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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장인의 손으로 다시 태어난 SF 헐크 헐크
jyjung71 2003-07-07 오후 1:18:41 1194   [5]
내가 기억하는 흑백 TV 속의 "두 얼굴의 사나이"는 감마선 단순 노출로 인해 탄생한
새로운 버전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주말마다 이 동네 저 동네로 도망다니며
철저히 혼자된 삶을 살아가는, 그래서 자기 감정을 다 내놓지 못하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진한 페이소스를 안겨주었던 주말의 명작이었다. 하지만 이안 감독의 신작 "헐크"는
과거의 TV 드라마를 재연한 작품이 아니다. 탄생 과정부터가 훨씬 더 복잡하고 완전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헐크의 크기나 능력도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과거의
헐크를 추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집채만한 몸집으로 미 대륙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이 새로운 녹색 괴물의 액션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충분히 낮추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새로운 "헐크"를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이안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자신의 이전 작품들과 또다른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내는 모험에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다른 왠만한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결혼피로연"과
"음식남녀"로 호평을 받았던 이안 감독은 이후에 만드는 영화마다 비평가들과 관객의
우려를 뛰어넘는 놀라운 연출력을 과시해왔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가 그랬고 "아이스
스톰"이 그랬으며 "라이드 위드 데블"도 그랬다. 심지어 "와호장룡"도 사람들이 의아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그 이상이었다. "헐크"도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역시 이안 감독의 영화가 맞다.

"헐크"는 무협지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30년 세월에 걸친 두 집안의 갈등과 애정을
바닥에 깔고 있다. 그리고 TV 드라마에서의 우수 어린 배경음악이 아니라 '분노와 힘,
그리고 자유에 대한 꿈'을 32비트 게임박스 세대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구현해냈다.
때문에 "두 얼굴의 사나이"를 추억하지 못하는 어린 관객들이 지루해하고 아련한 기억
속의 드라마를 장편 영화로 다시 보고 싶어했던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동전의 양면이다. 나는 "헐크"의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와 새로운 액션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관객들이 훨씬 더 많으리라 생각한다. 간단하게 최근에 상영된 어떤 액션
영화가 이만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지 10초만 따져봐도 충분하다.

"헐크"가 재미있는 또다른 이유는 배우들이다. 사실상 신인이나 다름 없는 주인공
에릭 바나의 출연은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에서 그래픽 이미지로 구현하기 쉬운
얼굴이라는 이유 하나로 캐스팅되었던 로버트 패트릭을 연상케한다. 하지만 영화 초반
다른 알려진 배우들 틈에 끼어 멍뚱한 눈빛과 머리모양으로 있던 그가 브루스 배너의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헐크"는 그의 영화가 되어버렸다. 물론 그럼에도 헐크의
얼굴은 에릭 바나와 참 닮긴 닮았다. 요즘 쓸만한 출연작이 없었던 닉 놀티 특유의 불을
뿜는 열연도 볼만하다. 전기줄을 물어뜯고 '자유자재 변신 괴물'로 변하기 전의 장면은
닉 놀티 팬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일종의 연극 무대와 같은 분위기
마저 엿보였다. "뷰티풀 마인드"로 2002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의 여우조연상을
싹쓸이 했던 제니퍼 코넬리 역시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은 캐릭터였고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쉬 루카스의 망가지는 악역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그럼에도 이 영화 초반 잠깐 스치고 지나간 카메오 한명에게 더 큰 점수를 안겨주고
싶은 것은 나도 어쩔 수 없이 "두 얼굴의 사나이" 세대이기 때문일거다. 영화 초반
연구소에서 걸어나오는 덩치 큰 경비원이 TV 드라마에서 헐크 역을 맡았던 보디빌더
출신의 그 배우. 그냥 한번 슥 지나간 것 뿐인데 보자마자 "앗! 헐크다!" 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이안 감독의 "헐크"는 원작이 되는 만화나 TV 드라마와 완전히 결별을
선언하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 나름대로 고전에 대한 충실한 경의를 표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장르를 존중하되 그 이상의 완성도와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역시 이안 감독의 영화'가 맞다. ^^@

(총 0명 참여)
이영화를 SF로 보는 분이 있넹 신기합니다.   
2003-09-26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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