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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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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1 오전 12:20: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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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녀'를 사랑하기까지는...
엄정화의 히트곡 중에 <하늘만이 허락한 사랑>이 있다. 친구의 애이을 사랑한 여자가 우 정을 잃더라도 자신이 택한 사랑에 후회가 없음을 노래한 가사이다. 몇 년 전 어느 휴대폰 회사에서는 이승철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의 B.G.M을 적절히 이용해 CF의 성공을 거뒀다. 사랑은 상대가 변할 수 있다는 논리는 감각적인 노래와 영상미로 포장돼 젊은 층에 게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 개봉됐던 영화 <서프라이즈>도 이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 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게 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단지 막판의 반전만이 추가된 영화이 다. <서프라이즈>의 주요 인물은 세 명이다. 어릴 때부터 단짝 친구인 이효원과 김민희, 김민 희의 애인 신하균이 극을 끌어간다. 엄밀히 말해서 신하균은 김민희의 애인이 아니다. 그러 나 그 후반에 치닿기 전까지 신하균은 확실히 김민희의 애인이다. 그녀가 사준 곰돌이 인형 을 갖고 있고, 그녀의 사진이 꽂힌 액자를 지니고 있다. <서프라이즈>는 이러한 인물 세 명이 만 하루 동안 겪는 에피소드이다.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설득하고 애인의 생일 잔 치를 준비하려는 김민희는 이효원에게 공항에서 신하균을 좀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시간을 벌기 위해 애인이 난처해지도록 유도하라는 것이다. 단짝인 이효원은 졸지에 처음 만나는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며 그를 뒤쫓는 이상한 아가씨로 돌변해야 했다. 친구의 부탁을 거절 할 수 없는 이효원과 영문도 모른 채 그녀 손에 이끌려 다니는 신하균의 행보가 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둘은 서로 부딪치고 쫓겨다니며, 어찌어찌하다보니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게 된다. 친구의 애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효원은 신하균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둘은 헤 어지기 얼마 전, 어색한 키스를 나눈다. 이 때까지 관객들은 그다지 별다른 궁금증이나 불 만없이 영화에 몰입한다. 이효원의 성격은 털털하고 착하며, 김민희의 캐릭터는 다소 요란 스럽고 특이하다보니 자연스레 이효원에게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신하균과 이효원은 사랑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뿐이라는 결론에 응당 도달하도록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난데없이 이 영화는 조금 어줍잖은 '반전'을 시도한다. 이효원이 친구 김민희의 애인라고 생각하고 하루 종일 쫓아다닌 남자는 다름 아닌 친구 애인의 회사 동료였던 것이 다. 그 쪽도 마찬가지로 부탁을 받고 김민희 남자 친구 역을 가장했던 것이다. '서프라이즈' 라는 제목에 걸맞게 깜짝 생일파티에 도착한 두 남녀는 그 곳에서 서로가 왜 어이없이 같이 붙어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고, 잠시 서로 불쾌해한다. 그러나 그 당혹감도 잠시, 둘 은 그 하루 동안 싹튼 연애 감정을 지니고 계속 사귀기로 결정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어찌보면 매우 단순한 인물 구성과 사건 전개를 지닌 이 영화는 단지 '사랑'은 어쩔 수 없이, 어떤 계획된 의도도 없이 이뤄진다는 '사랑학 개론'을 선보이고 있다. 신하균과 이효 원은 여느 남녀와 다를 바 없는 갑남을녀이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는 '사랑'이라는 싹이 개 입된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사랑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의 주인 공은 묻는다. '내가 친구의 애인이 아니었고, 당신을 바로 만났다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요?' 단지 하루 만나서 묘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확신하기까지 그들은 서로 다른 껍데기를 지니고 있었고, 다른 삶에 속해있었다. 서로가 상대를 오해한 상태로 만났지만 그 들은 분명 사랑해도 되는 남녀였을 뿐이고,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 다. <서프라이즈>는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서프라이즈한 사랑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친구 의 애인에게 끌려버린 평범한 이효원과 동료의 역할을 해주다 사랑에 빠진 신하균. 이들에 게 만날 기회를 제공해 준 김민희.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사랑'은 어느 때이고 불쑥 머리를 들이밀 수 있는 알 수 없는 관념이다. 정현종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서프라이즈는 사람 사이에 '에로스'가 있음을 알려주는 영화이다. 하늘 아래 '그'와 '그녀'가 사랑을 나눈다. 그들에게 큐피트의 화살이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 냥 그들은 정신없이 겁잡을 수 없이 사랑할 뿐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의 감 정은 '서프라이즈' 한(놀란) 것이다. 누구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랑. 필연인지 우연인지 어쨌든 사랑의 이야기는 태고적 이후로 계속된다. <서프라이즈>는 사랑의 관념을 마치 트렌디 드라마와 같이 무난하게 그려냈다. 미소를 만면에 머금었지만 결코 튀는 스타일이 아닌 신하균과 깔끔한 청순미를 지닌 이효원. 이 둘 의 천방지축 연애담은 이 영화에서 단지 시작으로 끝났지만, 그 과정도 아름다울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마케팅 단계에서 '친구의 애인을 사랑한 이야기'로 집중 공략했던 사실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았던 사실이다. 김민희의 소지품만을 지니고 있는 신하균을 ㅂ고 정말 그녀의 애인일까 의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김민희의 애인이라고 확 실한 복선도 제공되지 않는다. 또한 역시 '사랑보다는 우정'이야 라고 마무리짓는 결론은 다 소 상투적이고 훈계조로 보인다. 엄정화의 <하늘만이 허락한 사랑> 류의 사랑학 개론을 보이려면 좀 더 세밀하게 김민희와 신하균의 관게성이 두드러졌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젊은이들이 지닌 복잡하고 다양한 사랑관을 좀 더 진지하게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다. 계속 다양한 색채의 사랑학 개론의 멜로물이 만들어지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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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2002, Surprise)
제작사 : (주)씨네2000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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