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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을 던진 여전사(툼레이더2)와 제작하지 말았어야 될 여우계단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
kdong8799 2003-08-01 오전 8:39:35 1965   [1]
 온 몸을 내던진 여전사와 제작하지 말았어야 될 여우계단

 (황당한 한가지 : 본 영화가 시작된다는 장면 바로 뒤에 비자카드 광고가 갑자기 나옴. 그리고 영화시작 - 관객들 웃음과 황당해함 - 이런 식으로 광고를 꼭 해야하는지?)
 
 전편에 비해 더 잘 만들어졌다는 입소문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첫주 흥행결과가 1편의 절반밖에 되지 않은 툼레이더2는 새롭거나 창의적이지는 않지만 액션오락영화로써 관객들에게 최대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도 이야기 전개에 상당히 신경을 쓴 무난하면서도 정성을 많이 들인 영화였습니다.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과 분위기는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성룡의 'CIA'나 '용형호제2' 등의 영화와 007시리즈와 매우 흡사합니다. 특히 안젤리나 졸리가 열연한 영화 속의 라라는 제2의 주윤발 + 성룡 + 맥가이버 + 제임스 본드의 모습을 조금씩 골고루 다 보여줍니다. 총을 쏘는 장면들은 영웅본색2와 페이스 오프를 생각나게 하고, 창과 쌍칼 등의 무기를 휘두르는 홍콩의 유명한 액션배우 임달화를 긴 장총 한자루로 데리고 놀다가 가볍게 제압하는 모습과 80층 이상의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은 성룡을 생각나게 합니다. 껌을 이용해서 위성으로 화상 대화를 하는 장면은 맥가이버를 그립게 하고, 잠깐잠깐식 나오는 최신형 장비들은 007의 제임스 본드를 연상케 합니다. 그다지 새로운 액션 장면은 별로 없지만 안젤리나 졸리가 온몸을 다바쳐 원더우먼 이상의 연기를 펼치고, 이야기 구조와 전개도 엉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흥미진진하지도 않지만 볼거리 중심의 허술한 액션영화들보다는 짜임새가 있습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그동안 관객들에게 인기있었던 각 영화들의 장면장면을 별 무리없이 정성들여 잘 조화를 시킨 영화입니다.

 그동안의 헐리우드 액션 영화들과 크게 다른 점은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의 상대 적이 바로 중국본토의 갱조직과 그 두목이었다는 것입니다. 007시리즈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헐리우드 액션영화의 주적은 구소련과 러시아, 북한, 리비아 등의 제3세계, 아랍 테러 조직 등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이하게도 중국 본토의 갱조직과 그 두목이었습니다. 이라크를 침공까지 한 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적이 필요했던 것 같은데, 그 새로운 적이 바로 중국 본토의 갱조직과 그 두목이었습니다. 앞으로 나오게 될 007시리즈와 그와 비슷한 유형의 헐리우드 액션영화에서 주된 적이 누가 될지를 상당히 궁금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미국이 구소련, 제3세계 사회주의 국가와 아랍국가 들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현 국제정세에서 중국이 그나마 미국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일까요? 홍콩영화에서는 너무나도 멋있었던 임달화 배우가 라라의 노리개 정도로 전락한 모습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툼레이더2는 전편보다 모든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가 잘 된 액션오락영화입니다. 큰 기대와 바램없이 2시간 동안 눈을 충분히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그러한 영화입니다.

 툼레이더2를 보고 나서 연이어 감상한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은 아류작의 한계와 단점을 그대로 고이 다 간직한 잘 못 만든, 어설프게 하나도 안 무서운 공포영화였습니다. 발레와 미술을 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인데, 발레를 하는 장면이 나타날 때마다 우리나라 여배우들의 단조로운 역량(악기 연주나 무용 등의 연기, 사극연기, 액션 연기, SF영화에서의 연기 등이 참 안됨)과 충무로 영화제작풍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앞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온몸을 던져가며 열연한 툼레이더2를 보았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발레를 하는 다리의 모습과 상반신의 모습을 순서대로 구별해서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누가봐도 대역을 썼음이 너무 티가 납니다. 예전부터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참 부러웠던 것이 배우들의 다양한 재능과 연기능력, 배역을 위한 뜨거운 열정과 노력이었습니다. 에이리언의 시고니 위버, 터미네이터1,2의 린다 해밀턴, 미녀삼총사의 세 여배우와 데미 무어, 터미네이터3의 크리스타나 로켄, 툼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 등의 여배우들을 보면, 예쁘장한 얼굴과 괜찮은 몸매로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류의 영화에서나 통하는 우리나라 여배우들의 이미지가 참 대조적으로 떠오릅니다. 여배우들의 획일적인 역량의 한계도 문제지만, 충무로의 안일한 영화제작풍토도 문제가 참 많습니다. 여우계단만 봐도 발레를 잘 할 수 있는 여배우를 캐스팅하던지, 아니면 색즉시공에서 출연 여배우들이 직접 에어로빅을 일정기간 배웠듯이 발레연기를 직접 배워서라도 잘 할 수 있는 배우를 뽑아서 연습을 시키든지, 둘 다 안되면 발레가 아닌 다른 소재의 영화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공포영화니까 무섭기만 하면 되지 배우들의 발레를 하는 장면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는 식의 안일한 제작풍토를 참 많이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툼레이더2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여우계단에서 박한별 등 배우들의 정말 어설픈 발레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여고괴담1편과 폰, 장화, 홍련 등 사람들에게 인기있었던 공포영화들의 공통점은 음향과 색감, 나열적인 무서운 장면들로만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 것이 아니라 영화의 주제의식이 분명하고, 이야기 구조와 전개도 상당히 짜임새가 있으면서 상황자체가 사람들에게 공포감이나 끔찍함을 느끼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우계단은 주제의식도 불분명하고, 이야기 구조와 전개도 엉성함과 서투름 그 자체이고, 음향과 빨간색, 국내외 공포영화에서 충분히 보았던(감독이 관객들에게 제발 이 장면만큼은 무서워해주세요 라고 애원하는)장면들이 내용적인 별 연관성도 없이 계속 등장할 뿐입니다. 일부 무서워해야할 장면에서는 관객들의 폭소가 터지기도 하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다음에 어떤 장면이 등장할 지를 뻔히 예측할 수 있는 참 단조롭고, 단순한 공포영화입니다. 장화, 홍련에서 주온으로 이어진 최근의 공포영화 흥행기류에 편승해서 창조적인 열정과 노력, 고민없이 돈이나 좀 벌어볼까하고 만들어진 B급 이하의 아류작입니다. 최근의 무더위를 식혀줄 공포를 기대하시는 분들이나 그동안 공포영화를 즐겨보신 분들은 정말 크게 실망할 영화입니다.

 단, 주인공 소희(박한별)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비는 바람에 소희를 점점 닮아가며 학교를 공포로 몰아가는 미술반 왕따 ‘엄혜주'역을 맡은 '조안'이라는 신인배우의 연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으며, 이 영화를 그나마 지탱해주는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관객들이 나가면서 하는 말, "하나도 안 무섭네. 그래도 주온보다는 낫다. 이 영화 누가보자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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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2003, Whispering Corridors III : Wishing Stairs)
제작사 : (주)씨네2000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ghost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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