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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 살인의 추억 - 살인마, 너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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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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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ig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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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28 오후 3:29:25 |
2729 |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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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의 추억]은 정말 열 받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나서 열 받을 때가 가끔 있다. 그건 십중팔구 그 영화가 내 기대를, 내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한 경우이다. [살인의 추억]을 봤을 때도 그랬다. 영화가 끝난후 매우 흥분된 내 자신을 쉽게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흥분은 이전에 느꼈던 감정과 사뭇 달랐다. 그건 분명 영화의 낮은 퀄리티 때문에 생긴 분노가 아니었다. 진실을 알고 싶은 바램, 극악무도한 범인에 대한 반감,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다. [살인의 추억]은 한마디로 그런 영화다.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주인공과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분위기, 이런 느낌은 진짜 오랫만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신과 관련된 일인 것처럼 관심을 갖는 모습, 용의자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인되었을때 터지는 안타까운 탄성과 한숨짓는 모습,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모두 이런 모습이었다 흥행의 첫째 조건, 관객과 함께 느낄수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라. 어느새 관객들은 형사가 되어버린~!! 관객과 영화의 호흡이 일치되는~!! 영화 [살인의 추억]은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 [살인의 추억]은 상징적인 주제를 갖고 있는 영화다. 영화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알고 있다. 아니, 영화 예매할 때부터 알고 있다. 화성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나 영화 & 감독은 그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듯 하다. 결말이 나지 않은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다는 부담감 말이다. 결국 과거의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약간의 각색을 해서 만들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살인의 추억]은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와 다르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뛰어난 지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영웅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사건을 해결하고 싶지만 결론적으로 실패한 형사들의 우울한 모습 뿐이다. 그이상도 그이하도 없다. 범인이 누구라고 의심하며 주장하지도 않는다. 단지 범인의 추억, 담당 형사의 추억, 우리들의 방관자적인 추억속에서 하나둘씩 죽어간 피해자들의 모습을 되살려내는 영화인 것이다. 사건 해결의 권선징악도 없고, 두뇌 게임의 스릴감도 없는 1986~1991년까지 발생했던 10차례 연쇄강간살인사건 소재의 실화극. 86' 아시안 게임, 88' 서울 올림픽, 정권 교체와 경제 성장의 그늘에 가려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간 피해자들, 또한 충분히 막을수 있었음에도 경찰력 부족과 사회적 이슈 실패로 추가 살해된 피해자들. 지금이라도 그들을 기억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서도...
* [살인의 추억]은 인간의 심리 변화를 잘 표현한 영화다. 꾸준한 주변 사람들의 탐문 수사가 최선인줄 아는 육감파 형사 박두만(@송강호), 자료 검토와 분석으로 증거 우선의 추리를 펼치는 두뇌파 형사 서태윤(@김상경), 용의자 심문은 발길질이 최고의 효과라고 생각하는 폭력파 형사 조용구(@김뢰하). 각자 개성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던 세 명의 형사. 그러나 감각적으로~ 과학적으로~ 수사하던 그들은 시간이 갈수록 변해갔다. 단순했던 박두만은 점점 신중해지고, 신중했던 서태윤은 점점 단순해지고, 그렇게 형사들은 미쳐가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자타의 강한 압박 때문에... 이젠 사건을 해결해서 임무를 성공하겠다의 직업적 책임감이 아닌 누가 범인인지 너무 궁금한 인간의 지적 욕구 불만에 빠져버린 것이다. 관객들 또한 영화를 보며 그들처럼 미쳐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후~~~ 한숨이 저절로 나와. 하도 답답해서..... " 당신도 영화를 봤다면 이런 말을 알게 모르게 내뱉은 적이 있지 않은가? 진실을 알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 [살인의 추억]은 그것을 끌어내고 있다.
* [살인의 추억]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 영화다. 용의자가 의심스럽고, 사건 정황은 맞지만 가장 중요한 물증이 없는 현실. 유일한 목격자로 예상되는 백광호(@박노식)의 죽음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박현규(@박해일)조차 DNA 불일치라는 검사 결과와 함께 터널 속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범인의 종적도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눈앞에서 범인을 놓친듯 안타까워하는 형사들을 뒤로 한채... 몇년의 시간이 흘러, 자신이 맡았던 첫 살인사건의 현장을 들여다보는 박두만. 문득 나도 하수구 구멍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스레 들여다보고 싶다. 혹시 모를 아주 작은 진실의 흔적이라도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 당시 활동하셨던 형사분들과 관계자 여러분들께 > < 진심으로 수고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m(__)m >
ps) 종문이의 잡다한 생각들.. ^^;;;
1. 니가 범인이라면 오히려 내 속이 시원하겠어~!! 박현규의 DNA 검사를 미국에 의뢰했던 경찰, 그러나 답변은 불일치라는 결과. 만약 일치라고 나왔다면 정말 좋았을꺼다. 감격의 눈물이라도 흘렸을테다. 하지만 그건 개인적인, 영화를 보던 관객들의, 담당 형사들의 바램이었을뿐 현실은 그 기대를 외면하고 말았다. 아쉽지만 슬픈 일이다. DNA 검사 장비가 없어서 외국으로 의뢰를 해야했던, 인내심을 요구하는 탐문 수사를 계속할수 밖에 없었던, 그렇게 열악했던 수사환경이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기도 하다. ( 실제로는 검사 기관의 업무폭주로 확인 불가의 통보를 받았다는데? 이런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 설렌다. 다시 한번 조사해보고 싶은 생각에... )
2. < 너는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 > 사건 현장의 허수아비에 새겨진 글이다. 원망섞인 저주성 멘트. 실제 담당 형사들이 허수아비를 세워놓으며 적어놓은 글이라고 한다. 무시무시한 분위기의 문장임에도 " 옳은 말이야~!! " 라며 고개를 끄덕이는건 잡을수 없는 범인에 대한 분노 섞인 나의 저주인걸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잡히기 바라는 바램인걸까?
3. 끝으로 얼굴없는 당신에게... ( 감독의 인터뷰에서 인용 ) "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당신이 죽인 여자들을 기억합니까?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 "
4. [살인의 추억]에 대한 종문이의 주관적인 평가 ( 만족함, 실망함, 무난함 ) 1) 시사회로 보면 대만족할 영화 2) 7천원의 값어치에 대만족할 영화 3) 주변 사람들한테 강력 추천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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