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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본 <지구를 지켜라> 지구를 지켜라!
tensi21c 2003-08-08 오후 2:11:37 3213   [11]
좋은 친구를 얻은 것 같은 든든함-<지구를 지켜라>의 장 준환감독



영화 중에는 능력있는 감독과 막대한 제작비,또 소위 잘 나가는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영화의 질과는 상관없이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가 있는 반면,스크린을 올리면서 제작사나
감독 측에서도 시큰둥해하던 영화가 기대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일명 대박이 터지는 영화가 있다.
그런데 '지구를 지켜라'는 한국 영화 사상 그리 흔치 않는 40 억원이라는 제작비를 투자하고
밀도 있는 연기파 배우를 캐스팅했으며 독특한 시나리오를 가지고도
일주일만에 극장가에서 스크린을 내리며 말 그대로 흥행에 참패를 하고 만 참으로 아쉬운 영화이다.


사실 나 역시 한 친구의 추천이 없었더라면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 갈 뻔 했고
한국 비디오를 대여 해주는 비디오 가게에 가서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비디오로도 놓쳐 버리고 말았을지 모를 영화'지구를 지켜라'
일본 내의 한국 비디오샵에서는 보통 복사본을 대여해 주고 있고 웬만한 영화가 아니고서는
출시된지 한 두달이 지나면 한 테입에 새로운 영화를 더빙해서 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오월에 출시된 '지구를 지켜라'가 칠월까지 비디오가게를 지키고 있을지 반신반의 하면서 우선 전화로 확인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당시 대여하고 있는 테입은 없었고,다행히 원본을 가지고 있다며,
따로 카피를 해서 어렵게 빌려온 비디오가 바로 이 영화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지구를 지켜라'는 함께 빌려 온 열 한편의 한국 비디오를 몇 주에 걸쳐
차례로 보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지 않았던 영화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빌려다 놓고도 선뜻 봐지지 않았던 이유가
어쩌면 이 영화가 흥행에 참패한 이유와도 상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장 준환'이라는 낯선 이름의 신인감독 장편 영화 데뷔작 이라는 데서는 '이중간첩'의 김 현정감독을 떠올렸다.
이미 '공공의 적'의 시나리오를 씀으로써 영화판에 신고식을 마친 김 현정감독은 이중간첩이 채 개봉되기 전에
많은 영화메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사람이다.
이중간첩의 주연을 맡았던 한 석규는 일본 내에서 -한국 비디오대여점에서는 이미 찾아볼 수도 없는 '초록물고기'가
일본 비디오 대여점에 버젓이 진열되어있을 만큼-한국의 여느 배우들보다 인지도가 높은 편인데,
한 석규가 출연한 영화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흥행보증수표'라는 꼬리를 달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영화 배급사들은 앞 다투어 그가 출연한 영화를 수입하고 있고
역시 한석규가 출연한 '이중간첩'도 한국에서 개봉하고 바로 일본 극장가에 스크린이 올려졌다.
사실 나로선 이중간첩을 보기 전에 배우 한 석규 보다는 신인감독 김 현정이라는 이름에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뭔가 신선하고 독특한 감각의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영화는 기대 이하였고 역시 김 현정감독은 거물배우 한 석규를 등에 업고 데뷔한
운 좋은 신인감독쯤으로 생각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중간첩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불쑥 튀어나온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도
그나마 잘 알려진 배우 신 하균의 힘을 빌어 영화판에 얼굴을 디밀려는 같은 급의 신인감독으로 치부해 버렸던 것 같다.
(이미 장 준환은 '유령'의 시나리오를 썼던 사람이니 내가 김 현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또 친구의 추천을 받고도 이 영화가 선뜻 봐지지 않았던 이유중의 하나는 언뜻 스치듯 보았던 황당한 스틸 컷 장면들과
영화의 장르가 엽기코메디로 분류되어있다는 점도 빼 놓을 수가 없다.
'병구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외계인과 싸운다'는 코메디영화.
코메디라면 차라리 완전한 허구거나 반대로 적나라한 리얼리티를 배경으로 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는 게
내가 지금까지 코메디영화를 봐오면서 느낀것이기도 했고,
또 코메디로 만든영화에 어쭙잖은 메시지를 담으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컷까지
억지스럽다는 인상을 주게 마련이다.결국 이도저도 아닌 난잡한 영화가 되고만다.
그런 면에서 영화를 보기 전 대충의 스토리를 접했을 때'지구를 지켜라'는 허구와 리얼리티의 중간에서
병구와 외계인을 통해 사회병폐라는 무거운 메세지를 전달하려 하는
억지스럽고 유치한 코메디영화 일 거라는 예측을 내 멋대로 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영화'지구를 지켜라'는 비디오플레이어가 돌아가고 오 분 정도가 지나면서 내 모든 예측을 뒤집었다.
비스듬히 누워서 영화를 보던 내 자세를 바꾸게 했고 중간중간 눈을 번득이게 했으며 손에 땀을 쥐게도 하고
큰 소리로 웃게 만들고 결국은 콧물 섞인 눈물까지 뽑아내고 말았다.
그리고 비록 비디오였지만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잘못된 마케팅 때문에 만약 이 영화를 놓쳤더라면,'이라는 생각까지 미치자 순간 아찔해지기도 했다.


