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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도망자>돈먹은 대작 또한번 삐걱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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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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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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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7 오전 9:4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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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터데이>, <아유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튜브>등등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라 불리 우는 이 영화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한국영화 평균을 훨씬 웃도는데, 그에 반해 수입은 거의 따라주지 않았던 영화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 영화들 모두 2002년 여름 이후의 영화라는 것이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와 <무사>도 예상을 밑돌긴 했지만,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지진 않았었다. 왜 갈수록 한국에서 만든 블록버스터 급의 영화들은 점점 퇴보하는 수치만 나타내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최근 <튜브>가 그 징크스를 무너뜨려 줄 듯 보였지만, 결과는 역시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또 한편의 영화 <청풍명월>에게 딱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위 영화들의 뒤를 밟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제발 흥행에 있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만한 성적을 내달라는 소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이없는 배반의 목소리가 이어질 듯 하다. 조금은 예상을 했었지만, 그 예상이 반드시 빗나가 버리길 그렇게 바랬었는데, 아무래도 다음 기회를 다시 기다려야 될 듯싶다.
인조반정으로 인해 절친한 우정을 나눴던 사이에서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게 되는 적대의 관계가 되어버린 지환(최민수), 규엽(조재현) 약간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스토리의 냄새가 나는 <청풍명월>은 지환과 규엽의 숨 막히는 액션장면들을 기대케 만든다. 그리고 국가와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검객의 슬픈 운명을 예상케 만들기도 한다. 또, 조재현과 최민수의 불꽃 튀는 카리스마의 대결과 최고의 연기력을 바랬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부조화스럽고, 어설프다는 것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피로 범벅이 되는 칼싸움 장면들을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조심스레 제시해준다. <비천무>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처절하지도 않으며, <글레디에이터>처럼 웅장하지도 않은 첫 싸움장면은 앞으로 이어질 액션 장면들의 맛 뵈기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생각보다 그다지 잘 찍었다고 여기지는 않았지만, 나중을 위해 감독의 숨은 전략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영화의 내용이 흐르면 흐를수록 <청풍명월>의 액션장면들은 잔인함에만 충실할 뿐, 내공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장면들만 이어진다. 그리고 가장 기대케 만들었던 지환과 규엽의 일대 일 결투장면.. 세상에 그렇게 허무한 결투장면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별 볼일 없고, 빨리 끝나 버린다. 휘황찬란한 몸동작들이 스크린을 휘감아 버리고, 휘황찬란한 칼놀림이 사운드를 장악해 버릴 줄 알았던 그 장면이 완전 뒤통수를 쳐버리고 만다.
기대했던 스펙터클함이 배반을 했지만, 내용에만 충실 했다면 절반의 성공 그 이상은 이뤄낼 수 있었을 것인데, 시나리오의 허술함과 감독의 무능력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말았다.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을 눈가에 눈물방울이 투명하게 매달릴 정도로 찡한 스토리를 예상했는데, 그것 역시 별반 감동을 주지 못한 채 성급하게 결말을 지어버린다. 인조반정은 역사상 정말로 실제 있었던 일인데, 그 배경을 중심으로 벌어진 허구의 사건은 너무 허무맹랑하다는 것이다. 왜 마지막 장면을 그렇게 마무리 지어야 했는지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한 나라의 운명을 단 한명이 뒤집는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두 명이 뒤집는다면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두 남자의 우정이 각별했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나라를 배반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 우정이었나 싶을 정도다.
최민수라는 배우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모래시계>의 감흥이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이제는 제발 어깨의 힘을 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의 카리스마에 열광하기도 했지만, 그 모습은 어디까지나 예전의 젊은 시절의 힘일 뿐, 나이든 그의 모습에서 (자식을 둔 아버지의 모습에서)까지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물론 그에게 여전히 그런 슬픈 눈빛과 힘 잔뜩 들어간 육체적인 캐릭터들이 자꾸 들어온다는 사실이 그를 계속해서 그런 쪽으로 몰고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배우의 명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라면 이제는 그만 각설하고, 대발이 시절의 최민수로 다시금 되돌아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기덕 감독과 짧은 촬영기간의 영화들만 수두룩하게 찍었던 터라 기나긴 촬영 기간을 요구하는 영화에 적응을 잘 못한 듯 보이는 조재현도 자신의 연기 실력을 100% 발휘하지는 못한 것 같다. 어설퍼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은 없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규엽의 캐릭터하고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 못한 듯 방황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김보경과 이종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그들은 지금까지 이뤄온 결과보다 앞으로 이뤄내야 할 과정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주연이 아닌 이상 벌써부터 이렇다 저렇다 다 말해버리면 내 자신마저 치사해져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모든 실수들을 전부다 감독의 탓으로 돌려버린다면 너무 냉혹한 처사가 될 것 같지만, 모든 것은 감독의 탓이라고 감히 말한다. 그만큼의 제작비와 촬영기간, 그 정도의 배우를 기용하고도 돈 많이 든 기대작의 대박을 다시 뒤로 미루게 된 결과가 너무 못마땅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약간씩의 새로운 시도와 기술들이 엿보이는 장면도 있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영화의 전체를 좌지우지 하려 했다면 그 안일함과 이기심에 더더욱 치가 떨린다.
영화가 아직 완벽한 개봉은 하지 않았기에 결과를 미리 단정 짓는다는 것도 어리석은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영화 팬 10년이면 이정도도 짐작하지 못할까...?! 이로써 올 하반기에 개봉할 유지태와 이재은이 결합한 <내추럴 시티>와 정준호, 전지현의 <천년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것은 사실이다. 비록 애니메이션이지만, 126억이 들어간 <원더풀데이즈>가 과연 대박의 단맛을 볼 수 있을지 그 결과에 육감이 집중된다.
<도망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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