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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삶에 대한 보고서 4인용 식탁
coinroom 2003-08-19 오후 6:56:41 2114   [15]
4인용 식탁을 보고나서 가장 먼저 느낀 느낌은 엄청나게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잔인할 정도로 감독은 관객들에게 그런 답답함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나서 든 생각은 흥행에는 성공할 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몇의 팬과 대다수의 멀쩡하게 욕할 사람들이 존재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저는 길거리의 입간판을 뻥하고 걷어차야 했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영화가 안 좋아서 돈이 아까워서 신경질 내는 것과는 다른 감정이었습니다.
오히려 영화가 너무 섬세한 면을 리얼하게 과장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감정이 끓어올라 견딜 수 엇었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지요.

먼저 영화를 보시기 전에 알아두셔야 할 것은 이 영화는 공포 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공포영화로 분류를 해야 겠지만
그런 공포를 통한 카타르시즘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여고괴담 - 여우계단을 보시기를 추천 합니다.
다만 이 영화를 보실 분들은 고통에 익숙해지고
그 고통이 어느덧 자신의 것이 되어서 익숙해 지고 만 분들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영화에 빠져들어서 보기가 엄청나게 익숙한 분이나
영화를 굉장히 분석적으로 보시는 분만 보시라고 하고 싶네요.

이 영화에서 귀신과 죽음은 하나의 소재로 사용되었을 따름이지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런 귀신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삶에 대한 또하나의 성찰을 보여주고 있죠.

어떤 사람들은 왜 후반에 전지현의 남편이 나오지 않느냐고
또, 아이들은 왜 갑자기 끼어든 것이냐고 이야기 하고는 별로 짜임새가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주제와 상관없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성실하게 답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제 생각에는 아이들은 가족의 살해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는 중요한 코드입니다.
더불어 박신양이 자신의 가족을 불질러 죽인 과거가 있기 때문에 박신양에게 계속 보이는 것입니다.
더불어 박신양이 그 시체(혹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아이들)를 본 첫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들은 박신양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단서가 되고 있습니다. 보통의 공포영화처럼 돌아다니면서 겁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자리에 존재함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전지현의 남편은 다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전혀 믿지 않으면서 사랑한다는 것(혹은 사랑해야만 하는 관계)
이 얼마나 비극적인 것인지를 보여주는 캐릭터이지요.
예를 들면 부모님이 있다고 칩시다. 그리고 그 분들은 자식을 전혀 믿지도 않으면서 자식이 하는 행위를 돌보아 줍니다. 다만 부모라는 관계 때문에 말입니다. 하지만 자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식이라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믿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이런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캐릭터로 전지현의 남편이 쓰였을 따름입니다. 후에 어떻게 되든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죠. 이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남편의 역할은 다 한 것이니 말입니다.

박신양의 캐릭터도 불분명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박신양은 처음에는 그저 평범하게 사는 피곤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고 그저 살고 있지요.
하지만 그는 지하철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또 그 아이들이 모던하다고 여겨지는 4인용 식탁의 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변해 갑니다.
4인용식탁의 불빛처럼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사정에 대해서 깨달아 가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는 처음에는 그 아이들을 두려워 합니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에 대해서 무덤덤하게 받아 들이는 경지까지 이르릅니다. 식탁에 아이들이 앉아 있든지 말든지 자신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냥 지내게 되는 거죠.
하지만 그의 이러한 삶은 곧 전지현을 만나게 되면서 깨지게 됩니다.
자신과 똑같이 아이를 보는 그녀를 만나면서 4인용 식탁은 그만의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죠.
그리고 그는 왜 자신이 그것을 보아야 하는지 의문을 품게 되고 전지현을 쫓아다니게 됩니다.
자신의 비현실적인 상황을 전지현은 믿어 줄 거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곧 전지현을 통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사실을 알아버리고 맙니다.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와 누이를 죽이고 그 덕분에 기억을 잃어버린 사실 말입니다.
그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새아버지가 대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지 않았을 거야라고 자신을 세뇌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전지현은 그런 그를 가만 두지 않습니다.
사실을 보라고 그를 4인용 식탁의 안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는 결국 '아직도 뜨겁다'는 이야기로 자신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라는 말은 언젠가는 자신에게 뜨겁지 않을 것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얼큰하거나 뻐근해질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죠.

전지현은 매우 특별한 캐릭터입니다.
가장 비정상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신을 보고 과거를 보여줄 수 있는 능력자라는 설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능력 때문에 괴로워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 자신을 믿는다는 사내가 등장합니다. 그것이 박신양이지요.
그래서 그녀는 다시 기운을 냅니다. 자신을 빋어주는 이가 하나라도 있다면 혹시라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망이 그녀에게 있었기 대문입니다. 전에 문정숙이라는 캐릭터에게 배신을 당했던 기억이 있는 그녀에게 박신양이라는 존재는 하늘이 다시 한 번 준 기회라고 여겨 집니다.
하지만 역시나 박신양은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지는 않습니다. 스스로의 삶의 무게에 그녀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요. 그래서 전지현은 살아야 할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다만 한 사람에게라도 자신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사는 것보다 그녀에게 더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녀는 박신양의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합니다. 자신의 진실을 보이는 방법은 이것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4인용식탁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4인용 식탁의 캐릭터는 가족이 파괴된 캐릭터들이 앉아 있는 장소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전지현은 전지현 대로 박신양은 박신양 대로 서로의 가족이 붕괴되어 버린 그런 모습으로 앉아 있지요. 그리고 이건 저의 추측이지만 박신양이 가족의 붕괴를 얼큰하게 혹은 뻐근하게 받아들일 날이 온다면 4인용 식탁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어떤 클라이 막스도 없이 그저 답답하게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 갑니다. 애인과 함께 손잡고 영화를 보려고 오신 분들은 그저 지루하기만 할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애인과의 사랑이 자신의 존재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만큼 보기 싫을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이런 답답함을 이기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영화는 처절하기 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이 이 영화가 존재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런 느낌은 김기덕 감독의 '악어'를 봤을 때 느꼈던 그런 것과 일맥 상통하는 것 같군요.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전지현을 보기 위해서 극장을 찾는 분이나 재미를 위해서 극장을 찾는 분들은 이 영화를 보지 말기를 권합니다.
더우기 전지현의 발음은 캐릭터와 일치하기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더군요.

(총 0명 참여)
약간은 틀린 부분이 있긴하지만, 좋은 평이시네요.   
2003-10-1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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