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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여우계단] 으 썰렁하다..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
ysee 2003-07-30 오후 2:47:41 2871   [10]
감독:윤재연 주연:송지효, 박한별, 조안

<호>[여우계단] 으 썰렁하다..

교육 현실의 폭력성을 공포 장르로 결합시켜 90년대 최고의 기획영화로 손꼽혔던, [여고괴담1]에 힘입어 속편을 기획 제작하고 다시 한번 여고 괴담의 아성을 쌓았다. 1편 과 2편이 보여주었던 여고괴담의 이야기는 여고생들의 일상과 공포를 여성적인 시각으로 풀어내어 남성 관객보다는 여성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었다. 현실 속에 귀신을 등장시켜 공포를 극대화시킨 여고 괴담 시리즈는 [여고 괴담]이란 네임 밸류의 가치를 올려놓기에 충분한 소재이자 좋은 꺼리이다. 상품의 가치는 브랜드에 있다. [여고 괴담]이란 브랜드 가치는 상당히 높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아마도 없지 않나 싶다.

여고 괴담의 맏언니인 1편을 회상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귀신 역으로 분한 [최강희]가 복도에서 세 번의 점프샷으로 다가오는 장면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뇌리 속에 각인 될 만큼 짜릿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둘째 언니인 2편은 학생들을 체육관에 몰아 놓고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하나로 학생들을 혼란에 빠트린 장면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이렇게 1편과 2편은 적어도 영화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만큼 한국 공포 영화의 맥을 이어주고 있었다.

2003년 공포 영화가 의외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줄줄이 공포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여고 괴담의 1편과 2편의 아성을 등에 업고 여고 괴담 시리즈인 "여우 계단"이 개봉을 한다. "여우야 여우야 내 소원을 들어줘.."란 한 여학생의 저음 나래이션으로 묘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여우 계단"은 포스터만으로도 영화를 관람하고픈 충동을 느끼게 하고 있다. "장화 홍련"이란 영화도 포스터만으로 기대치를 한층 업 시켰고, 영화 팬들이 관람하고픈 영화 1순위에 오를 만큼 포스터의 비주얼은 강렬했었고, 흥행에 성공했다.

"여우 계단"도 마찬가지이다. 두 여학생이 손을 잡고 서있고, 그 뒤로는 나무에 목을 맨 여학생이 먼발치 보이는 포스터의 비주얼 역시 영화를 관람하고픈 충동을 느껴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학교 기숙사로 올라가는 계단.. 이 계단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여우 계단.. 하지만 소원을 들어주게 되면 그것이 저주로 되돌아온다는 기본적인 영화의 컨셉 또한 영화의 기대치를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여우 계단"에서 보여줄 공포.. 여학생들의 일상과 맞물려 보여줄 공포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은 영화를 관람하고 난 후에 모든 것이 맥없이 풀렸다.

영화의 시작은 여우 계단을 오르며 하나 하나 숫자를 세는 한 여학생의 뒷모습으로 시작되는데, 이것은 영화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중요한 시퀀스이다. 이 여학생이 계단을 오르고 난 뒤 소원을 비는 것은 "여우야 여우야 내 소원을 들어줘.. 영원히 함께 해줘.."란 소원이다. 이 여학생의 소원은 누군가와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한다. 이것은 한낱 친구와의 우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강한 집착, 소유욕으로 비춰진다.

이 영화의 중심은 두 여학생과 한 명의 여학생이다. 우선 두 여학생은 [진성:송지효]과 [소희:박한별]로 무용반 단짝친구다. 하지만, 발레에 있어서는 피나는 노력형인 [진성]은 타고난 재능을 가진 [소희]에 밀려 항상 2등이다. 1등과 2등..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1등과 2등이 있듯이 이번에 선택한 경쟁은 "발레"이다. 만년 2등인 [진성]은 한번만이라도 [소희]를 이겨보고 싶어하지만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늘 1등인 [소희]는 [진성]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한다. 분명 이 두 여학생에게서 무슨 일이 벌어질 거란 예상은 관객이라면 누구나 앞서 생각하게 된다. 자 그럼 또 한 명의 여학생은 누구인가..? [혜주:조안]라는 여학생인데, 엄청난 뚱녀다[실제로는 날씬한데 특수분장으로 뚱녀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혜주]는 자신의 생일인데도 자신만의 아지트에서 홀로 자축 파티를 할만큼 친구가 없다. 유일하게 홀로 좋아하는 마음속의 [소희]만이 있을 뿐이다. [혜주]는 자신이 직접 그린 만화에 여우 계단에 올라 소원[살을 빼달라는..]을 빌었다는 알려준다. 그리고 서서히 살이 빠져간다.

