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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결코 자유롭지 못한 무어의 멍청한 부시&백인씹기 볼링 포 콜럼바인
ccmlover 2003-04-27 오전 1:47:50 1189   [0]
Ⅰ.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라? 다큐멘터리가 재밌다... 글쎄, 그게 가능할까? 그리고, 또 하나.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Shame on you, Mr. Bush!"라고 일갈한 마이클 무어 감독은 어떤 사람이며, 이번에 한국에서 개봉할 그의 영화가 도대체 왜 그렇게 화제가 되고 있을까? "Bowling for Columbine”이란 영화를 접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이다. 일단 이 다큐멘터리영화는 재미있다. 그리고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척 설득력이 있고, 감독 자신의 삶은 단순히 영화감독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가고 있기에 더욱 이 영화는 힘을 갖는다.

Ⅱ. 콜럼바인고교 총기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그 때 많은 이들이 왜 그 두 명의 범인들이 그런 행동을 했는가에 대해 궁금해 했고, 그 답으로 제시한 것이 마릴린 맨슨으로 대표되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대중문화였다. 거기에 감독은 의문을 던진다. ‘정말 그럴까?’라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감독은 이들이 범행을 저질렀던 그 날 아침, 볼링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질문한다. “이들이 사고를 친 원인이 혹시 볼링은 아닐까? 볼링치고 난 손맛이 남아서...” 말도 안 된다고? 그럼 마릴린 맨슨이나 폭력적인 오락게임, 헐리우드 액션영화 등은 말이 되나?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런 거 엄청 많이 보는데? 그런데 왜 미국만큼 총기사고를 비롯한 강력사고나 폭력적인 성향들이 두드러지지 않지? 이런 감독 자신의 질문을 따라가며 영화는 미국사회의 폭력성과 잔인성의 근원을 찾아나간다. 미국의 역사를 훓어보고, 바로 옆나라인 캐나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삶을 관찰해 본다. 사우스파크라는 애니메이션제작자, 콜럼바인사건의 원흉으로 지목받는 마릴린맨슨, The cops라는 인기프로그램의 제작자, NRA회장인 찰톤 해스톤, 미국의 주요무기제조사인 로키드마틴사의 이사를 만나서 같이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감독은 결론적으로 ‘조장된 공포’를 그 답으로 제시하며, 그 공포조장자로 정치∙경제를 주도하는 백인 위주의 기득권세력과 미디어산업을 지적한다. 그런데 이걸 찾아가는 과정이 무척 치밀하고 용의주도하게 핵심을 파고들어 관객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면서도,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거친 목소리를 부드럽게 조절해 나간다.

Ⅲ. 이 영화를 보면서 특히 놀라웠던 것은 감독의 집요함과 자유로움이다. 그는 자신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누구라도 만나며 무엇이라도 하고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다. 또 애니메이션, 인터뷰, 탐문, 역사적인 자료, 사건 당시의 CC-TV 영상 등 무엇이라도 적절한 표현을 위해 장르나 방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저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쓸만한 자료는 맘껏 가져와서 자르고 붙여댄다.
또, 감독의 유머와 풍자감각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평범한 미국의 아침을 소개하는 도입부에서 ‘농부는 밭을 갈고... 대통령은 전쟁을 한다’는 멘트는 이 영화가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잘 잡아주고 있다. 제목은 어떤가? Bowling for Columbine. 콜럼바인 사건에 대한 멍청한 대다수의 답변 못지 않은 멍청한 맞대응으로 상대의 어리석음을 부각시키는 제목은 음흉한(?) 웃음을 흘리게 만든다. 한편 NRA의 회장인 찰톤 헤스톤과 The cops의 제작자를 인터뷰하며 기득권자들의 어리석음과 유약함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감독의 끝없는 질문공세와 그들의 답변은, 실상 그리 특별한 대화가 아니었음에도 영화 전체에서 감독의 전하고자 하는 바를 핵심적으로 선명하게 해준다. 미국의 잔인한 외국간섭이나 침략의 역사기록을 보여주면서 들려주는 ‘What a wonderful world’의 역설은 웃을 수도, 안 웃을 수도 없는 곤란함마저 느끼게 했다. 미국역사를 간단히 요약하며 미국인들의 폭력성향의 원인을 추적해 간 에니메이션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이건 정말 봐야만 이해한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감독의 풍자와 유머는 단순히 다큐멘터리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첨가요소가 아니라, 주제를 부각시키는 필수요소 역할을 한다.
그리고 K마트에서의 총탄 판매 금지 약속을 받아내는 그의 모습은 행동하는 지성의 모범을 보여준(단순히 보여준 것만이 아닌, 실제로 그런 일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사례로 변화의 가능성,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Ⅳ. 혹자는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다’라고 트집을 잡는다. 사실 그럴지도 모른다. 현실에 바탕을 두었지만 감독의 의도로 어느 정도 연출된 부분도 있고,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처럼 객관적으로 사실을 추적하기보단 감독의 일정한 목적의식과 주장에 따라 기울어진 채 내용을 전개되어 가고 그에 따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영화는 분명히 현실에 기반하고 거기에 충실하다. 다큐멘터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장르의 구분은 어느 정도의 편의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장르에 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창조적인 표현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자는 장르의 제약과 규칙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하고 싶은 얘기를 잘 하는 것, 목적에 충실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런 장르의식을 탈피한다면, ‘왜 다큐멘터리답게 객관적이지 않느냐’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사그러들 것이다.(사실 장르야 분류의 편의를 위한 공통요소일 뿐이지, 제작의 규칙은 아니지 않은가?)

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이게 결코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기에 마음이 안 좋았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미국인들만큼이나 공포에 과도하게 매여있지는 않은지? 북한, 교육, 종교, 정치, 경제 등등... 그런데 정말 그게 그렇게 두려워해야 하는 것들인지? 이 영화를 한 번 보자. 미국의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또 우리나라와 좋건 싫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가 교육 받아온 게 다는 아니라는 깨달음 정도는 가질 수 있을 거다.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견해와 주장에 힘이 실림을 느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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