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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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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22 오전 2:1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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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캐스팅한 것은 - 원래의 의도가 어쨌든간 에 - 일종의 모험이 아닐수 없다. 이른바 할리웃 스타시스템의 중심을 차 지하고 있는 아놀드가 총을 들고 서있는 모습은, 어떤 영화에서든(6번째 날도 예외일수는 없었다) 터미네이터 혹은 마초적인 액션스타의 이미지로 투영된다. 결국, 아담(아놀드 슈워제네거 분)과 아놀드란 배우 사이의 괴 리감은 내러티브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극 초반 아담은 거울을 보며 자신의 근육(또는 건장함)을 은근히 과시하는데, 이것만으로 극중 아 담의 파워풀한 액션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6번째 날>은 숏도 많고, 컷도 많다. 간혹 씬들은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빠 르게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씬들이 소모적이란 느낌을 준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속의 클론과 유사하다) 종종 쓰이는, 와이프(앞의 씬 이 뒤의 씬에 의해 밀려나는듯 보이는 일종의 광학적 편집기법)를 시대에 맞춰 멀티풀하게 변형시킨듯한 편집도 이 영화가 21세기의 산물이라는걸 말해주는 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컷의 남발은, 숏의 미스 매칭을 불 러올 수 밖에 없다. 위어 박사(로버트 듀발 분)와 아내 캐서린(완다 캐논 분)이, 집에서 가꾼 꽃을 보는 일련의 씬을 예로 들어보자. 카메라는 둘을 번갈아가며 비춘다. 그런데, 극 논리상으로 어느정도는 지속되어야 하는 숏들임에도 영화는 뭔가에 홀린양 이를 중단시킨다. (뭔가에 쫓기는 느낌 이 들었을 정도로.) 꽃이 보이는 씬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부부의 대화를 통해보았을때 그 꽃이 특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컷의 남용은 꽃이 보이는 씬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6번째 날>의 편집과 촬영은 대부분 이런식이다. 분명, 일정한 운율을 형성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리듬 에 묻혀 외려 각각의 숏들이 관객에게 전하려는 신호는 무시되고 만다. 아 무리 다양한 앵글로 숏을 잡고, 화려하고 매끈한 씬들을 보여준다해도, 정 작 몰개성적인 편집으로 인해 그 안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면, 영화에 대한 흥미는 반감될수 밖에 없다.
또하나 지적하고픈 것은, 이 영화의 진부한 요소들이다. 내러티브상 어울 리지 않는 대사가 꽤나 등장한다. 그런 대사가 쓸데없이 길기까지 하다. 어찌 보면, '영상매체' 인 영화로 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인물들은 자 신의 심경 혹은 앞으로의 상황과 지금의 분위기 등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이 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웃 영화다. 어느 정도의 획일성과 썰 렁한 대사(흔히 유머라고 여겨지는, 듣기 민망한 대사)들이 보일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요소들이 관객의 영화보기를 방해할만큼, 타이밍을 무 시한체 쓰여졌다는 데에 있다. 또한, 영화의 초반부를 지나 아담의 클론이 아담의 집에 등장한 이후부터 영화는 본색(?)을 드러내려는지, 시각적인 액션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철조망에 위태롭게 매달리는 아담의 모습) 이런 영화의 속성은 보는 재미를 주면서도 한편으론 플롯의 흐름을 깨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6번째 날>은 지극히 모호한 영화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생명 복제에 대한 언론의 기사를 제시하며 특정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는 분명, 생명 복제에 대해 우려하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극 초반부의 아담은 생명 복제에 탐탁치 않은 모습이다. (리펫과 심팔을 꺼려하는 대사들을 통해 알수 있다.) 그러나, 극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인간 복제가 너무도 쉽고 (많은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자주 이루어지는 바람에 관객들은 서 서히 무감해진다. 복제에 얽힌 농담같은 대사(이를테면, 몇번이고 다시 살아난, 드럭커의 부하 중 한명이 내뱉는 "또 죽어?" 와 같은)가 등장할 즈음 되면, 영화의 어지러움은 극에 달한다. 결말은 어떤가. 아담이 자 신의 클론과 함께, 마치 인간복제 회사의 광고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정도 의 태도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이 영화에서 궁금한 것은, 생명복제 에 대한 찬반론 중 어느쪽을 지지하는가 혹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어 떻게 생각하느냐..따위가 아니다. (전형적인 할리웃 액션물은 구조적으 로 그러한 문제를 다룰수 없기도 하다. 또한, 복제에 대한 찬반은 관객 이 판단할 부분이지, 영화가 결정해놓을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영화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냐는 점이다. 극 후반부 드럭커(토 니 골드윈 분)가 자신의 미완성 클론을 덮쳤을때, 아담은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한다. "자신과 껴안고 있는 기분이 어때." 이 말을 들으니, 얼핏 생명 복제에 대해 무언가가(?) 떠오르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복제에 대 한 신문기사나 뉴스를 접했을때와 다를바 없는 기분이었다. 분명 많은 돈 과 노력을 들여 만들었을 영화가, 채 몇분 안되는 뉴스와 같은 작용을 하 는것은 꽤나 허탈한 일이 아닐수 없다. 이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것이 '아 놀드 슈워제네거에게는 역시 짧은 대사("get out" 같은)가 딱이다,' 란 생각뿐이었다면, 내가 영화를 너무 무료하게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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