자 그렇다면 영화 "여우계단"이 선택한 공포는 무엇인가.? 분명 예고편과 영화의 소개에는 저주가 내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미스테리 공포물이란 것이다. 하지만 "여우 계단"이 그러한가.,.? 홍보를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필자가 영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인가..? 필자를 아는 이들은 내 자신이 공포 영화를 무진장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웬만한 공포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공포라는 것은 느낌이다. 그 느낌이 잘 전달되는 공포는 세련된 공포물이다. 그러나 "여우 계단"은 귀신이 나오는 미스테리 공포물이 아니라 한 편의 사이코 드라마란 느낌이 강렬하다. 아니 사이코 드라마가 맞다!

[진성]이와 [소희]의 관계를 보면 [진성]이 생각하는 [소희].. [소희]가 생각하는 [진성]은 서로 판이하게 상반되어 있다. 한쪽은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고, 한쪽은 친구이상의 감정만큼이나 절실한 사랑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여고 괴담 2탄에서 이미 비슷하게 보여주었기에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이 두 여학생과의 관계보다는 "여우 계단"이 담고자 했던 공포는 바로 뚱녀인 [혜주]에게 있는 듯 하다. [혜주]는 여우 계단에서 소원을 빈 후 서서히 살이 빠져간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가 있다. [혜주]가 선택한 살빼기는 소원도 있지만, 약물과 구토가 더 직접적이다.

약물과 구토는 여성들이라면 절실할 때 많이 써먹는 방법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살을 뺀다는 것.. 체중 조절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예술 학교.. 앞서 언급한 "발레"와 관계된 것이고, 공포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는 예술학교..거기에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무용반 학생들이 모습은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뿐이지 이면을 들여다보면 추함 그 자체란 것이다. 친구들 보는 앞에서 과식을 하고, 잠시 뒤에 화장실로 가서 먹었던 것을 억지로 토악질 해내는 모습은 예술학교 그것도 아름다움과 직결되는 이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충격과 공포로 다가온다고 외친다면 아니올시다란 말을 하고 싶다. 영화상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용반 학생들이 서로를 경쟁하기 위해서 남모를 치열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없고, 오로지 [진성]과 [소희]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예술학교에 다니지만 어떠한 예술을 하는지 모를 [혜주]에게 집약된 모든 것들이 "여우 계단"의 공포를 담아내고 있을 만큼 [혜주]는 영화상에서 특별한 존재란 사실이다. 바로 공포가 [혜주]에게서 시작되고 끝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공포가 아쉽게도 미스테리적 공포가 아니라 바로 잘못된 애증에서 비롯된 사이코 드라마로 비춰지고 있다는데 문제이다.

여우 계단의 소원이 저주로 돌아온다는 것을 미스테리로 포장하여 공포를 선사할 것 같았던 "여우 계단"은 공포를 가장한 사이코 드라마이긴 하나 시종일관 잡다한 생각이 넘쳐나게 만들만큼 집중력을 흐리게 하였다. 거기다가 여학생들간의 관계는 개연성이 부족하여 이들에게서 연결고리를 찾기에도 무리수가 뒤따른다. 여학생들의 관계를 설명하듯이 흘러가는 이야기는 지루함을 제공하고 이제부터[중반이후..] 관객에게 진정한 공포를 선사하겠다란 일념을 보여주는 폭력성은 여느 공포영화에서 익히 보아온 것들로 넘쳐나 할말을 없게 만들었다.

막판 뒤집기로 이것이 반전일까하는 궁금증이 들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사건 당시의 상황을 부연 설명하는 시퀀스는 왜 보여주고 있는지.. 그것이 설명해야 될 만큼 그렇게 중요한 장면인가 할 정도로 묻고 싶을 뿐이고, 감독은 공포영화에서 아니 "여우 계단"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또 묻고 싶을 정도이다. 분위기는 열심히 잡고 있으나 썰렁하기 그지없는 "여우 계단".. 끝으로 여고 괴담 시리즈의 3편 "여우 계단"에서 건진 것은 하나가 있다. 그것은 계단을 오르면서 여학생의 낮은 목소리로 내뱉는 대사 "여우야 여우야 내 소원을 들어줘.."란 오디오(?)는 묘한 전율을 전달하기에 유일하게 "여우 계단"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해줄 것 같기에 그나마 아주 미약한 수확인 셈이다. [여담을 이야기하자면 공포영화를 정말 못보는 이와 함께 관람을 하였는데, 무서워하기는커녕 웃으면서 관람하는 모습에서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인지 코미디를 보는 것인지 헷갈렸답니다... 그리고 단 한번도 객석에서 비명소리가 나오지 않아 썰렁했답니다..--;;]

작품성:★★ 대중성:★★★

인천에서"호"...[ www.onreview.co.kr - 온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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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2003, Whispering Corridors III : Wishing St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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