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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우리에겐 삼류 무협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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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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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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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9 오전 12:5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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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사'는 분명히 거슬리는 영화다. 일본의 사무라이가 나오고 기모노를 입은, '귀신'같은 분장을 한 여자들이 나오는, 그런 "왜색" 풍이라면 거부감부터 같는 우리에게, 이 영화 무사는 분명히 거슬리는 영화다. 단순히 그렇게 일본색이 짙어서 거슬리는 것은 아니다.
먼저 이 영화는 우리나라나 일본인을 위한 영화가 아니었다. 이 영화는 서양인들, 즉 미국이나 유럽 사람을 겨냥한 영화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일본 사람과 일본식 옷이었는데, 그들이 말달리고 싸우는 곳은 미국의 어느 산과 계곡이었다. 섬나라 일본에서 어디 말로 달려 5일이나 걸리는 거리가 있을까. 그뿐만 아니다. 일본의 섬세한 촬영과 거리가 멀게, 엉성하게 합성된 화면은 둘째치고, 지나치게 미국사람을 겨냥한 검술의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이 보이는 것도 거슬린다. 전투장면에서도 말에서 굴러떨어지고 일당백으로 싸우는 낭인들의 모습을 영웅시하려고 슬로우비디오나 고속촬영을 통해 보여주는 그 엉성한 화면은 이게 정말 일본 영화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시나리오를 보자. 이 영화는 일본판 무협소설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듯 하다. 이 영화의 중심이야기는 "자신을 닮지 않고 병약하기만한" 장자를 미워하고 자신을 닮아 이쁘기만한 차남을 편애하는 도쿠가와 가문의 3대 가장 이에미쯔가 자신의 아들을 죽이려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 "도련님"을 경호하는 것이고. 무협소설의 흔한 스토리 전개는 다 나온다. 그 경호를 책임지는 무사와 그 아들을 죽이려는 무사는 어릴때부터 호형호제하던 사이였고, 어떤 문제로 사이가 벌어져 원수처럼 지내고 있다는 설정. 그리고 두 사람의 검술이 천하의 쌍벽을 이룬다는 것. 그리고 경호를 맡은 무사들모두 한가락 한다는 "초절정"의 고수들이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소재인 장군의 아들 다케치요. 이 7살도 안먹은 것 같은 도련님은 건방지기 짝이 없는 놈이다.옷이 조금만 젖어도 안입고. 도망중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면서도 산딸기 같은 음식은 먹여도 뱉어내고 말고. 도망가는 중에도 눈산에서 썰매한번 더 태워달라고 한다. 그런 '시건방진' 다케치요가 진정한 무사들과의 여행(?)중에 진정한 무사도를 배워간다는 설정도 있다. 뭐, 전형적인 삼류 무협지의 이야기이다.
배우들의 연기? 음..이건 좀 다른 이야기다. 오가타 켄이나 지금은 슈퍼 스타가 되어있는 오다 유지의 모습은 화면에서 확 뜨일정도임에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기모노를 입은 유모나 그 외 다른 조연들의 연기는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됨에서 벗어나질 못한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히 영화 전체의 흐름에 크게 거슬리는 배우는 없지만, 또한 영화를 이끌어가는 배우는 없었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짜임새는 있지만, 주도하는 사람이 없어 맥이 빠진 영화라고 할까? 액션영화니까 액션을 보자. 이 영화에는 칼과 창과 더불어 총도 나온다. 다이너마이트도 나오고. 그래서 주인공들은 위급하면 다이너마이트로 수백명(?)의 사람들을 무찌른다. 역시나 주인공의 일당백의 검술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것에 짜증이 난다고 하는 사람은 아직도 영화를 조금 더 봐야할 사람들이 아닐까? ^^ 그렇지만, 역시 말을 달리고 칼을 휘두르며 싸우는 장면에서 총을 쏘고, 그 총에 역시...결말부분까지 아무도 맞지 않는다는 것은, 그 설정에 여전히 익숙하지만 수긍이 되질 않는 부분이었다. 또한, 주인공들의 최후장면이 모두 너무 끔찍하고 적나라하게(?) 나온것도 보기 거슬렸고. 너무 잔인하다고 할 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오가다 켄의 최후 장면은 "태양을 향해 쏴라"의 결말을 그대로 베꼈고.
이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보았을때, 이 영화가 외국에서 상당히 호평을 받았다는 것에대해 개인적으로는 수긍이 간다.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만한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분명히 우리나라에서 상영될만한 영화는 아닌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기에 나는 이 영화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부터 거슬린다고 하는 것일까?
단적으로 말하면, 일본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던 "철도원"의 감성을 우리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유와 같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선비정신'이 우리나라에서만 이해될 수 있듯,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도 일본인의 감성에만 먹혀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절실히 느낀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진지하게 비장하게 "도련님을 구하기 위해 죽어가는 사무라이"의 모습을 보면서 박수치고 웃고 하는 관객에게서 이 영화가 전달하려했던 사무라이 정신은 이미 부딪히는 손뼉속에서 사라져다고 봐야할 것 같다. 아마,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우리에게 드러나는 이 영화 무사는 '넓은 광야를 말타고 달리는' 일본 무사들의 뒤로 흐르는 배경음악이 락이라는 것과, 그 음악때문에 박장대소하는 관객들의 모습속에 심각하고 엄숙한 액션장면조차 웃음뒤로 넘어가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10년전이라도, 물론,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은 더이상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대한민국에 사는 대 한국인인 우리에게 이 영화를 재미있고, 진지하게 보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인것 같다. 일본 영화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혹은 러브레터같은 즐거움 혹은 영상미학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한, 양국을 가로막고 있는 깊은 감정의 벽을 넘어서기는 힘들것 같다는 느낌을 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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