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두가지 전제 조건을 가지고 출발한다. 하나는 기본적으로 거울 속 세상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다만 모든 사람이 이것을 느낄 수는 없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영화 속 정신과 의사이자 영민의 후배가 아주 친절히 설명을 해준다. 정신적 충격이나 심한 자기 혐오를 하게 되면 거울 속에 비친 또 하나의 자신이 거울 밖의 나와 분리가 되어 서로를 감시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을 품고 죽은 자의 영혼, 즉 귀신을 인정하는 것이다.
<거울 속으로>는 단순한 스릴러 영화도, 단순히 관객들을 놀래키기 위한 공포 영화도 아니기 때문에 이 설정이 가능하다. 영화의 끝을 보면 짜릿한 반전의 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 반전을 알아버리면 싱거울 수 있는 <식스센스>,<다 아더스>등의 스릴러 영화와는 달리 <거울 속으로>는 영화 전체에 퍼져 있는 단서를 바탕으로 마지막을 추리해내는 형태의 영화이다.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약한 면이 있어 앞서 말한 영화보다는 그 쾌감이 떨어지지만 관객들의 생각이 저마다 다를 정도로 생각의 빌미를 무수히 제공하는 영화인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소재의 선택이다. 각도를 잘 재지 않는다면 피사체를 찍고 있는 카메라와 스텝이 거울에 비칠 수도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거울을 금기시해왔던 그동안의 불문율을 깨고, 김성호 감독은 거울을 영화의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김성호 감독의 경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건축을 전공한 영화감독이라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착시를 이용한 공간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거울을 중요한 소재로 다루는 건축을 전공한 그였기에 이런 용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 <거울 속으로>는 올해 만들어진 공포 영화 중 꽤나 잘 만들어진 영화에 속한다.
자연스러운 화면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뒤 시작되는 관객들의 머리싸움은 충분한 흥행 요소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