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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尊]<폰부스> 질투심을 느끼다 폰부스
cinexpress 2003-06-08 오후 9:34:26 766   [2]
<폰 부스>를 처음 보고 났을 때의 내 심정은 질투 그 자체였다. 80분에 달하는 영화중 60분을 공중전화부스에서만 진행시키겠다고? 그건 분명히 실패할 시도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시나리오를 뽑아낸 래리 코헨에게 살인의 충동마저 느낄 정도였다. 스릴러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가슴 뛰어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무렵, <폰 부스>는 내게 그런 충격을 안겨주었다.

바쁜 도심 한복판에 서있는 공중전화부스, 우리에게 익숙한 테러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무차별적 테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폰 부스>의 테러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한 사람이고, 영화 마지막까지도 테러리스트의 정체는 공개가 되지 않는다. 익명에 의해 저질러지는 위협은 아무것도 모르기에 훨씬 두렵다. 스튜(콜린 파렐)가 저격범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할 때 더욱 공포를 느끼는 것도 자신의 죽음, 그리고 자신을 죽이는 이가 누구인지 조차 깨달을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영화는 밀폐된 공간에 갇혀 무력감에 떠는 스튜의 모습을 잘 잡아낸다. 그리고 스튜가 느끼는 두려움은 곧 관객이 느끼게 된다.

<폰 부스>의 저격범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차가운 저음의 목소리에 관습적이지 않은 테러리스트. 많은 테러리스트들은 어린 시절의 아픈 경험, 배신당한 경험에서 그런 길을 택하게 되지만, <폰 부스>의 저격범은 그런 공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노골적으로 스튜에게 말하고, 말을 뒤집는다. 거기다 그는 사회의 악을 제거한다는 명분마저 갖춘 채 수많은 경찰과 스튜를 우롱한다. 단지 목소리만 등장할 뿐인 저격범에 많은 헐리웃 스타가 눈독을 들인 이유가 절로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자칫 단조롭기 쉬운 영화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잘 짜여진 시나리오 외에도 네 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돌려서 얻어낸 다채로운 영상과 빠른 호흡의 편집, 그리고 분할되는 화면이다. 마이클 피기스 감독이 <타임 코드>를 통해 이미 한 번 실험했던 화면의 분할은 이야기의 흐름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드는 단점이 있지만, 조엘 슈마허 감독은 화면의 분할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려는 욕심을 부리는 대신에 등장 인물간의 갈등관계를 드러내는데 집중한다. 이는 짧고 한정된 시간안에 효과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폰 부스>를 본 뒤 당분간은 질투심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폰 부스>는 돈을 많이 들이고, 유명한 배우를 쓰지 않고, 탄탄하고 잘 만든 시나리오 하나만으로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영화다. 헐리웃에는 많은 시나리오가 돌아다니지만 정작 좋은 시나리오가 없다는 말에 공감해왔지만, 그래도 헐리웃 영화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저력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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