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4인용식탁] 멋진 포장지의 맛없는 사탕, 그러나.. 4인용 식탁
emptywall 2003-08-11 오후 6:10:20 2166   [8]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원(박신양)은 퇴근길에 우연히 전철 안에서 죽은 아이들의 시체를 보게 된다. 그 이후부터 눈에 보이는 아이들의 귀신들은 그를 공포에 빠져들게 하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기면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연(전지현)이란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 역시 자신과 같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정원은 자신의 설명 못할 공포를 그녀가 설명해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녀에게서 자신의 잊어버린 기억을 듣게된 정원은 더욱 혼란과 공포 속에서 괴로워한다. 그러나 연 역시 말못할 상처가 가득했던 여인이었고 그녀의 비밀이 드러나는데...

 
 내가 어릴 적 방과후 집으로 향하는 언덕길 구멍가게에서 파는 작은 사탕이 있었다. 하나에 50원짜리하는 사탕이었지만 꽤나 그럴싸한 모양새를 가고 있던 그 사탕은 아이였던 나의 눈에는 보석마냥 소중하게 보이곤 했다. 그러나 사탕의 맛은 꽤나 밍숭밍숭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맛을 참아가며 매일 그 사탕을 사먹는 이유는 그 속에 든 껌에 있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물이 배어 나오는 그 껌 때문이었다. 내게 <4인용 식탁>은 어릴 적 사먹었던 사탕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미 TV 어느 방송을 틀어봐도 10분 이내에 얼굴을 한번이라도 꼭 보게 되는 전지현의 지명도와, 주연을 맡은 박신양의 발군의 연기력과 흥행력에, 무더위 여름에 개봉하는 공포영화라는 플러스 요인까지 등에 업은 <4인용 식탁>은 분명 그럴싸한 '포장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공포 영화라고 하기엔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신예 이수연 감독은 자신의 의도를 관객들에게 명확히 인지시키는데 실패를 한다. 물론 <텔미 썸씽>의 장윤현 감독처럼 관객들과 게임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면 할말이 없어지겠지만 적어도 영화에 집중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큰 줄기를 스스로 놓아 버렸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주인공인 정원과 연은 영화 내내 톤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한다. 영화 내내 면면이 흐르는 모노톤의 화면처럼 목소리도 무미건조한 느낌을 주지만 그들의 감정에 쉽게 동화되긴 힘들다. 자신이 영화에 들어가 배우들의 입장에 서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멀찌감치 떨어져 방관자의 입장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영화에 몰입하기 쉽지 않은 큰 이유인 듯하다. 이는 분명 예상외로 맛없던 '사탕'의 맛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4인용 식탁>에는 놓치고 싶지 않은 매력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시나리오의 힘이다. 행복한 가족과 평범한 일상을 상징하며 가족 개개인이 주인공일 수 있는 공간인 가족용 식탁을 심리적인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매개체로 구성한 것은 분명 독창적인 것이다. 또 한가지는 조명의 힘이다. 연이 화면을 채울 때는 모노톤의 차가운 조명으로 그녀의 얼굴을 비춰 황폐해져 가는 그녀의 속내까지 비추는 듯 하고, 활기찬 희은의 모습을 바라볼 땐 따스한 색의 조명으로 결혼을 앞둔 신부의 쾌활함을 잘 표현해준다. 4인용 식탁의 의자를 내리 쏘이고 있는 강렬한 집중 조명은 앞에 앉은 연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모두 알고 싶어하는 정원의 강렬한 욕망을 나타내는 것 같고, 조명의 범위를 벗어난 어둠은 믿어야 하는 진실과 믿고 싶어하는 사실 사이의 망설임을 나타내는 듯 하다. 극 중 희은이 보여주는 소용돌이 모양의 할로겐 조명은 정원이 잊고있던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이런 자기 몫을 다하는 요소들이 <4인용 식탁>의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묻어 나오는 '껌'의 맛을 보여준다.

 <4인용 식탁>은 분명 잔뜩 높아져 있는 관객들의 '기대'에는 못 미칠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높아져 있는 관객들의 '수준'에는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국내 관객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색다른 맛의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이수연 감독은 분명 기존의 공포 영화와는 다른 영화를 만들었다. 아직은 낯선 맛에 관객들의 반응이 엇갈리지만 언젠가는 그가 만드는 영화의 맛에 관객들의 입맛이 길들여질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보여준 것보다 많은 이수연 감독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어본다.

