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거시기한 영화 였다
참으로 복잡다난한 영화다
코메딘가? 갸우뚱 역사극? 글쎄 , 심리극? 쪼까 뭐 혀고..
하여튼 무대인사에서 박중훈이 말했듯이 코메디만은 아닌 영화 였다
처음 당나라 황제와 연개소문,김춘추 ,의자왕이 각자의 나라 말쌈으로 각국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당나라 황제의 오만 불손함에 맞짱뜨려는 연개소문의 박력도 공감이 가고 딸을 죽인 의자왕에 대한 김춘추의 개인적인 증오 그리고 의자왕 나름의 당나라에 대한 불만과 오랜숙적 신라에 대한 적개심이 꾸역꾸역 드러난다
당나라가 신라와 손잡고 먼저 백제를 치는 장면이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다
신당(오해 말길) 연합군의 남침에 불안한 의자왕은 계백에게 말한다 술을 연거푸 세번이나 권하고서야 '계백아 네가 거시기좀 해줘야 쓰겄다" 계백은 그 뜻을 알아 듣는다 젖은 그의 눈이 피빛으로 변한다 그때 이미 그의 심중에는 그의 식구들이 죽어 나자빠져 있는 모습이 떠올랐으리라 호락 호락 죽을 아내가 아니기에 그는 자기 칼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 안됐을 것도 알았으리라...
계백의 작전 명령은 거시기, 뭐시기가 반복되면서 이어지고 이를 들은 신라의 첩자는 신라진영에 계백이 한 얘기를 반복하지만 이를 알아 듣는 신라의 거시기는 없다
인간 장기판에서 덜덜 떨면서 죽어나가는 병졸의파리 같은 목숨..민초들의 장기판만도 못한 삶과 전쟁의 부조리가 표현된다
뭐시기 거시기와 그라제 그라모를 쓰면서 부모의 부모 그 이전 부터 뿌리 박혀 있는 상호간에 지역감정을 극대화 시켰다 자신의 병졸로 하여금 백제군에게 증오를 불러 일으키도록 부추키는 '작업'으로 지역 감정을 이용하는 교활한 정치인들이 풍자 되었고
전쟁판에서 함께 죽어 나가는 신라와 백제의 군사들은 결국 우리의 피붙이 들이자 우리 자신들이다 장쾌하거나 적이 죽어 넘어 갈때의 통쾌함이 아니라 어디에선지 모를 비장함과 슬픔이 슬금슬금 배어나온다
소정방의 떵떵거림에서 약소국의 비애, 소정방에 붙어 먹은 신라인 몇몇의 사대주의와 Pro-강대국에 막연히 기대는 무력한 지식인들도 생각 난다
김승우 신현준의 특별 출연이 사투리를 둘러싼 코믹함을 훌륭하게 표현했고
백제에 속해있는 충청의 무력함 신라에 묻혀 있는 강원의 정체성이 터치되어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신라 군사의 사기를 충천시키기 위해 백제군에겐 알수 없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투입되는 꽃다운 화랑들의 자살 특공대..아들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밖에 없는 냉엄한 전쟁터..살아 돌아온 관창의 뺨을 때리며 "고작 화랑이 되가지고 살아 돌아 와! " 하고 개거품을 무는 아비의 비정함..피로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다시 죽으러 가는 관창 그리고 계속되는 화랑들의 고귀한 죽음 혹은 개죽음..
화려한 욕싸움의 극치..벌교의 힘!
비가 올라치면 삭신이 쑤시는 노인네들을 전쟁에 동원해 날씨를 읽는다..마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
의자왕의 마흔 한명의 아들들과 가신들의 힘겨루기..
왕의 욕 ! 와따메 왕도 욕을 하네잉..이래도 되는 것이여
갑옷을 벗지 마라 " 라고 외치던 계백이 이미 진 싸움임을 알고 절망해서 외치기 " 그려 썅 싸우다가 다 뒈지는 것이여 갑옷을 다 벗어 비리~"
마지막 남은 민초 하나는 살리고 싶은 계백의 안타까움
자신의 목이 베어질 찰나 느닷없이 떠올려 지는 것은 자신의 칼에 죽은 악밖에는 남지않은 처연한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들..마지막 아내의 절규 " 호랑이는 가죽땜시 뒈지구 사람은 이름땜시 뒈지는 법이여 이 인간아! 네가 해준게 뭣이 있쓰..죽으려면 네나 뒈지지 왜 내 자식까지 죽이려구 지랄이여 지랄이...아 김선아는 짤막한 이씬에서 많은 이들을 울렸다
당나라 군사와 합류키로한 7월 10일이 다가오지만 계백의 작전 거시기를 알 수 없어 공격을 안하고 있는 처남과 사돈등 장수들의 닥달에 김유신은 느닷없이 뛰쳐 일어선다 " 그래 총공격이제 총공격! 그러나 병사들은 어 장군이 뭐하는 거제 하며 움직이지 않는다..그러자 김유신이 말한다 " 알갓노 전쟁에도 절차가 있는 법이여 거시기가 무슨뜻인지 모르고 계백을 쳤다가는 모두 몰살인기라 몰살! " 그러면서 계백에게 장기를 둘 것을 제안한다 용감무쌍한 계백이 수락할 것을 알고 일종의 책략을 쓴 것 김유신은 계백과의 대화중에 비로소 거시기의 뜻을 파악하고야 만다 부하들을 개죽음 시키지 않기 위해 죽어 자빠질 민초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다 당나라 소정방에게 일방적으로 약속'당한' 7월10일은 지켜내지 못했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 강한자가 이기는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인기라 " 정진영의 카리스마가 무섭게 빛난다.
소정방 앞에 꽂혀 부르르 떠는 무거운 칼날도 멋져 보인다
침략만 당했던 우리의 역사는 ... 돌아보기 싫다
그러나 그 역사에서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
정통성과 소위 이름과 명분을 위해 벌이는 전쟁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우리들 민초 였다 지역감정을 부추키는 자들에 휘둘려 흥분해서 서로를 씹는 이들도 우리 민초들이며 또한 그 증오의 희생자 들이기도 했다
많이 웃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눈이 약간 젖었다
그리고 많이 생각했다
이준익 감독에 찬사를 보낸다
거시기 멋진 영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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