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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봉>[황산벌 vs 스캔들] 새로운 시도의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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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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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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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2 오후 4:13:32 |
1930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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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산벌 vs 스캔들 ” - 이들은 꽉 막혀있던 한국 전통사회의 모습들을 다르게 표현하므로 앞으로 다양한 시도의 테이프를 끊어준 영화.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아마도 반만년의 역사를 영화로 만든다면 수 없이 많은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역사가 오래 되지 않은 미국에서 상업적 자본에 힘입어 끊임없이 과거를 소재와 주제로 하여 만들어지는 헐리웃 영화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단지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사건들이나 소재를 정형적으로 그려왔다. 어느 누가 시키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주로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영화들을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하다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스캔들>, <황산벌>은 이러한 시각에서 우선 벗어나 있다. 다른 것을 다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 두 영화는 천편일률적인 한복 입은 우리네 조상들의 모습들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구성과 소재, 그리고 주제를 보여줬다는 것에 큰 성과가 있다. 과거시대로 돌아간 것이 아닌 현재에서 과거를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시점은 현재와 같이 느껴지고, 단지 배경만이 과거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과는 아주 많이 독특하고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정말 과거에도 이러했을까 하는 상상력도 심어준다.
우선 <스캔들>은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하여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의 배경을 빌어 표현하였다. 조씨 부인(이미숙)과 그의 동생 조원(배용준) 이들의 위험한 관계(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는 관계)로 인해 벌어지는 스캔들과 애정행각이 영화를 구성한다. 조씨 부인은 남편이 첩을 들이는 것이 못마땅하여 미리 동생으로 하여금 유혹을 해달라는 제의를 하고, 조원은 그를 제의를 뒤로하고, 조선 최고의 정절녀인 숙부인(전도연)을 무너뜨리겠다는 제안과 함께 성공을 했을 때, 조씨 부인을 갖겠다고 한다. 이렇게 영화는 조씨 부인과 조원의 제안과 수락으로 영화는 흘러간다.
<황산벌>은 누구나 알고 있을만한 역사적 사실에 기인을 한다. 계백 장군과 김유신 장군의 황산벌 전투가 영화의 배경이 된다. 다만 그 배경 속에 드러나는 일련의 행동과 행위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려내었다. 우리가 한복 입은 우리 조상들의 모습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사투리를 진득하게 이끌어 내었다. 그리고 분명히 황산벌은 전쟁의 한 역사적인 기록이기에 전투장면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전투 장면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을 하면서 코믹사극으로서 면모를 충분히 발휘를 한다. 갑옷입고 창을 든 병사들이 말을 타면서 벌이는 전투는 고루할 뿐이다. 영화를 보면 백제군과 신라군의 응원전도 있고, 또한 서로 사투리로 말싸움도 존재를 한다. 이와 같이 단순하게 칼 들고 말 탄 장군의 ‘공격하라’란 외침에 전투를 하는 모습들이 아닌 색다르고 기발한 전투의 모습들이 등장을 한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계백의 부인에 대한 생각 역시 뛰어난 아이디어로 다가온다. 황산벌 전투를 나갈 때, 가족을 자기 칼로 베었다는 사실에 대한 해석을 유머 있고, 색다르게 표현했다는 생각이다.
황산벌과 스캔들이 이와 같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분명 다분하다. 그렇지만 다른 조건을 배제하고 필자는 새로운 시각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싶다. 지금까지 양상 되었던 한복 입은 우리 조상들을 표현한 영화들을 보면, 하나같이 정적이고 도덕적이며 어색한 말투로 일관한 것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길고 긴 역사 속에서 많은 영화 소재와 주제거리가 산재해 있음에도 찾지를 못하였다. 스캔들에서의 애정행각들은 우리가 과거에 그러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다. 황진이나 어우동 같은 인물들을 말로만 전해 들었을 뿐, 정말 어떤 생활을 했을까에 대한 상상에 나래를 펼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비록 스캔들이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과거를 배경 삼아 그려내었지만, 그의 시도는 높게 사기에 충분하다. 황산벌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이나 현재나 분명히 지방의 고유의 사투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만 유독 사투리가 없다. 현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그나마 사투리를 살리는 노력이 많이 진행되었으나, 과거를 배경으로 해서는 그러한 노력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황산벌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민중들의 진득한 사투리는 실로 반갑고 듣기 좋은 우리 말이었던 것이다. 또한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기존에 나타났던 장군이나 장수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장군 중심의 영화가 아닌 병사와 장군 모두의 영화로 표현하였다.
물론 황산벌과 스캔들은 새로운 시도이기에 부족한 점 역시 드러난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언어에 대한 문제이다. 황산벌의 언어는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로 구성이 되는데, 이들이 각각의 사투리를 쓰는데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시대적 배경으로 봤을 때 다른 나라였고, 교류가 분명히 적었다고 가정한다면 이들의 의사소통에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문제이다. 현재의 남과 북처럼 크게 지장은 없지만 같은 단어 다른 뜻의 말들이 분명히 존재할텐데, 영화 속에서는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한 것이 쉬움으로 남는다. 스캔들과 같은 경우는 언어의 혼합에서 오는 실수이다. 현재의 말투와 과거의 말투 어느 하나를 뚜렷하게 정하지 못한 체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대화를 하는데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과거의 배경으로 현대적 시각을 추구했기에 언어 또한 하나로 통일해서 갔으면 더 좋았으리란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러한 언어 사용으로 귀에 거슬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다음으로 두 영화 모두 힘을 충분히 실어주진 못했다. 황산벌은 하나의 전투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은 지루함으로 몰입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중간에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을 하지만 하나의 큰 테마를 가지고 2시간 가량을 이끌고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힘든 일인 듯 싶다. 스캔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각 캐릭터만의 특징을 충분히 살리기에는 실패해 보인다. 바람둥이의 조원은 숙부인을 무너뜨리는 과정에 시간 할애를 많이 한 나머지 바람둥이로써의 캐릭의 면모를 충분히 발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극에 대한 몰입 또한 방해를 한다.
<황산벌>과 <스캔들>은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이 두 영화를 높게 평가에 손을 들어주는 이유는 분명 새로운 시도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소재와 주제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찾지 못했던 충무로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었다. 무엇이든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분명 아쉬운 점 역시 있지만,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도전을 보여줌에 박수를 보내본다. 앞으로 이를 계기로 참신하고 새로운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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