(총 0명 참여)
감사합니다. 희진님-   
2003-09-06 16:50
사탕과 영화를 비유하다...... 이수연감독 만큼이나 독창적이세요..^^   
2003-08-24 21:58
엿태동안 본 4인용식탁 후기 중 제일 과찬할만한 글이네요..   
2003-08-24 21:58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14781 [위험한 사돈] (김진호)[위험한 사돈]유쾌한 결혼 준비記... jino0120 03.08.12 1080 2
14780 [터미네이터..] 1편과 2편을 버무려 놓은 듯한.. metalweld 03.08.11 1298 2
14779 [방탄승] 허헛 왠지 씁쓸한.. (1) semkins 03.08.11 2364 4
14778 [나비] 흐음, cksall0903 03.08.11 918 1
14777 [위험한 사돈] [더이상] <위험한 사돈> ratman78 03.08.11 1067 1
14776 [4인용 식탁] 단순한 영화라고 생각하시고 평하지 말아주세요. redholic 03.08.11 1875 5
현재 [4인용 식탁] [4인용식탁] 멋진 포장지의 맛없는 사탕, 그러나.. (3) emptywall 03.08.11 2166 8
14774 [4인용 식탁] <무비걸> [4인용 식탁] 불편하고 허무한 심리 드라마 mvgirl 03.08.11 1767 2
14772 [패스트 &..] orchid] 넘치는 속도감... orchid72 03.08.11 1081 0
14771 [4인용 식탁] 좀 색다른 시나리오가 탄탄한 영화.. wimp77 03.08.11 1758 2
14770 [4인용 식탁] 4인용식탁은.. eunji1350 03.08.11 1470 2
14768 [S.W.A..] <S.W.A.T.> 이정도는 되야 멋이나지~ (1) scw87 03.08.11 4136 16
14765 [나쁜 녀석..] [나쁜 녀석들 2]... 그들만의 리그, 여름을 평정하다 (1) bagano 03.08.11 1858 6
14764 [터미네이터..] [T3] 재미없지는않았다... 액션만큼은 매트릭스2압도... (1) hiwowgod 03.08.11 1234 1
14763 [도그빌] 도그빌, 인간에게 구원의 가능성은 없는가 eichel 03.08.11 1729 6
14762 [4인용 식탁] 영화가 시작에서 맴도네요... daumbom 03.08.11 1527 1
14761 [남남북녀] [남남북녀]절반의 성공,반쪽짜리 영화!! julialove 03.08.11 2252 5
14760 [공각기동대] <공각기동대> 미래 세계, 사이보그 인간의 정체성 (1) nugu7942 03.08.11 1139 5
14759 [브루스 올..] 신의 생각은.. eunbir 03.08.11 1375 7
14758 [나쁜 녀석..] 아무 생각하지 않고 보면 재미있습니다. ^^ patrnus 03.08.11 1474 0
14757 [4인용 식탁] <4인용식탁> (17) ummoci 03.08.11 2810 10
14756 [4인용 식탁] 이영화를 보면서... (2) moviepan 03.08.11 1420 0
14755 [4인용 식탁] [4인용식탁]뛰어난 주제, 지루하고 금기를 깬 연출, 너무 아쉬운 영화 kdong8799 03.08.11 1629 7
14754 [와일드 카드] 무비스트의 가입하게 된 이유 -> 와일드 카드 평점주려고 (1) jewoni42 03.08.11 1361 8
14750 [4인용 식탁] [펌]이젠 이해했어여.. 내용을 아니깐...정말 좋은영화네요.. (8) skymc65 03.08.10 2822 6
[4인용 식탁]    Re: 좋은영화(?) westnine 03.08.11 1287 5
[4인용 식탁]    Re: [펌]이젠 이해했어여.. 내용을 아니깐...정말 좋은영화네요.. citytoad 03.08.11 1209 0
14749 [4인용 식탁] 왜 인터넷을 뒤져야 합니까. (2) mugguzzi 03.08.10 1551 13
14748 [나쁜 녀석..] [나쁜 녀석들 2] much more than expected jyjung71 03.08.10 1458 0
14747 [툼레이더 ..] 툼레이더를보고..... (1) zzzppp 03.08.10 1410 2
14746 [데스티네이..] 긴장감이 멈추지 않는 영화... o522 03.08.10 972 1
14745 [4인용 식탁] 4인용 식탁..너무나 잘만든 아쉬운 영화.. (16) sbbgs 03.08.10 2122 6

이전으로이전으로2266 | 2267 | 2268 | 2269 | 2270 | 2271 | 2272 | 2273 | 2274 | 2275 | 2276 | 2277 | 2278 | 2279 | 2280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