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극장 개봉에 들어간 "컨페션"을 보려고 자주 가는 극장 체인의 상영 시간표를 확인해봤더니 분당의 한곳과 수원에서는 아예 상영을 하지 않고 있고 그나마 분당의 다른 한곳에서만 하루 2번 제한 상영을 하고 있었다. 아마 이번 주말이 지나면 서울 시내의 몇 곳을 제외하고는 "컨페션"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아예 없어질 모양새였다. 이건 분명히 좋은 징조였다.
"컨페션"이란 영화의 최대 셀링포인트는 조지 클루니의 감독 데뷔작이란 점과 지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2천8백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조지 클루니 자신을 비롯해 줄리아 로버츠와 드류 베리모어, 룻거 하우어 등 잘 알려진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출연 했고 심지어 브래드 피트와 맷 데이먼도 까메오로 가세해 저예산 영화로서의 허전함을 오히려 넘치게 채워주고 있다.
"컨페션"은 주인공 척 배리스의 원작이 찰리 카우프먼이라는, 내가 아는 한 현재 활동 중인 유일한 스타급 전업 시나리오 작가의 손에 의해 각색됨으로써 한편의 멋진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는 단단한 토대를 마련해놓고 시작된 영화였다. 여기에 적당한 감독을 물색하지 못하자 제작자의 한사람이었던 조지 클루니가 직접 연출을 맡기로 한 것이 다음 순서였다. 배우에서 영화 연출가로 입지를 넓혀간 다른 선배 들의 수순을 따라가고자 했던 개인적 야심에서가 아니라 어쩌다보니 메가폰까지 잡게 되었는데 그 결과가 참으로 훌륭했다는 정황 자체가 무척 조지 클루니 답다는 생각도 든다.
주인공의 심리 상태와 각각의 시퀀스를 묘사하는 화면구성과 배경음악의 사용이, 즉 조지 클루니의 연출 방식이 다른 천재적인 전업 데뷔 연출가들의 것처럼 크게 독창적이지는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이 영화에서 어떤 흠집거리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베를린이 인정한 조지 클루니의 연출은 비록 헐리웃의 제작 시스템에 빚진 바 있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렇게 맛깔스러운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좀 더 인정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아무튼 "컨페션"은 "존 말코비치 되기"(1999)를 시작으로 "휴먼 네이처"(2001)와 "어댑테이션"(2002)까지 나를 한번도 실망시켜본 일이 없었던 찰리 카우프먼의 탄탄한 각본에 평소 좋아하던 조지 클루니라는 배우의 감독 데뷔작으로서 영화 보기 전에 가졌던 기대감에 딱 들어맞는 충실한 영화였다. 스티븐 소더버그와 조지 클루니 사단의 저예산 프로젝트에 조연급 배우로서 흔쾌히 참여한 메이저 리거들의 색다른 연기를 감상하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단역 배우들이 보여주는 코엔 형제의 작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엽기 코미디들도 내겐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앞에서 한번도 언급하지 않은 "컨페션"의 주인공 샘 록웰도 더이상 무시되어선 안될 배우다. 외모부터 게리 올드먼을 연상시키는 데다가 그가 연기한 "컨페션"의 척 배리스는 독특한 개성과 코믹함을 두루 갖춘 완벽한 재연이었다고 보여진다. 작년에 선보인 소더버그와 클루니 사단의 또다른 소품 "웰컴 투 콜린우드"에서 윌리엄 H. 메이시와 같은 쟁쟁한(?) 배우들 틈에 끼어 다소 빛이 바랬던 그의 재능이 "컨페션"에 이르러 120% 발휘되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