로소
의 구슬픈 바이브레이션, 마르코의 대사중에 나오는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의
슬픈 선율을 떠올리면 영화로 향한 이성은 어느새 콩밭에 가있다.

이 영화는 '가슴을 울리는 사랑의...' 어쩌구 하는 갖가지 꾸밈말 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뇌사상태에 빠진 여자를 곁에 둔 두 남자
의 심정을 희망과 좌절이라는 키워드로 펼쳐내는 듯 보이고 있지만 그 행간을
빼곡히 채운 불편한 솔직함은 마치 남의 손에 의해 행해지는 마스터베이션 같이
유쾌하지만은 않은 흥분을 선사한다.

그래서, 영화 [그녀에게]는 두고두고 곱씹어도 죽지 않는 진한 향이 있다.

4월말에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피나 바우쉬의 마주르카 포고 공연
이 있다. 그 향기가 공연에도 이어지기를..

Filmania CR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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