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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으로](2) 또다른 나를 발견하는 시간 거울속으로
emptywall 2003-08-16 오후 8:16:38 1485   [6]
 자신과 같은 모습을 했으면서 정반대의 모습을 비쳐주는 거울은 과거에는 주술적인 의식의 도구로 쓰여 왔다. 이미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버려 익숙한 거울이지만, 과거에는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도구였다.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요./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요./..../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았소./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상의 이 시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나와는 다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거울 속으로>는 거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년 전 화재 사고로 인해 재개장을 앞둔 한 백화점에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화장실에서 피자커터로 목이 그어져 죽어있는 한 여자, 엘리베이터에서 볼펜으로 귀를 찔려 죽어있는 남자, 그리고 주차장에서 손가락이 심하게 꺾여 죽어있는 남자까지 이들의 죽음은 의문 투성이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소지품에 죽었다는 점과,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게,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에게 살해되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파견된 하형사(김명민 분)와 백화점의 보안실장인 우영민(유지태 분)은 공교롭게 과거에 악연이 있다. 영민은 1년 전 자신의 파트너이자 하형사의 친구인 강형사를 잡고 인질극을 벌이던 범인의 거울 속 이미지를 실체로 착각하는 실수를 해서 강형사를 죽게 한 것이다. 이때 의문의 여인인 이지현(김혜나)이 나타나고 사건의 실체는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 영화는 두가지 전제 조건을 가지고 출발한다. 하나는 기본적으로 거울 속 세상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다만 모든 사람이 이것을 느낄 수는 없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영화 속 정신과 의사이자 영민의 후배가 아주 친절히 설명을 해준다. 정신적 충격이나 심한 자기 혐오를 하게 되면 거울 속에 비친 또 하나의 자신이 거울 밖의 나와 분리가 되어 서로를 감시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을 품고 죽은 자의 영혼, 즉 귀신을 인정하는 것이다.

 <거울 속으로>는 단순한 스릴러 영화도, 단순히 관객들을 놀래키기 위한 공포 영화도 아니기 때문에 이 설정이 가능하다. 영화의 끝을 보면 짜릿한 반전의 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 반전을 알아버리면 싱거울 수 있는 <식스센스>,<다 아더스>등의 스릴러 영화와는 달리 <거울 속으로>는 영화 전체에 퍼져 있는 단서를 바탕으로 마지막을 추리해내는 형태의 영화이다.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약한 면이 있어 앞서 말한 영화보다는 그 쾌감이 떨어지지만 관객들의 생각이 저마다 다를 정도로 생각의 빌미를 무수히 제공하는 영화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배우들의 연기. 2년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보여준 유지태와 <소름>에서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 바 있는 김명민, 그리고 <꽃섬>으로 주목을 받은 김혜나 등은 안정된 캐스팅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력계 하형사로 선굵은 연기를 보여주는 김명민과는 달리 주인공인 유지태는 자신의 캐릭터를 '우영민'과 완전히 일치시키지는 못한다. 그리고 1인2역을 보여준 김혜나의 목소리는 공포와 복수심에 빠져있어야 할 지현의 캐릭터와는 어긋난 채 무덤덤하게 일관한다. 그들의 연기에 대한 몰입이 부족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세기(細技)가 부족한 감독의 연출력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주인공급 배우들의 연기보다 잠깐 나와서 죽어야만 했던 이영진이나 정은표의 연기가 더 돋보이는 것은 아마 같은 이유에서 인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소재의 선택이다. 각도를 잘 재지 않는다면 피사체를 찍고 있는 카메라와 스텝이 거울에 비칠 수도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거울을 금기시해왔던 그동안의 불문율을 깨고, 김성호 감독은 거울을 영화의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김성호 감독의 경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건축을 전공한 영화감독이라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착시를 이용한 공간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거울을 중요한 소재로 다루는 건축을 전공한 그였기에 이런 용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 <거울 속으로>는 올해 만들어진 공포 영화 중 꽤나 잘 만들어진 영화에 속한다. <장화, 홍련>에서 보이는 미장센은 아직 없지만 용감한 시도와 CG를 이용한 파격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화면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뒤 시작되는 관객들의 머리싸움은 충분한 흥행 요소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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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으로(2003, Into the Mirror)
제작사 : 키플러스 픽쳐스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intothemirr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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