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엉뚱한 친구녀석이 어느날 갑자기 하교길에
"이순신 장군은 전주이씨자너~'하며 실실 웃는다.
"웅 근데 그게 왜?"
"전주면 전라도잖아~ 그름 그때 '아그야~ 시방 내 죽음을 알리지 말그라~'
이럼서 죽었을까????" 그럼서 깔깔거리며 넘어갔다. ㅠ.ㅠ
이 한마디에 같이 하교 하던 친구들은 길바닥에서 난리가 난적이 있었는데
그 날 우리는 역사적 인물들을 완전히 코미디로 만들며 서로 좋아라~ 하며
깔깔 거리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때 그 친구의 엉뚱한 발상이 영화화 되어 나에게로 다가왔다. ^^
(사람들은 종종 같은 엉뚱함을 가지나 보다. 덕분에 오래전에 이민 간
그 친구가 떠올라 당시 같이 있었던 다른 친구와 그 녀석을 안주 삼아
수다 잔치를 벌여었다. ^^ )

영화 [황산벌]은 그래서 첨부터 나에게 궁금증의 대상이었고, 꼭 보리라고
벼렀던 영화이다. 코미디를 좋아하는 나로선 기대치도 더 더욱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운좋게 기회가 닿아 남들 보다 빨리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영화의 내용이야 다들 알고 있는대로 우리가 국사 시간에 익히 배운
삼국시대 말기 백제와 고구려가 연합으로 자꾸 신라에 압박을 가하니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하여 먼저 백제를 친다는 그 유명한 '황산벌전투'이야기다.
(물론 그 유명한 '화랑 관창'의 일화도 영화속에 나온다.내가 어렸을 적
읽었던 '화랑 관창'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개인적으로 울나라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하두 많은 외세의 침입으로 인해
짜증이나서- '에띠~ 역시 삼국 통일은 고구려가 했어야 했어~'
하믄서 공부를 하던 기억이 있는데, 이 영화를 보다 보니
'왜 신라가 통일을 할 수 있었는가?'가 보이는 거다.
그렇다! 웃길 줄만 알았던 이 영화는 나를 공부를 시키고 있었다. ^^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새로운 해석 등을 제시하며 내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삼국시대의 말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이었다.
역사는 해석하는 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
물론 철저하게 코미디로 위장하면서 말이다.

역사 교과서 혹은 주말 사극프로에서 치중하는 역사의 정치성을 여자분들은
대체로 사실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아닌 분들도 많겠지만..^^)
그러나 황산벌은 코미디로 포장되어 아마도 그런 매개체보다는 더욱 쉽게
다가갈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한 번쯤 봐두면 도움이 될 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물론 국사책 2P면 끝날 내용이지만..^^)그래도 역사적 사실만
열거하는 그런 역사보다는 훨씬 흥미있고 재미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7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백제의 멸망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비장미가
빠질 수가 없다. 그것이 아무리 코미디로 위장 되어 있더라도.
아무리 '거시기'란 단어로 포장을 하여도 계백의 기백이 어디로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예고편을 보고 그저 가벼운 코미디를 기대하는 관객에겐
배신이요 배반이다.

그러니 재미있는 영화엔 틀림없으나 나중에 '배...배..배반이야~'를 외치지
말고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은 사전 정보를 약간 수정하고 가자.
그저 아무 생각없이 푸하하하 하고 웃을 가벼운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란 거다. ^^
광고 문구에서 밝혀듯이 '퓨전 역사 코미디'에 한 단어를 더 얹자
'블랙' 이란 단어를 ^^
'퓨전 역사 블랙 코미디'[황산벌]!!!

PS:그러나 다음에 해당하는 분들은 사전 정보 많이 수정하고 가야해요

1.비위 약한분
영화 끝부분의 전투씬은 브레이브하트나 글라디에이터 전투씬 못지 않습니다.
스케일은 좀 작을지 몰라도..박력에는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고대 전투씬들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참 원초적이어서 잔인합니다..
칼,창등이 무기니까요..짤리고 찔리고.. ^^
그런데 같은 한민족이 그리도 처절하게 싸우는걸 보니 가슴이 참 아픕디다.
다른 나라 전투씬을 볼 때는 못 느끼던 감정이었습니다

2.사랑얘기 즐기시는분
영화엔 꼭~ 많게든 적게든 사랑이야기가 들어가야 볼 맛이 나는 분도 괜히 애써
이 영화에서 사랑이야기를 기대하진 마세요..여자배우라곤 달랑 까메오 두 분만
출연한답니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의자왕과 삼청궁녀중에 궁녀1조차 없었답니다 ^^

3.역사,정치 얘기만 나오면 고개 돌아가는 분.
영화의 배경이나 내용이 정치와 전쟁이 주를 이루다 보니 어쩔 수가 없어요.
나름대로 재미있는데 이런거 싫어하는 분들도 의외로 많습디다. ^^

4.누군가 갈챠 주는데 이순신 장군은 '전주 이씨'가 아니라는 군요..
근데 우린 그 시절 철떡 같이 전주 이씨라 생각했네여..그래도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사는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