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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재관람기]"매혹적인 절창(絶唱)" 살인의 추억
rose777 2003-05-01 오후 5:12:21 2593   [15]
위선을 찬양하는 모자이크의 첫 조각은 아이의 얼굴이다. 연쇄살인과는 지극히 이질적인 느낌의 귀여운 이 아이는 벌레를 맨손으로 잡는다. 의도적인 오프닝은 다시보니 더욱, 끔찍하다. 무거운 공기(사회적, 지역적)를 두발로 누르고 앉아있는 아이의 모습이라니. 이에 더욱 끔찍한 것은 박두만의 애인 곽설영의 "야매"주사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병원에서 환자들을 향해 주사바늘을 겨누어야 하는 그녀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실력을 믿는 온동네 환자들은 그녀의 손길을 간절히 원한다,(병원이, 적합한 의료기술이 무의미해지는 "의도적"인 순간.)
형사는 풀리지 않는 사건을 수습해버리고 싶다. 그 방법이옳든 그르든 그가 범인이든, 아니든 용의자의 운동화를 진흙에 찍어 발자국을 내고 사진을 찍어 증거자료를 완성했다. 자. 이쯤이면 관객은 분노할만 하는데, 아니 분노해야 하는.데 몸이 흔들릴만큼 웃어제끼고 있다.모두 .. 말이다. 송강호의 연기. 말문을 잃게하는 대사들로 이미 관객들은 영화를 즐기고 있는 순간이다. 진정. 기막힌 순간이 아닐수 없다. 봉준호는 정말 끔찍한 사람이다. 자신의 날카로운 의도를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칸도 비우지 않고 늘어놓으면서도, 그 의도에 관객이 결코 찔리지도 공포심을 갖지도 않게 만들어놓았다. 날카로운 의도를 유머로 가리는 (사실 가리는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는것이다.)이 뛰어난 재능을 그의 전작 [플란다즈의 개]에서 미쳐 발견하지 못한 당신들의 과오를 진정 인정해야 하는 이 끔찍한 2003년 상반기 최고의 걸작 [살인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는것은 실로 슬픈일이다. 다만, 그것이 살인이어서가, 다만 그것이 80년대 공권력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도 여전히, 무고하게 죽은 영혼들을 위로해줄만한 떳떳한 구실이. 면목이 없어서 너무나 슬프다.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건, 그건 그들이건, 부디, 불행하길, 이세상에서든지 저세상에서든지 부디 가장 불행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살인의 추억]은 뛰어난 유머가 끊어지지 않는 질긴 가죽끈으로 한 씨퀀스안에서 기적적인 미장센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우리가 경악하는 흐드러진 벌판의 뜨거운 입김. 서형사가 서있던 그 끔찍했던 쓰레기장, 용의자를 잡기위해 달려갔던 채석장등의 장면은 경이로운 황홀경이다.(나는 임권택의 [취화선]이후 처음 이러한 미장센을 경험한다.) 뛰어난 씨퀀스의 구성을 살펴보자. 범인을 잡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을 연구하는 박두만의 간절한 기도가 조형사와 이루어지고 있는 으슥한 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는 관객을 공포로 몰고간다. 그러나 그자리에는 서형사가 있다. 김빠진 박두만은 한숨을 몰아쉰다. 이순간 관객의 숨통을 죄여오는 또다른 공포가 2차재발한다.
새로운 용의자의 숲속자기위로현장(?). 이세가지 과정. 세가지 사건. 세가지 순간은 진정, 기가막히게 유기적으로 하나의 새로운 공포를 만들어낸다. 감히 "어울림"의 예견을 하지 못한 많은 이들의 "예상"을 이미 예전에 뛰어넘은 스타일리스트의 손끝은 인간의 감정을 손쉽게 끊어놓았다가 붙히며 최고조에 달한다. 사체를 들여다보는 카메라의 뛰어난 Insert는 부분클로즈업의 기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끔찍함"보다는 "궁금증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이러한 일련의 장면들은 혈흔이 낭자한 "시체와살인"에 주목하지 않고 "긴장과 분노"를 유발시키는데 결과론적으로 , 크게 성공한것이다.




상업영화가 갖추어야 할 "자질"마저 갖춘 스타일리스트의 뛰어난 작업은 발길질을 해대던 조형사의 다리에 대못을 꽂고, 반창고를 붙여주던 소녀의 사체를 만져야 하는 무시무시한 순간까지 다가간후, 바로 이어 "슬픔"을 우려낸다. 조형사를 바라보는 박두만의 눈빛, 웅얼거리는 그의 목소리, 비를 철철맞으며 산비탈을 내려오던 서형사의 눈빛. 눈물이 났다. 끔찍한 공포심이 비정한 인간의 심연을 울리고 동공을 흔들어 대는 순간 다시본 [살인의 추억]에 나는 표현할길없는 경이로움을 느꼈다.
촘촘한 징검다리와 한칸도 비어있지 않은 살인의추억의 모자이크는 진정 훌륭하고 탁월하다.
혈흔이 낭자한 하드고어나, 스플래터, 범인을 결국 잡아낸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진정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그의 전작(플란다즈의 개)이 여전히 더욱 사랑스럽지만, 현장감식반을 나무래며 걸어가던 송강호의 뒷모습이, 박해일의 조명밑 그늘진 얼굴이, 김상경의 취조실 반조명상태의 분노한 얼굴이 지나치게 매혹적이어서 [살인의 추억]에 심하게 매료된다. 내가 현남(플란다즈의 개의 배두나)이를 영원히 사랑할수밖에 없듯이 무지한형사 박두만을 사랑할수 밖에 없는건 그들이 지나치게 "평범해서"다. 봉준호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거대한 사건아래에 짓눌려있는 "평범한사람"들의 이야기가 설득력있기 때문이다. [살인의 추억]의 흥행가도는 지극히 마땅하고 또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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