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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정말 마음을 다해 만들면… 흥행이 돼 줄까요? 오세암
ballti 2003-05-01 오후 11:57:28 1108   [8]


 '정말 마음을 다해 부르면… 엄마가 와 줄까요?'


 참 통속적인 문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저를 울렸습니다. 다 큰 녀석이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훌쩍거리고 말았습니다.


 <오세암>에서 가장 처음 눈길을 끌었던 것은 풍경입니다. <오세암>의

풍경은, 영화를 보는 동안 저도 모르게 '멋있다'는 중얼거림을 몇번이나

반복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갈매기가 나는 탁 트인 해변가. 구수한 황금빛이 가득한 논. 냇물에 놓인

조그만 징검다리. 고즈넉한 절간. 새빨간 단풍잎.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산….

 이 모든 것들이 <오세암>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취를 가득 담아 다가왔

습니다. 그곳은 <이웃집 토토로>의 시골과도 달랐습니다. 무엇이 진정한

한국 시골의 모습인지 도시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낸 저로선 잘 모르지만,

그 독특한 느낌이 바로 한국의 맛과 멋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

다.


 길손이와 감이는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었습니다. <오세암> 시사회

를 다녀오신 분들로부터 길손이를 맡으신 성우 김서영 님의 연기가 훌륭

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직접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

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연기력이 넘쳐나는 아역 성우가 있다면 바로 이

런 목소리였을까요? 제 귀엔 김서영 님의 목소리가 아이의 그것처럼 들렸

습니다. 영화를 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서영 님에 대한 선입견은 사라

졌습니다. <꼬마마녀 도레미>의 마녀 개구리 이미지를 날려버리고 길손

이로서의 김서영 님에게 푹 몰입할 수 있었지요. 감이 역의 성우 박선영

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은 볼 수 없지만 남동생을 깊이 사랑하는 소녀

를 너무나 잘 연기해 주셨습니다. 그 차분하고 고운 목소리에서 어떻게 <

아즈망가 대왕>의 토모(양소란)를 떠올릴 수 있었겠습니까? 김서영 님과

박선영 님은 문자 그대로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주인공들에게 풍부

한 생명력을 불어 넣으셨습니다. 두분은 녹음을 하시면서 연기에 방해될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작품에 깊이 빠져드셨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런만큼 길손이와 감이의 목소리는 이제까지 어떠한 애니

메이션의 주인공들보다도 자연스러웠습니다.


 두 성우님들의 노래를 들은 건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에선 출연 성우가 직접 노래를 부른 경우가 거의 없었음을 감안할 때, 상

당히 도전적인 시도였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우님

들의 노래는 가창력과 기교를 초월해 진정 가슴을 울렸습니다. 어떤 의미

에선 실제 가수들이 부른 엔딩송보다도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오세암>의 음악은 두드러진 적은 많지 않았지만, 작품 전체에

조용히 흐르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길손이의 발동작에 맞춰 음악

이 연주되는 미키마우징 기법도 재미있었지요.


 천진난만하게 뛰어 노는 길손이를 쫓아 다니며, 눈이 먼 감이를 조마조

마 바라 보며, 가끔은 누나와 동생이 주고 받는 낯간지러운 대사에 닭스

러워하며, 길손이와 강아지 바람이의 장난에 깔깔거리고 웃었습니다.

 그러기만을 바랬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영화는 결국 슬픔을 전해주고

말았습니다. 앞선 쾌활함이 너무 밝았기에 더욱 슬프고 가슴아픈, 그런 애

니메이션이었습니다.
 

 연인과 함께 오신 분들이나 나이가 드신 분들도 눈에 띄었지만, 극장의

대부분을 자리잡은 것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우습지 않을 것 같

은 장면에서도 웃었고 웃긴 장면에선 더욱 크게 웃었습니다. 어른의 메마

름이 아직 없는 아이들의 화면 밖 순수함이, 화면 내 길손이와 겹쳐지면

서 감동의 폭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울었습니다. 눈물에는 아이와 어른의 차이가 없었습

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홍소로 가득했던 극장은 어느 순간부터 침묵에

휩싸이더니 마지막엔 훌쩍임이 가득한 곳으로 변했습니다. 대성통곡보다

도 더 가슴을 아리는 흐느낌이었습니다.

 <오세암>은 길손이가 만든 작은 눈사람들을 보여주며 조용히 막을 내렸

습니다. 하지만 긴 여운에 엔딩 크레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지요.


 한국 애니메이션은 이렇게까지 발전하여 관객들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이젠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객석의 빈자리들이 너

무나 크게 눈에 띄었기에 극장을 나서는 제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보다도, 아담하지만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 <오세암>같은 애니메이션이 지금의 한국에는 더욱 많이

나오고 그만큼 흥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의 극장용 한국 애

니메이션들이 대부분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던 것과는 달

리 <오세암>은 거의 모든 것을 갖추었습니다. 재미와 감동이 이 정도까

지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 나왔는데도 흥행에 실패한다면, 한국 애니메이

션의 미래는 절망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정신없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한숨이 나옵니다. 이번에

는 제발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희망을 갖고 싶습니다.


 정말 마음을 다해 만들면… 흥행이 돼 줄까요?


(총 0명 참여)
오세암 정말 대단해요..아....~   
2003-05-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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