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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휴업> 크리퍼군에게 쓰는 편지 지퍼스 크리퍼스 2
emptywall 2003-11-02 오전 11:46:08 1080   [10]
To. 크리퍼 군




벌써 우리 한국은 단풍도 끝물인 늦가을이라네. 이제 찬바람이 불 테고 겨울이 오겠지. 자네가 저 멀리 미국 땅에서 한국으로 태평양을 건너 그 힘찬 날개 짓으로 날아온 건 어떤 생각에서였는지 심히 궁금하다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날에 1등 먹었다지? 그래서 날라온건가? 우리나라는 추석 지났는데.. 아! 자네 뒷북치러 온 거였군!


잉? 뭐라구? 얼마나 나이 먹었길래 반말이냐구? 하긴 자네는 23년 마다 깨어나 23일 동안 사람들 잡아먹고 다닌 지도 어언 수 백년이 지났다고 하니 나보다 나이는 많을 수 있겠군 그래. 자네의 하얗게 개털이 된 뒷머리 칼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23년 만에 깨어날 수 있을까. 알람이라도 맞춰놓고 자야 하는건 아닐까?’ 하며 노심초사 한 흔적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네만, 자네의 극히 유아적인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반말을 아니 할 수가 없다네.


허수아비 옆에 매달려 금발의 아이를 보고 있다가 안 쳐다 본 듯 고개를 홱 돌리는 그 행동! 그건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하던 행동이라네. 야밤에 스쿨버스 안에 있는 학생들 잡아먹으려 고군분투하던 그때! 창문에 붙어 ‘공포의 냄새’를 맡는답시고 코를 벌름거리는 거하며, 거꾸로 매달린 채 학생들에게 윙크를 하고, 총 쏘는 시늉(빵야~ 이렇게 말이지)을 하는 자네의 모습은 모골이 송연해지기는커녕 입 꼬리가 자꾸만 올라가게 만들더군. 또 스쿨버스 천장에 누워 죽은 척하다가 학생 한명을 낚아채는 모습은 머리 꼭대기가 허전해진 그 학생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좀 그렇더란 말이야. 왜인지 아는가? 바다건너 왜(倭)나라에서 건너온 <드래곤 볼>이라는 그림책을 보면 ‘피콜로 대마왕’이라는 분이 나온단 말씀이야. 아마 자네 집안 족보에도 있는 분 같은데.. 하여튼 그 분이 알을 뱉어내기 위해 목을 부풀리고 몸부림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단 말씀이지.


그래도 귀여운 자네가 이번 작품에서는 고생 좀 하더구먼. 아이 한명 잘 못 낚아채서 올라가는 바람에 아이 아버지라는 작자가 나타나 자네를 끊임없이 괴롭히니 말일세. 고래잡을 때나 쓸 법한 작살을 직접 만들어서 공기펌프까지 동원해 자네한테 쏠 때는 아찔하더구먼. 그래도 스펙터클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아니었나 싶네. 뭐 자네 잘못은 아니지. 작살 맞는 입장에서 한바퀴 구르고 쓰러지나 한 스무 바퀴쯤 구르고 쓰러지나 정신없기는 매한가지 일테니. 그래도 자네가 한 짓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행동은 자동차 천장을 통조림 뚜껑 따듯이 발라당 열어젖힌 것이라네. 왜 자네는 문을 안 열고 천장을 딴단 말인가? 인간들이 문을 잠궜다고? 그럼 창문을 깨보지 그랬나? 자네 힘도 장사던데. 자동차 한대쯤은 하늘로 끌고 올라가는 장사 아니던가? 하긴 뭐 자네 개성이니깐 그게 습관이 되었다면 나도 할 말은 없구먼.


자네의 모습을 쭈욱 지켜보면서 궁금한 것이 몇 가지 있었네. 23일 동안 사람들 잡아먹으러 다닌다고 했는데 그동안 어디 있다가 22일째 되는 날 낮에 나타난 것인지 궁금하고, 도시에 가면 사람이 바글바글 할 텐데 시골 밀밭을 헤치며 인간들을 수고스럽게 찾는 것도 궁금하고, 사람들을 들고서 하늘로 날아가던데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궁금하고, 혹시 둥지라도 있는지 궁금하고, 둥지가 있다면 조류인지 궁금하고, 알은 낳는지 궁금하고, 600명을 꿰매서 죽였다고 했는데 왜 안 보여주는지 궁금하고, 돈 아끼려고 그랬는지 궁금하고, 누구 아이디어인지 궁금하다네. 자네가 답변을 해줄지 모르겠지만..


난 자네가 영화광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았네. 특히 한국 영화도 즐겨보더군. 먼저 자동차가 뒤집어지고 폭발이 일어나면서 자네가 땅바닥에 거꾸러진 적이 있었지? 그러다가 팔 한쪽, 다리 한쪽이 어디론가 출장가버렸고. 그 와중에도 사람 한명 더 잡아먹겠다고 풀밭을 펄쩍펄쩍 뛰더구먼. 여기에서 자네가 <터미네이터>의 팬이라는 생각이 들었네. 십 수년전에 아놀드 형님이 살을 다 잃어버리시고, 스댕 뼈다귀만 남으신 채 바닥을 기어 ‘존 코너’를 처치하시려던 그 비장함을 따라해보고 싶었는가? 그런데 어째 메뚜기가 생각나는 것인지. 우리 한국 땅에 면면히 내려오는 ‘내 다리 내놔~’ 귀신하고도 비슷했다네. 간담이 서늘, 뒤통수가 아찔, 등줄기에 식은 땀이 삐질삐질 나오기는커녕 뱃가죽에 쥐나도록 웃어보았다네. 푸핫핫.


그리고 또 한가지. 자네가 쓰러졌을 때 널 그토록 쫓아다니던 아이 아버지가 작살로 자네 배를 끊임없이 찔러댈 때 자네는 무슨 생각을 했었나? “끄윽~” 하는 신음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자네가 우리 한국말을 할 줄 알았다면 이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네.
“마이 묵었다 아이가. 고마해라.”


크리퍼 군. 23일 동안 수고 많았네. 한국까지 날라 와서 고생만 하다 가게 생겼구먼. 쑥스럽고 창피하다고? 그럼 자네의 비장의 무기를 쓰게. 뒤통수에서 박쥐날개가 나와 얼굴 가려주는 특기가 있지 않나? 자 해보게!
“아이 부끄러워라~”

 

 

....... 한국에서 <개점휴업> 이.....


(총 0명 참여)
좀 잼잇었는데...재미2배가된건 다름아닌 우린 극장을 전세내고 보았다오...거금 12,000원에 말이오..ㅋㅋㅋ~~~   
2003-11-11 20:17
아.. 영화를 보고 영화평도 보니... 다시 영화가 생각나서 아찔하오..   
2003-11-11 17:57
대단한 설명이십니다.....참....1편에는 600명 꿰메죽인것 나옵니다..   
2003-11-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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