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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감상입니다. 헐크
grovenor 2003-07-13 오후 10:03:15 1649   [4]
http://blog.hanmir.com/grovenor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안 감독의 영화는 영화평론가들의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들이에요. 하나같이 탄탄한 연출에 바탕을 둔 높은 완성도의 영화들이죠. 지적이면서 깔끔한 구석도 있고, 그러면서도 자의식이 강하거나 거만하거나 하지 않죠. 생각하면서 영화 보는 사람에게는 참 좋은 감독이죠. [아이스 스톰] [결혼 피로연] [센스 앤 센서빌러티] [와호장룡] 다들 영화 평론가들을 위한 블럭버스터들이었어요. 이안 감독이 `영화제 킬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상을 많이 탄 것도 다 그 때문이고.


그게 이안 감독의 일종의 전략인데, 영화 평론가들을 만족시킬만한 영화를 만들어서 일단 평론가의 만장 일치를 얻고 난 다음 그걸 간판 삼아 흥행을 위한 홍보에 나서는 거죠. 생각해보면 이안 감독의 영화에 열광한 건 관객이 아니었어요. 물론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지만 관객의 평이 만장 일치가 떨어진 건 아니었어요. 만장일치로 열광한 건 영화 평론가들이었죠.


[헐크]도 기본적으로 이런 전략을 취하고 있어요. 사실, 왜 이안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솔직히는 잘 모르겠어요. 블럭버스터이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긴 한데, 자세한 내막은 저도 모르죠. 하여간 이안 감독은 블럭버스터를 맡았으면서 자신이 목소리를 내긴 했어요. [헐크]는 웰-메이드 드라마죠. 간결하고 완성도 높은 컷과 지적인 미장센으로 꽉 찬 전형적인 이안식 영화에요.


그런 점이 [헐크]가 그냥 블록버스터가 아닌 이안 감독의 영화로 보이게 하는 점이죠. 영화를 되짚어 보면, 흔한 블록버스터와 상당히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야기 구조만 해도 아주 비극적이죠. 그리스 희곡 구조라고 하던데, 안 그래도 비극적인 희곡을 생각나게 하는 요소가 많죠.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 아들과 아버지의 대결,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고민하는 주인공, 내면의 갈등이 작품의 중심이 되는 것 등등. 이건 [엑스맨 1, 2]와도 비슷하죠. 만화를 원작으로 했지만 시침 뚝 떼고 원작에서의 심각한 요소를 끄집어내 정통 드라마로 풀고 나가는 거죠. 물론 엑스맨 시리즈가 동성애나 인종 차별을 다룬 프로간다에 가깝다면, [헐크]는 거의 햄릿에 가까운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까.


기존 블록버스터와 차별되는 점이 또 있다면 만화 미장센을 적극 도입한 거죠. 화면 나누기는 사실 만화 미장센이라기 보다는 최신 유행을 따라간 것 같은데, 그걸 빼더라도 만화 같은 부분이 많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인정할 수 있죠. 이건 [스파이더 맨]과 비슷하죠. 차이점이 있다면 스파이더 맨에서는 만화 미장센이 거의 실패했지만 [헐크]에서는 성공했다는 것. [헐크]는 만화 미장센을 완성하기 위해 처음부터 치밀하게 달려가요. [스파이더 맨]이 만화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약간씩 첨가한 것과는 달리, [헐크]는 블록버스터로서의 기본조건까지 많이 버려가면서 만화 미장센에 욕심을 내요. 이건 이안 감독의 특징이죠. 블록버스터를 만들지만, 꼭 규칙을 따라가진 않아요. 이 이야기를 뒤집어보면, 이안 감독의 특징을 끄집어내면 끄집어낼수록 [헐크]가 보통 액션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죠. 가장 놀라운 점이라면 클라이막스에 액션이 아닌 드라마의 갈등을 배치한 점이에요. 다른 액션 영화였다면 한참 액션이 벌어지고 있을 시간에, 의자에 묶인 브루스 배너와 그의 아버지가 논쟁을 벌이는 장면을 탁 박아 넣은 것도 이런 욕심 때문이겠죠. 닉 놀테를 캐스팅 한것도 거의 그 때문일테고…… 잠깐 배우 이야기를 하자면 닉 놀테는 클라이막스에서 영화 전체를 휘어잡는 명연기를 보여주는데 그 카타르시스가 대단하죠. 꽤 재밌기도 하고 ^^ 그에 비해 에릭 바나는 좀 굳어있는데 외모가 헐크 역에 잘 어울려서 나쁘진 않아요. 선한 인상이면서도 화나면 무서울 것 같은 얼굴에, 키가 190이 넘는다니까 실제로 보면 상당히 헐크스러울 듯. 제니퍼 코넬리는 연기가 정말 괜찮아요. 하지만 작품에서 역할이 작았어요. 베티 로스의 아버지와 부르스 배너의 아버지가 갈등 관계가 아니었다면 정말 액션 영화의 조연 여배우 캐릭터로 떨어질뻔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네요.


어쨌든 이런 여러 교묘한 장치를 깔아놓은 수준급의 블록버스터가 [헐크]인데 흥행 성적은 좋지 못했죠. `헐크`가 `슈렉`으로 보인 관객들이 실소하는 바람에 흥행은 바닥을 기고 있어요. 속편이 나오긴 나온다는데 지금 박스오피스 스코어로 봐서는 정말 나올지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안 감독은 꽤 야심만만한 도전을 했고, 평론가들의 찬사까지는 얻어냈지만 관객들을 설득시키는데는 실패했어요.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의 장점까지 잘 엮어놨는데도 흥행은 선배들만큼 일궈내지 못했죠. 안타깝다고 밖에 말 할 수가 없어요. 헐크의 액션신은 굉장한 퀄리티거든요. 쿵쿵 뛰어서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그렇죠. 헬기나 장갑차와의 격투에서 어디까지가 그래픽이고 어디까지가 실사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교묘한 테크닉을 선보이는 것도 그렇고, 장점이 상당히 많은데 영화는 논쟁거리 이상의 히트작이 되질 못하고 있네요. 2탄에서 흥행 스코어를 만회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고.







r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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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무래도 미국 히어로물같은 영화는 그냥 단순 액션씬, 그러니까 영웅이 악당과 싸워 쳐 부순다! 식의 단순 액션만을 더 선호하는것 같더라고요. ^^   
2003-07-17 12:16
이론, 대단하시군요. 뭐 저도 헐크를 잼있게 보긴 했는데, 사람들 반응은 생각보다 그렇더라구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너무 지루해서 그렇나?   
2003-07-17 12:1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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