'지구를 지켜라'는 엽기코메디라고 한마디로 단정지어 버리기엔 화가 날 만큼이나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코믹.SF.서스펜스.멜로.드라마.호러.패러디..모든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어느 한 군데 모나거나
억지스러운 구석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구성이 탄탄하고 신 하균과 백 윤식의 호연은
연기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진지하고 리얼하다.
또 젤소미나를 연상시키는 연극배우출신의 황 정민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살다 보면 때로는 남 보기엔 웃기는 일이 당사자에겐 슬픈 일이 되기도 하고 슬픈 일이 웃음을 자아내게 되기도 하는데
이영화를 보면서 슬픈장면에서 웃음이 나오고 웃기는 장면에서 눈물이 나오기도 했던것은
그만큼 이 영화에 깊히 빠져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보는 이를 관객이 아닌 ,어느 순간 병구를 만들고 강사장을 만들고 순이를 만들기도 하는
감독의 탁월한 능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 영화를 두 번 보았다.
처음엔 영화자체의 전체적인 흐름에 감탄하고 두 번째 보았을 때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미술과 카메라까지 그냥 스쳐지지가 않았다.
(영화를 다 본 후에 미술감독과 촬영감독에게까지 관심이 가져진 것은 거의 처음 있는일 이었다.)
음악,영상,연기,구성.시나리오.
심상치 않은 제목만큼이나 어느 것 하나 심상치 않은 영화.<지구를 지켜라>
이 영화는 놓치고 있었던것을 깨닫게 해주고 외면하며 지내던 것을 돌아보게 해주며 예측할 수 없는 유머와
상상할 수 없었던 반전으로 진정한 영화의 맛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라고,감히 말할 수 있을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가 잘못된 마케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 당하는 것은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조용히 막을 내렸을때 가졌던 안타까움의 한 스무배 쯤은 되는것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언젠가 어느 영화제 시상식 석상에서 '영화는 마술이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혹평과 호평을 넘나들며 '지구를 지켜라'같은 영화를 써내고 만들어낸 장 준환감독을 두고
천재 아니면 또라이 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마술사이다.
그것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마술을 부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아,그게 마술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마술적인 마술사.
아주 특별한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보면서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그 영화를 만든 장 준환감독을 떠올리며 든든한 친구를 얻은 기분이 들게 되는 것은 결코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또한 그러다 어느날 그의 작품을 다시 접하면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달려가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http://column.daum.net/tensi21c



(총 0명 참여)
제가 하고싶은말을 다해버리시면 어쩝니까ㅜㅡ?흑 어쨋든 정말아까운영화임에 분명해요!!   
2003-08-28 21:50
정말 너무 아까운 영화예여. 그렇게 빨리 내리다니ㅡㅡ;;   
2003-08-09 18:0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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