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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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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27 오후 8:1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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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보았다. 보름 전 그의 전작 <키리쿠와 마녀>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전율같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감독에 대한 믿음 하나로, 어렵게 표를 구해서 보게 되었는데....역시 오슬로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엔, 그의 천부적인 재능에 대한 경외감과 아울러, 인간적 존경심마저 가지게 되었다. 쎙떽쥐뻬리의 정신세계를 영상으로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 오슬로...<프린스 앤 프린세스>가 예전에 만든 작품을 재편집하고 보완한 것이라니 시대를 앞서가는 그 기발함에 다시금 감탄할 뿐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닌 영상;과 '웃음을 자아내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언급했기에, 나는 각각의 에피소드에 담겨진 은유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첫번째 이야기...공주의 목걸이.... 마법에 걸린 공주를 누가 구할 수 있을까? 정답은 '인정많은 왕자'이다. 왕자는 개미들이 불에 타 죽지 않도록 막아주었기에 결국 개미들의 도움으로 다이아몬드를 찾는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공주에 대한 연민도, 결국 공주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다. 개미( 흔한 미물, 또는 평범한 백성)에 대한 사랑과, 공주(고귀한 신분, 그러나 부자유한 존재)에 대한 사랑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어놓을 수 없는 내면적인 양심이다. 우리 중 누가 이 왕자처럼 순수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가? 혹시 그런 이가 있다면, 그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무화과 소년... 유일하게 악에 대한 단죄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오슬로 역시, 악마적 본성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들에 대한 증오를 감추지 못한다. 단죄는 역시 프랑스다운 방법(단두)으로 시행되는데, 그러나 이것은 아이들에게는 부적절한 대목이다. 누가 '동화에는 피가 묻어 있다'고 했던가? 재무관이 잘린 목을 여왕에게 보여주는 장면은, 비록 시커먼 그림자의 연기였지만 오싹했다. 무화과를 즐겨먹는 여왕 역시 내면의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이다. (오슬로의 작품에는 여왕이 자주 등장하는데, 공통적으로 선악의 양면을 다 지니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녀는 선(소년)에게 호의를 베푼 덕에 악(시종장)을 제거하는 성과를 얻는다. 당신이 혹 권력을 가진 이 (여왕 자리든 시종장 자리든) 라면 이 에피소드를 잊지 마시길 바란다.
세번째 이야기.....일본 노파와 도둑.... 노인은 지헤로와야 한다. 그리고 두 다리가 튼튼해야 한다. 낙엽을 보고 '갈색 눈이 내리네'하는 시를 지을 만큼 표현력도 좋아야 한다. 이 삼박자를 두루 갖춘 노인에게 어느 건장한 청년이 도전장을 내민다. 결과는 청년의 완패...노인은 청년에게 밤새도록 달릴 것을 명하고, '추우면 뛰어라'라는 교훈을 청년이 뼛속 깊이 새기자 그를 놓아준다. 보석이 박힌 듯 반짝이는 가운이 의미하는 것은 다름아닌 노동의 가치이다. 청년은 선대가 그랬듯이 땀흘려 노동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가난한 그대여, '밤을 새워서라도 일하라'
네번째 이야기.....3000년대의 여왕... 서기 3000년의 미래를 지배하는 여왕이 있었다. 과학으로 무장한 덕에 두려울 것이 없는 그녀, 그러나 그녀에게는 마음을 나눌 동료가 한 명도 곁에 없다. 모두 그녀를 두려워하고 그녀에게 복종만 할 뿐이다. 그녀는 살인(사형으로 위장한)을 할 때에도 아무 꺼리낌이 없지만, 아름다운 새의 노래에 감정이 흔들리는 여린 사람이다. 그녀는 새에게 고백한다 "나는 사람을 원했어" 그러자 새가 일어서며 말한다. "내가 그 사람이요" 오슬로는 <키리쿠와 마녀>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새를 살 돈이 없기에 새로 변장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착한 청년은, 아주 작지만 용감했기에 마을을 구한 키리쿠와 동격이다. 그러한 스토리는 다음 에피소드에도 이어진다.
다섯번째 이야기.....마녀의 성에 들어가기.... 청년은 마녀와 이웃나라 왕자의 싸움을 말없이 지켜본다. 그리고 마녀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불화살과 대포로 중무장한 군대가 마녀의 지혜 앞에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울 뿐'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그 고유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청년은 보잘것 없는 칼도 던져버리고 '맨몸으로' 마녀의 성까지 걸어간다. 자신을 존중하는 이 청년의 방문을 기뻐하며, 마녀는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보여준다. 결국 청년은 마녀가 공주(외적으로 뛰어난 조건)보다 더 훌륭한 배필임을 선언한다. 이 이야기는 이번 영화 전체 중의 하이라이트이다. 오슬로의 인간관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기도 하고, <키리쿠와 마녀>에서 보여준 '마녀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 오슬로는 확실히 마녀를 사랑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이단자로 낙인찍히고, 현대에 와서도 우스꽝스런 아웃사이더에 불과한, 아이들의 머릿 속에서 빗자루나 타고 날아다니는 검은 망토의 여주인공은, 오슬로라는 거장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장 인간적인 심성과 지혜를 지닌, 미래형 인간'이다. 여성들이여, 스스로 마녀가 됩시다.
여섯번째 이야기...왕자와 공주.... 의자 밑으로 배꼽이 굴러갈 차례가 되었다. 상대방으로 인해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는 연인(혹은 부부)들의 사랑싸움을 지켜보는 듯이 재미있다. 수없이 많은 변신 끝에 그들이 도달한 것은 '입장 바꾸기' (언젠가는 왕자와 공주가 원래대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관객들의 기대를 뒤집는 이 대목에서 오슬로에게 박수를!) .....그들은 뒤바뀐 몸으로 성으로 돌아가게 되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라고 말하며, 모든 걸 다 지켜본 관객들을 다시 한 번 웃게 만든다. 그렇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고 살아보라. 그렇다면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울 일은 없으리라.
FINE 자막이 뜰 때 곁에 있던 아이들이 아쉬운 듯 말했다 "한 번 더 보고 가요" 그래서 약속했다. 개봉되면 꼭 다시 보자고....비디오도 사주겠노라고....
p.s)1.안보신 분들...돈 아깝지 않아요....꼭 보세요..... 2. 성우들의 뛰어난 목소리 연기에도 감탄했습니다....프랑스 말이 이렇게 풍부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3. 오슬로에 대한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http://3co.co.kr/review_gisa/list/2000/10/09/1132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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