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러니까...... 아마도 [포레스트 검프]를 볼 때였을 겁니다. 그 영화에 보면 남부에 있는 백인학교에 흑인이 등교하는 걸 보호하 기 위해 군대까지 출동했던 역사적인 뉴스 필름이 나옵니다. 이 장 면은 [포레스트 검프]가 우익보수주의영화라는 걸 가장 정확하게 증 명했던 장면이었죠. 정확히 이런 말이었다고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포레스트가 던지던 대사 때문에 기분이 팍 잡쳤던 기억이 나거든요. 평등과 기회의 나라라는 미국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뭐 지금이 라고 엄청 나아진 건 아니지만..--++) 이런 지경이었습니다.
1971년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인종차별 완화책의 일환으 로 흑인학교와 백인학교를 통폐합해서 T.C. 윌리암스 고등학교를 만 듭니다. 전통적으로 남부 색채가 진한 버지니아 주에는 상당히 모험 적인 실험이었고, 여러모로 많은 난관에 부딪힙니다. 이 시도를 성 공시키려는 쪽과 실패하게 만들려는 쪽이 동시에 내놓은 방법이 바 로 〈타이탄스〉의 출범이죠. 미국 최고의 인기 종목은 풋볼!! 흑백 갈등으로 팽배해있는 불만을 흑인과 백인이 같이 뛰는 풋볼팀인 〈타이탄스〉쪽으로 돌려놓으려고 한 것입니다. 이 팀에 새로 부임 해 온 허만 감독 때문에 빌 요스트가 감독직에서 밀려나는 결과가 벌어지면서 시작부터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하게 되죠.
〈타이탄스〉가 만약 마찰이라도 일으켰다면 아마도 버지니아 주의 역사는... 아니 미국의 역사는 새로이 쓰여졌을 것입니다. 인종 차별 완화책을 성공시켜야 했던 쪽이나 실패시켜야 했던 쪽이나 모두 그 들이 내놓은 이 방법이 이렇게 훗날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 될꺼라 고 상상이나 했을지 궁금하더군요. 그저 스포츠를 그들의 목적을 이 루는데 부수적인 수단으로만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포츠의 승 리를 통해 소속감과 일체감은 생각 외로 인간에 미치는 영향력이 굉 장하다는 걸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죠. 그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받 아들이는 과정에서 공동의 적이나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건 그만 큼 동질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스포츠의 힘이야... 뭐 우리 나라 국민만큼 잘 아는 민족도 없을 겁니다. --v
덴젤 워싱턴은 그동안 그의 다른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진 짜 흑인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오더군요.^^;;;; 그는 허만감독으 로써 관객이 기대하는 만큼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제가 더 눈길이 가던 배우는 빌 요스트 감독 역의 윌 패튼이었습니다. 차분하면서도 조용히 덴젤 워싱턴을 받춰주는 연기 가 이 영화의 무게 중심을 안정감있게 잡아주고 있었거든요. 공격적 인 허만감독과 수비감독인 빌의 역할처럼 영화를 조용히 이끌어 나 가는 힘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저 보기에 땅따 먹기 게임 밖에 안 되어 보이는 스포츠에 외국인들이 왜그리 열망하 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애니 기븐 선데이], [리플레이스먼트] 그리 고 [리멤버 타이탄]을 보니까 왠지 좀 끌리더군요. 앞서 다른 영화 처럼 스펙타클하고 멋진 풋볼장면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영화 속의 선수들과 같이 긴장하고 볼 수 있는 것은 이게 실화라는 진실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그와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멀리서 누군가의 겉모습만 보고 좋아하거나 싫 어하거나 합니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일입니다.〈타이탄스〉는 바 로 그런 기회를 뜻했습니다. 백인과 흑인 그 경계 너머의 인간대 인 간의 관계로써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그 팀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승리 때문이 아닙니다. 그 승리 를 통해 기회를 만들었고, 그 기회가 왔을 때 쟁취해냄으로써 진정 한 승리를 이루어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