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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거시기가 뭐길래.. 황산벌
tillus 2003-10-19 오후 6:16:34 1214   [2]
 <황산벌>이라는 영화가 제작된다고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장르가 퓨전 역사 코미디라는 것을 알았을 때, 반신반의한 감정이 교차되었었다. 아무리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시대극이  별로 먹혀들지 않는다고 해도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에는 매우 반가웠지만, 그런데 그 장르가 코미디라는 것에는 솔직히 고개를 저었었다. 코미디 영화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식상해져버린 느낌도 있었지만, 나라의 역사를 너무 가볍게 다룰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았던 현재의 사투리를 과거로 가져가 얼마나 억지스러워질까 생각하니 쓴웃음이 절로 나왔었다. 
 아니나 다를까 <황산벌>은 내 자신이 가졌던 예상을 조금도 빗겨나가지 않은 채 그대로 들어맞아버렸다. 이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면.. 다른(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의) 관객들은 부디 재밌게 봐주었다면 안도의 한숨을 내 쉬련만, 글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 마지않는다.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역사를 아는 사람은 황산벌 전투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신라와 백제가 격돌하기 시작했고, 그 전쟁의 결과는 어떻게 끝이 났는지 말이다. 문제는 이미 형식화된 이 스토리에다가 살을 얼마나 어떤 식으로 어떻게 붙이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그 관건이 영화의 흥망성쇠를 100% 좌우하고 있는 건 물론이었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대립하던 때는 비단 삼국시대만은 아니었다.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에도 대한민국 정권의 힘을 쥐락펴락하는데 한몫 거두는 건 그 두 도민들의 표 싸움이었다. 아마 어쩌면 영화 <황산벌>에서의 신라와 백제간의 전쟁은 현재 경상도와 전라도의 무기 없는 싸움과 매한가지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간에 <황산벌>의 코믹 컨셉은 현재의 사투리를 과거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로 가져가 그 시대 사람들이 사투리를 썼다는 가정 하에 웃기는 것이었다. 참신한 아이디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에 따른 위험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초반 신라, 백제간의 전초전 상황을 매우 즐겁고 유쾌하게 다루려고 노력한 것이 보였지만, 제 꾀에 제가 속아 넘어간 격이었다. ‘거시기’ 하나로 모든 것을 웃기고 해결하려는 안일한 비책과 그에 따른 단역 배우들의 오버스러운 연기가 오히려 웃음을 수그러들게 만들었다. 또한, 적들을 흥분시키기 위해 적진 앞에서 성적인 희롱이나 응원 장면을 보여주는데, 물론 과거에 그런 짓들이 절대 없었으리라는 장담은 못하지만, 너무 현 시대적인 발상도 눈에 띄어 이것이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그린 영화인지, 역사의 한 사건을 모방한 개그 프로그램에 불과한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황산벌>은 또 코미디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주려 중반 이후부터는 감동적인 서사극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또한 그리 달갑게 보이지 않는다. 황산벌의 처절했던 전투를 실상 그대로 전해주려는 노력은 가상했으나, 비장미 넘치는 음악의 사용과 화면의 구성방식이 꼭 억지로라도 감동을 받으라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와중에 빛이 난 배우는 이문식이었다. 어떤 영화에 출연해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이문식은 <황산벌>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배우였다. 다른 주, 조연 배우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이문식만큼 웃음을 주는 캐릭터도 감동을 주는 캐릭터도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그랬다.) 가장 인간미가 넘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영화 속에 있어서 부담스럽다는 느낌 역시 전혀 들지 않았다. 
 계백에 박중훈, 김유신의 정진영 그리고 의자왕과 김춘추.. 모두 역사적 실존인물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무리 웃음과 해학으로 포장을 했다고 하지만, 왠지 모르게 코미디하고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다. 


 <황산벌>의 가장 큰 실수는 너무 코미디에다가만 무게중심을 싫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거시기’에만 의존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두 번 들으면 잔소리다. ‘거시기’라는 한 단어가 코미디라는 장르를 쓰기엔 매우 적합한 요소였겠지만, 그릇된 남용으로 인해 부작용만 커진 결과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면서 정말 한 가지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일부 권력을 가진 몇 안되는 사람들 때문에 항상 무참히 희생되어야 하는 수많은 일반 평민들의 실상이었다. 물론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나쁜 감정이 없는 그들에게 오직 국가의 명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총과 칼을 겨눠야 하는지.. 정말 믿을 수 없는 믿음만이 존재하는 세상인 듯 하다. 

<도망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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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다 댁의 생각일 뿐이다... 너무 일반화하려 하고 있다...   
2003-10-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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