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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슬프지만, 인정할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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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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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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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5 오후 7:5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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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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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감독의 청풍명월은 스크린에서 만나는 (진정,)오랜만의 사극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인조반정시대에 혼란의 줄을 타고 생겼음직할(물론, 그것은 완벽한 판타지이다.) 청풍명월이라는 검객들사이에 있었던 비운의 스토리를 다루겠다는 영화의 의지 또한, 기존의 사극영화가 시도하던 기존스토리의 재구성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사유다.
그러니까, 청풍명월은 역사적 사실 위에 판타지가 안착하는 순간의 접착도를 들여다보고 있는 순간의 드라마이다. 그것이 정확한 위치에 감동과 상상력을 매우 적당한 박자로 동반하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이영화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뺀 나머지 (중요한 화두가 충분히 됬음직한 , 그러나 그러지 못했던) - 인물간의 관계구도와 캐릭터의 미흡함의 정도는 , 불행히도 ,논외의 이야기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바라는 백성들의 바램이라는 뜻의 청풍명월이라는 단어는 검객들의 무리를 지칭하는 판타지공간이다. 청풍명월이라는 공간은 분명한, 가상의 공간이지만, 그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분명, 역사적 배경위에서 이루어지는 사건들이라는 점은 청풍명월의 드라마가 생명력을 얻을수 있을것인지, 그렇지 못할것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다.
규엽(조재현)과 지환(최민수)사이의 해묵은 갈등의 원인- 살아남은자와 그렇지 못한자라는 구도 - 결국, 동료들사이에서 살고싶어 했던 치욕스러운 순간을 기억하는 인물과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했던 과거의 그들사이에서 매우 당연하게 생겨났을 수밖에 없었던 이념간의 갈등은 전체의 드라마가 갖고 움직이고 있는 분노의 근간인데, 결국, 치욕과 명예사이에서 갈등하던 인간이 생존이라는 어찌할수 없는 해답을 따라 자신의 위치를 의도적으로 이동시킬 수밖에 없었던, 인간적 갈등을 확장시켜 내지 못한 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드라마의 생명력이 실종되는 순간과 맞물려 청풍명월의 드라마를 퇴색시켜버린다.
어쩌면, 혼란의 시대, 그릇된 정치세도가들의 신변을 지켜내는 일을 하면서, (검객의 위치마저 치욕스럽게 느껴지는 시대.)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검객의 신분의 비극적인 선택을 시대를 뛰어넘은 고된삶의 마지막 종착역의 불운한 선택으로 확장시키려고 했던 영화의 진심이 지나친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러한 인간의 비극적 갈등 그릭고 우정과 사랑의 빗나간 결과들을 드라마로 풀어내기에 청풍명월을 지탱하고 있는 드라마 구조는 지나치게 전형적이기 때문이다. 규엽과 지환의 갈등 구조는 우리가 그간 지나치게 여러번 보아왔던, 빗나간 의리의 관계이며, 그사이에 존재하는 시영(김보경)의 캐릭터는 청풍명월의 부대장인 김인의 딸로서 복수를 위해 검을꺼내든다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캐릭터라 드라마는 관객을 장악할만한 가장 중요한 힘을 잃어버린다. 비쥬얼과 소재 배경을 논하기 전에, 인물간의 갈등과 캐릭터가 가진 이 지협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한국의상업영화시장에서 보아왔던 논란의 근거지라는 점에서 심각할 수밖에 없다.
수년간에 걸쳐 작업한 청풍명월의 드라마가 지나치게 전형적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는 어쩌면, 새로움이 매우 의도적인 방법으로 거부당하고 있는 현재의 상업영화시장 안에서, 역설적으로 논해볼 가치가 있다. 청풍명월이 시도한 많은 것들. 역사적 진실위에 덧입힌 판타지의 공간. 반정의 공간속에서 친구의 목을 쳐야만 하는 자객으로 돌아온 지환의 입장. 중국 무협의 고전적 몸놀림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진정어린 몸부림. 춘천고구마섬의암호에 1년여기간의 제작을 걸쳐 만들어낸 주교.등의 의미있는 시도들이 결국엔, 전형적인 드라마와 캐릭터라는 문제앞에서 그것의 가치가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화두로 던진 영화가 만약, 사극의 거대한 이미지를 업고 시장에 던져졌을 때 그것을 얼마나 관객들이 받아들일것이냐라는 매우 근원적인 질문으로 다시 되돌아가게 된다. 그러니까, 현재 시장에서 (어쩌면)원치 않는 이 수년간의 거대한 프로젝트가 관객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전형적인 드라마와 가장 그려내기 쉬운 "우정"과 "사랑"을 오가는 갈등의 진폭으로 이야기만이라도 좁혀야 한다는 불쾌한 시장논리에 의한 매우 빤한 귀결이라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쩔수 없는 (마치 규엽의 선택처럼,) 선택은 드라마를 극의 초반을 지나 지나치게 산만하게 흩뜨리며 (과연 누구와 누가 적인지. 왜 그들은 서로를 그토록 증오하면서 생명의 목줄마저 끊어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 이미지들의 나열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있음을 감독은 알아야 한다. 인간백정이라고 불리우는 규엽이 사람을 아무렇지 않은 심정으로 죽이고 목을 베어내는 계기등에 대한 친절한 드라마적 설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예정없이 출현하는 지환의 등장과 두사람사이에 있었던, 과거를 노출하는 플래쉬백등은 적절한 리듬을 타지 못해서 이야기를 집중시키지 못하는 등의 부적절한 영화의 발놀림은, 장벽을 뛰어넘지 못한 이들의 험난한 생의 악전고투를 지나치게 쉽게 그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들의 고통을 깊게 느낄수 없다.
규엽과 지환이 함께했던 순간들을 보여주는 수중잠수씬이나. 들판을 달리는 말발굽소리 갈대의 이미지는 물론, 뛰어나지만 그것이 드라마로 육화되어 관객의 심정을 울리진 못한다. 군데군데 나오는 절절한 명대사들은 분명 근래 영화들에서 발견하지 못한 뛰어난 발견이긴 하지만, 그 좋은 대사들을 우려낼 전체, 극의 감정이 뒷받침 되주지 못하기에 ,역시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한다. (지환이 엔딩에서 뱉는 대사들은 마치 이것이 영화의 전부이기를 믿고싶을정도로 심정을 움직여내는 힘이 있다.)
10년간의 기획과 2년간의 프리프로덕션 1년간의 제작기간 여러번의 촬영지연과 중단등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장에 완성되어 나타난 청풍명월은 분명, 무자비하게 짓밟고 넘어가서는 안되는 의미있는 시도들이 존재하는 조금은 이색적인 사극이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아쉬움들이 조금만 다른방식으로 표현되어졌다면, 뛰어난 연기자들의 (나는 이영화에서 최민수를 다시 발견했다. 그것이 비록 우리가 보아온 그의 무게감이었다손 치더라도, 나는 지환역할을 맡을만한 배우를 최민수 이외에 누구도떠올릴수 없었다. )연기, 거대한 세트제작등은 충분한 효과를 발휘해낼수 있었을 것이다.
김의석감독의 전작들이 가지는 드라마의 허약함은 충무로의 유수의 작가들의 손을 거쳐서 탄생된 드라마에서도 그 유효기간이 여전히 발휘되고 있어 아쉬움이 매우 크다. 감독이 수년간의 고통을 참아내면서까지 이영화를 힘겹게 완성한 의도가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때론 이러한 거대한 프로젝트가 정말 많은 이들에게 박수를 받고 격려를 받아 다른 시도들의 훌륭한 선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적도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기대와는 달리 매번 이러한 프로젝트는 , 단지 했던 이야기들위에 다른 옷감만을 휘두르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수 없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고통의 세월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바라는 이들은 단한명도 없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크기를 떠나 김의석감독의 영화가 아주 오래전부터 갖고 왔던 그, 진부한 드라마의 전형성은 [어떤것의 흉내]에 지나지 않는 다는 사실. 그리고 이미 그 빤한 의도를 느끼며 쉽게 감동받을 만한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이젠, 매우 슬프지만 인정해야 할때가 온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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